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바른나무공방’ 김정목 목수의 유려한 곡선 가구를 만나다

공예 / 허재희 기자 / 2020-06-10 19: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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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 23년, 나무의 시간을 깎다.
현대목공 1세대
끊임없이 배우는 삶
샘 말루프의 록킹체어의 완성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그것을 자신의 업으로 삼고자 할 때는 그 일을 잘할 수도 있는지, 또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 대전 바른나무공방의 김정목 목수는 이 모든 걸 고려해 일찌감치 23년에 목수의 길을 걷기로 했다.

바른나무공방의 시작을 물었더니 2004년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목수 일을 시작한 거냐는 물음에는 “그전부터 했어요” 하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의 자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99년부터 공방을 운영했단다. 그렇다면 그것이 목수로서의 출발점인지 물었더니 그는 다시 한 번 “그전부터 했어요” 하고 말했다. 질문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목공이 전공이냐는 수정된 질문을 건넸다. 그제야 그는 그렇다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대학교 2학년인 88년부터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전공은 공업디자인이고 부전공은 시각디자인과 목공이었는데 가장 시간과 관심을 많이 쏟은 것이 목공이니 그것을 전공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무엇보다 목공이란 것은 세월이 흐를수록 그 기술이 빛을 발하고, 나이가 들어도 이직이나 정년 등에 구애받지 않고 평생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대학원에서는 칠을 배웠다. 가구와 칠공예 작가로 활동하다 여러 이유로 지금은 가구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2002년도엔 가나아트센터에서 칠공예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학교 안의 목공에 한계를 느낀 그는 99년도에 대전의 어느 작은 공간에 개인 공방을 차렸다. 당시는 목공방이나 주문가구란 개념 자체도 생소한 시기였으므로 그는 목공방 1세대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어려운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래도 목공이 지겹거나 그만둬야겠단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다만, 혼자 하는 작업에 회의가 들어 다양한 사람과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자 목공 클래스 활성화 방안을 고민했다.

그러다 인터넷 카페를 만들고 목공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자신만의 노하우 등을 올리기 시작했다. 기술 노출을 꺼려 전문적인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던 시절이라 목공 지식에 목말랐던 많은 사람이 카페에 접속했고,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목공을 배우기 위해 그의 공방에 몰려들었다. 침체기였던 그의 작품 활동과 목공 클래스가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누군가에게 잘 가르치는 일은 명백히 별개의 것이다. 가르치는 것이 적성에 잘 맞았느냐는 물음에 그는 겸손히 손사래를 쳤지만, 평일에도 회원들이 계속해서 공방 문을 두드리는 걸 보면 그는 좋은 선생님임이 분명했다. 좋은 목공 선생님이 되는 팁을 알려달라고 하자 그는 조금 민망해하며 자신의 기준이 아니라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눈높이와 초보자의 눈높이는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기에 더 자세한 설명과 시연이 필요하죠. 높은 벽들을 조금씩 낮춰주는 게 선생님의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비정기적인 무료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그가 목공을 하며 받아온 도움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시작하게 됐다. 이 시간을 통해 목공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좀 더 친근하고 유연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요즘 공방 운영과 함께 주력하고 있는 것은 유명 목공예가 샘 말루프의 록킹체어 작업이다. 그는 원체 기능성과 더불어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이 다양한 의자에 관심이 많았다. 학부생 때부터 목공과 디자인을 함께 접했기에 나무의 선, 가구의 미적인 요소를 보는 눈이 남달랐던 탓이다. 

 

 

 


 

그래서 여러 형태의 의자를 만들던 중 지인을 통해 말루프 의자를 접했다. 그는 놀랐다. 자신이 찾던 디자인이 완성된 형태로 세상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선수를 뺏긴 것 같은 마음에 한동안은 다시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훌륭한 선배의 작품을 제대로 카피해 그 의자에 담긴 내용을 알고 싶어졌다.

시중에 나온 도면은 원본과 괴리가 있어서 말루프에 관한 책을 사서 결구부터 확인해 나가기 시작했다. 록킹체어는 ‘짜 깎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수공구 작업을 필요로 했고, 선에서 선으로 이어지는 유려한 곡선을 잘 살리는 게 관건이었다. 구현이 어려운 만큼 아름다우면서도 앉았을 때 편안하다는 놀라움을 선사했다. 

 

 

 

 


 

 

말루프를 연구한 것은 그가 준비하고 있는 앞으로의 개인 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수강생들을 교육하며 개인 작업을 준비하는 지금의 시기를 과도기라고 표현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계속해서 작품을 만들 수는 없잖아요. 지금은 다음 작업을 구상하며 수강생분들과 함께 작업하는 데 좀 더 집중하고 있어요.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거죠. 주 관심 분야인 의자를 주축으로 한 가구 전시도 계획 중이에요. 또 이제는 지금껏 해온 작업과 수업 내용을 정리하고 수강생들이나 목공에 관심이 있는 대중을 위한 책도 쓰고 싶어요. 가구는 언제든 만들 수 있으니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바른공방 김정목수는 2017년 서울 평창동 금보성갤러리에서 우드플래닛이 주관한 <아무도 모르는 가구>전에서 샘 말루프의 의자로 관람객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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