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율보다 나무가 먼저 흐르는 하얼빈 오페라하우스

Architecture / 김은지 기자 / 2018-03-15 19: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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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을 가로지르는 쑹화강을 따라 오페라의 선율과 나무를 품은 공간이 흐른다.



하얼빈은 중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꼽힌다. 러시아 문화를 가장 먼저 받아들여 일찍이 문화가 발달했지만, 북방의 척박한 황무지와 평균 영하 20도에 이르는 추운 날씨에 크게 융성하지는 못했던 이곳에 대규모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섰다. 24000평에 달하는 규모에 약 2800억 원을 투자하여 지어진 오페라 하우스는 신흥 부유층을 중심으로 문화에 거대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중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중요한 건축물이다. 

쑹화강을 따라 흐르는 공간

하얼빈을 가로지르는 쑹화강은 서울의 한강 같은 존재다. 쑹화강변의 습지에 자리한 하얼빈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오페라 선율보다 굽이치는 나무의 곡선을 먼저 만날 수 있다. 1층 로비에 거대하게 자리 잡은 나무 조각은 콘서트홀을 둘러싼 외부와 실내로 이어지는 계단, 내부 무대와 객석을 포괄하며 공간 전체를 에워싸고 있다. 건축 설계를 맡은 매드 아키텍츠(MAD Architects)는 쑹화강이라는 주변 환경을 중심으로 두고 건물과 자연이 하나의 풍경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다가 침식 지형을 품은 강변 풍광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수백 년에 걸쳐 같은 자리에 강물이 흐르면 침식 지형이 생기고, 침식된 강변의 암석은 어떤 예술품보다 부드럽고 역동적이다. 건물의 전체 외관은 흰색 알루미늄 패널과 유리를 사용하여 불규칙한 습지의 지형과 강물의 유연한 곡선을 반영했고, 내부의 중심 공간에는 침식된 절벽을 나무로 형상화 했다. 추운 지역이기 때문에 석재보다는 자연의 재료이면서 따뜻한 느낌을 주는 목재가 적합했다. 만주에 서식하는 들메나무(Manchurian Ash)를 주로 사용했고, 구획을 나누어 나무의 결을 통일한 덕에 한 방향으로 흐르며 절벽에 ‘결’을 새긴 강물의 흔적을 표현할 수 있었다. 

대극장의 외부를 둘러싼 나무의 결은 계단과 발코니를 따라 내부까지 이어진다. 보는 각도에 따라 거대한 나무뿌리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1600개의 좌석이 설치된 객석은 등급에 따라 구역을 나누어 놓아 나무가 관객들을 품고 있는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무대 쪽 공간은 좌석 쪽보다 심플하게 구성되어 있다. 조명과 암막, 스크린이 설치된 무대 중앙을 중심으로 대칭된 구조이다. 공간 전체에 일관되게 사용된 곡선은 특정 부분이 도드라지지 않고 무대에 집중 할 수 있게 한다. 이런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무엇일까. 하얼빈 오페라하우스는 오는 8월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다. 개관작으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제작한 <투란도트>가 초청되어 일반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한 폭의 동양화처럼

베이징에 기반을 둔 스튜디오 MAD는 토론토의 앱솔루트 타워, 시카고의 조지 루카스 박물관 등의 디자인을 맡은 건축가 그룹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매드 아키텍처 건축의 특징을 꼽자면, 단연 건물을 관통하는 곡선이다. 반복적인 곡선의 사용은 유려한 선을 기본으로 하는 전통 동양화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직선으로 이루어진 기존의 건축물에서 탈피해 새로운 스타일을 개척해보고자 하는 젊은 건축가의 패기와 열망이 녹아있는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0년, 하얼빈 문화공원 오페라하우스 마스터플랜 국제공모전에서 당선되면서 시작되었다. 하얼빈 오페라하우스는 사람과 예술, 지역을 통합하고자 하는 ‘컬처 아일랜드’의 구심점으로, 야외 공공 광장을 중심으로 1600명 이상의 관람객을 수용하는 대극장과 400명의 관중을 위한 소극장으로 구성된다. 건물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 다른 세 개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연결되는 공간까지 신경을 썼다. 건물이 세워질 주변 환경의 특성과 어촌 마을이었던 하얼빈의 정체성(하얼빈은 만주어로 ‘그물을 말리는 곳’이라는 뜻이다), 전 세계의 사람과 문화가 만나는 교류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고려한 덕분에 자연에서 건축의 디자인을 발견하고 그 속에 지역 정체성, 문화, 예술을 충실히 반영한 수준 높은 건축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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