[가구의 공간] 흰고래 키즈들이 사는 제주 펜션 ‘서툰가족’

Interior / 육상수 기자 / 2018-03-06 20: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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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고래가 제주 땅에 상륙했다. 온통 새하얀 이집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만연하다. 아이들을 위한 키즈 펜션에 어른들이 더 신났다.

 

3년 전, 30대 초반을 맞이한 정계해(35세) 씨는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열심히 일했고 동료들과도 잘 어울렸고 회사 일도 무르익을 즈음이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대한민국 남자 직장인들의 평균적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어느 날 아내 이란경(34세) 씨가 한 마디 말을 걸어왔다. 아이 셋, 지흔(8세), 윤상(6세), 시연(3세)을 위해‘저녁이 있는 삶’을 살자고.


다시 사는 용기



 마치 어느 정당인의 선거 캠페인과도 같은 아내의 권유를 계해 씨는 담담히 받아들였다. 언젠가는 떠날 직장을 미리 마감한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 가족을 위한 것이라면 그렇게 해야지.” 깔끔하게 사표는 던진 그는, 그때부터 아내와 함께 후일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뭘 하든 아이들과 관계한 일을 해보기로 고민한 끝에, 아이들을 위한 펜션을 짓고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 부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준 여행지인, 제주 서남쪽 산방산 부근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잡았다. 굳이 제주로 방향을 잡은 데는, 제주가 어린이 교육에 있어 최적의 환경이면서 교육비를 최대한 절감할 수 있어서다. 부족한자금은 꼼꼼한 사업보고서를 만들어 부모님에게 브리핑 하고 설득해서 도움을 받았다. 답 600여 평을 구입하고 제주 시공사에게 일을 맡기고 집 공사를 시작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초보 건축주, 제주 집짓기

 

 

 하지만 건축에 문제가 발생했다. 점점 드러나는 집의 형태는 이들 부부가 상상하는 디자인이 아니었다. 서둘러 서울의 공간 건축사를 불러들이고 재구성하면서 건축 비용은 상승했고 자금은 고갈되기 시작했다. 공사는 시간이 비용인데 최대 6개월 안에 끝나야 하는 공사가 1년을 넘기면서 아찔한 순간들이 거듭 닥쳐왔다. 하지만 아닌 집을 지을 수는 없는 일, 천신만고 끝에 공사는 끝났지만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쳤다. 하지만 일관되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달려 온 만큼 완성된 펜션은 제주의 검은 흙바람 속에서도 당당하게 흰 살을 드러냈다. 일렬로 세워진 3동의 펜션은 건축의 기본을 말하는 듯 하얀 매스로 단단히 땅을 움켜잡고 있다. 멀리서 보기에는 매우 단조로운 형태 같지만 다가서면서 둔각의 선이 교차는 동적 흐름을 읽을 수 있다. 3동의 내부디자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화이트 밸런스를 철저히 유지해 방문객에게 청결한 공감각과 시야의 확장성을 준다.


서툰가족의 원목 테이블


 

 올해 7월에 오픈한 이 펜션의 이름은 ‘서툰가족’이다. 아마도 서툰가족의 서툰 이는 바로 천방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지칭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최고급 실내 도구의 절제된 사용과 배치는 공간의 내부의 불필요한 시선을 정리해 준다. 대신 북쪽 창으로부터는 너른 밭을 지나 우뚝 서있는 산방산의 풍경이 유입된다. 넓은 창이 전하는 온아한 기운은 오크로 제작한 2100mm의 테이블 상판에 머문다. 벤치와 3점의 의자로 구성된 이 테이블은 가족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식탁의 기능을 겸한 테이블은 매우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마무리가 잘 된 가구다. 대개는 의자는 기성품을 선택하는데, 디테일과 일관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주인 부부의 의지가 수제의자를 제작케 했다.


