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티커: 목부에뜰 - 덜어내고 비워내고

Life / 배우리 기자 / 2018-03-02 19: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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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목수. 집에서 1km 밑 삼거리에서 볼 수 있는 ‘목부에 뜰’이라는 푯말만 봐도 그렇다. 회색으로 바랜 그 푯말은 어떤 인위적인 색도 마감의 반짝임도 없다. 그저 오로지 나무다. 말없는 푯말을 등지고 파란 눈밭을 걸어 올라선 뜰에는 목부가 있었다. 목부의 뜰이 있는 것이 아니라.

 



푯말부터는 눈길에 차가 더 이상 갈 수 없어 구백여 미터의 눈길을 걷기 시작했다. 면에서도 멀리 떨어진 외딴 집을 향한 길에는 바람 소리 외에 들리지 않았다. 청정한 건 공기뿐이 아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곧 사람의 흔적인 눈사람과 ‘자연마당’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나무판자가 보였다. 물 단 한 바가지라도 환대에 담뿍 담아 줄 것 같은 그런, 산길 요 몇 걸음이 아니라 아마 인생 전체를 헤맸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다. 자연마당을 더 탐구하기 위해 남은 몇 걸음은 주위도 둘러보지 않고 뛰어올랐다.

나무 만지는 목부 이태인과 그의 아내 백인하가 삼백 평 남짓한 터에 올라앉은 단층의 아담한 집에 산지는 12년이다. 그들이 사는 황토나무집은 연고가 없는 정선에 들어와 직접 터를 다지고 이 년간 지은 집이다. 집을 짓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손재주가 좋은 목부에게는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추위와 장마가 약간 방해를 하긴 했지만 내 집을 짓겠다는 로망을 무기 삼아 아무것도 재지 않고 무심하게 지었다. 터를 다질 때 난 낙엽송으로 들보를 하고, 통나무들은 35cm 길이로 숭덩숭덩 잘라 나이테가 보이도록 차곡차곡 쌓고 안팎으로 황토를 발랐다. 바로 잘라서 집을 지은 터라 시간이 지나니 나무들이 한 군데씩 입을 벌렸다. 입은 다시 황토로 메워주고, 안에는 종이를 발랐다. 웬만큼 막았지만 여전히 공기가 드나든다. 그래도 덕분에 겨울에는 건조하지 않고, 청국장을 먹어도 집 안에 냄새가 남지 않는다. 가습기도 청정기도 필요없다. 자연과 순환하는 집은 오래 돼도 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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