흰고래의 꿈


 

 서툰가족의 공간에는 테이블과 벤치, 의자 3점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공간보다 가구가 잘 드러나 보이는 이유는 흰색의 벽을 배경으로 하는 간결한 사물들의 조합에 있다. 공간은 사물들의 유기적 관계에 의해 존재감을 나타낸다. 불필요한 사물들이 많은 공간은 서로 상충하고 간섭해 공간의 의미를 상실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꾸 바깥으로 향하는 지도 모른다. 여행지의 호텔이나 기타의 숙박시설이 근사해 보이는 이유는 최소한의, 필요한 사물만 자리해서다. 그렇다고 서툰가족의 실내가 엄숙할 것이란 상상은 금물이다. 다락방의 공중 그물과 침대 아래의 미로에는 아이들이 분주함과 깔깔대는 소리로 가득하다.


좀 엉뚱한 즉, 비일상적 공간에서 일상적 삶을 느끼기를 원한다면 ‘서툰가족’을 만나보길 권한다. 벌써 어떤 방문객은 서툰가족의 오크테이블을 똑같이 제작 의뢰했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 봤던 느낌을 유지하려면 놓일 공간의 재정리를 권하고 싶다. 공간은 사물이 사는 곳이다. 그 사물은 사람이 만든다. 공간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불필요한 것을 없애면 된다. 어렵다고? 그렇다면 흰고래가 사는 서툰가족을 찾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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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스테이인그로브 조환영 목수



 맨 처음 서툰가족은 어떤 가구를 요구했나.  

내부와 외부가 시원하게 열려 있는 넓은 공간이 그대로 살릴 수 있게, 가구가 시선을 끌기보다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자리하는 꾸밈없는 간소한 형태의 가구를 원했다.

  

그래서 어떤 가구를 제작했나.
어떻게 보면 너무 심심해 보일정도로 간소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크는 결 자체로 특색이 있고, 기본적인 오일 마감만 해도 매력을 발산한다. 형태에 있어서는 가구로서 필요한 기능성만을 담아 간소하게 제작했다.


서툰가족은 집이 아닌 펜션이다.
좀 더 고민한 점이 있다면. 펜션 중에서도 '키즈펜션', 아이들이 있는 가족 공간이다. 운동성이 많은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가구의 모서리를 둥글게 해주는 게 최선이지만 '서툰가족'은 어른들도 모두 함께 머무는 공간이다. 그래서 테이블의 모서리의 직각을 그대로 둬 중후한 톤으로 유지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오르는 원목 계단의 모서리는 둥글게 처리했고, 아이들 키에 맞도록 손잡이 높이도 고려했다.


의자와 벤치도 수제로 제작했다. 세대가 쓰는 공용 가구로 디자인이 어렵지 않았나.

서툰가족에 머무는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의자를 디자인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크게 취향을 타지 않도록 기본 기능을 지키면서 간결하게 제작했다. 의자는 어른들을 고려했고 벤치는 활동이 많은 아이들에게도 쉽게 걸터앉을 수 있도록 했다. 서툰가족도 같은 생각이었다.


가구 주문자에게 무엇을 더 이해시키면서 가구를 만드나.
고가인 하드우드 원목가구를 찾는 분은 오랫동안 쓰기 위해 찾는 것이다. 그래서 한눈에 예뻐 보이는 디자인 보다는 오래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가구를 권한다. 장식적 혹은 예술적 가구보다는 지극히 쓰임에 더 비중을 둔 생활가구를 지향한다.


완성 뒤 보람만큼이나 보완할 것이 있었을 텐데.
복층에 올라가는 계단을 처음으로 오크 원목으로 시도해봤다. 생각보다 높이도 있고 아이들이 사용하는 계단이라 매우 예민하게 작업했고 나름 보람을 느꼈다. 아쉬운 점은 일단 난간 철물을 외부 제작사에 맡기다 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고 직접 해결을 할 수 없어 진행이 엉켰다. 다른 큰 계단도 오크원목으로 제안하고 제작했다. 나중에 서툰가족이 전체 공간에 어울리게 흰색으로 보완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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