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아티스트] 데이비드 내쉬, 생명의 변화를 통찰하다

아트 / 정인호 기자 / 2019-06-19 18:57:29
  • -
  • +
  • 인쇄
고사한 나무에 새 삶을 불어넣어
재료 스스로가 형태와 색상을 완성
조형예술이란 오브제에 특별함을 부여했을 때 완성

 

세상에 절대불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진리만이 유일할 뿐이다. 이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꾸밈없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데이비드 내쉬(David Nash)는 시간의 원리를 본인만의 조형언어로 표현하기 위한 재료를 찾았다. 바로 나무다.

나무는 인간과 닮았다. 씨앗에서부터 시작된 생명은 호흡하고 잠을 자며 성장한다. 쓰러지거나 아플 때도 있다. 때론 잘라내야 한다. 그리곤 다양한 형태로 죽음을 맞이한다. 데이비드 내쉬는 이렇게 고사한 나무에 새 삶을 불어넣는다. 그는 나무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직접 느끼기 위해 그들의 수명주기를 관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나무를 이해하기 위하여


고사한 나무를 잘라내면 그 안에는 굉장히 많은 수분이 함유되어 있다. 나무 무게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이 수분이 마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무가 건조되는 과정에선 균열이 생기고 형태가 변형된다. 데이비드 내쉬는 이 모든 현상을 통찰하고자 끊임없이 나무와 대화한다.  

 


대화의 기본은 이해라고 했던가. 데이비드 내쉬는 나무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숱하게 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실패에서 비롯된 그의 오랜 나무 작품들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긴다. 캘리포니아 엘니뇨 태풍에 의해 쓰러졌던 나무, 폭풍 산사태에 의해 휩쓸린 홋카이도 느릅나무, 43년 전에 자신이 직접 심었던 나무 등 다양한 목재로 작업한다. 까다롭고 섬세한 통찰이 필요하지만 어찌 보면 그의 작업 과정은 매우 단순하다. 단지 나무를 생각하고 그것을 조각으로 구현한다. 실패해도 좋다. 나무를 이해하기 위해 한발 더 나아가는 것뿐이니.


 

나무는 종류마다 물성과 장단점이 다르다. 너도밤나무, 삼나무, 주목나무, 호랑가시나무 등 다양한 수종은 그에게 모두 새로운 재료가 된다. 이들의 자연스러움을 부각하기 위해 나무를 태운다. 가장자리를 잘라낸 나무를 통째로 태우는가 하면 본인이 원하는 부분만 토치로 태우기도 한다. 데이비드 내쉬는 재료의 형태를 인위적으로 바꾸지 않지만 나무의 가장자리를 잘라내고 태우는 역설적인 과정의 결과물은 지극히 ‘나무’다. 내쉬는 본능적으로 나무에게 존재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가 태워놓은 나무는 또 부서지고 으스러지는 과정을 거쳐 흙이 된다. 이것을 그는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말한다.
 



시간을 탐구하는 작가

데이비드 내쉬는 원래 가공된 나무에 칠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작업은 색을 연구하는 것이 아닌 표면에만 색을 입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는 나무에 더 깊이 관여하고 싶어졌다. 나무와 더욱 친밀하게 소통하기 위해 그는 ‘색’에 관해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 탐구를 바탕으로 드로잉 작업을 하며 적색의 나무가 흑색으로 변하는 과정을 포착했다.


데이비드 내쉬는 말한다. “나무껍질을 벗겨내면 본연의 색은 붉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속껍질엔 형성층이라는 것이 보이게 됩니다. 형성층에선 나무껍질이 매년 새로이 자라는데 이 색은 6개월이 지나면 갈색이 됩니다. 그 이후로는 흑색이 되고, 상태를 방치해두면 회색으로 변합니다. 저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나무와 대화하고 드로잉 하는 작업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가 좋아하는 색상 대비는 신화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흑색과 적색이다. 그가 레드우드를 태우는 것은 나무의 형태뿐 아니라 색상에까지 자연스러움을 부여하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데이비드 내쉬는 자신이 나무를 가공하는 것보다 재료가 스스로의 형태와 색상을 완성해가는 조형을 추구한다. 그의 작품에 인위적인 느낌이 없는 이유다.


나무를 위한, 나무에 의한 작품 

 

데이비드 내쉬는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작품에 접근하지만 그 원천은 언제나 한결같다. 그것은 바로 나무를 향한 사랑이다. 코르크나무의 껍데기로 완성한 작품은 그의 열정으로 이루어낸 대표적인 예다. 코르크의 껍질은 두껍다. 이른 봄, 나무의 수액이 차오를 때, 껍데기를 벗길 수 있다. 포르투갈에서 코르크오크를 직접 볼 기회가 생겼던 그는 신이 나서 껍질을 채취했고 이 무게가 40톤에 이르렀다.

대형 트럭 두 대에 실려 온 코르크나무의 껍데기 역시 시간이 지나며 색깔이 변했다. 그는 10년마다 한번 씩 코르크의 수액을 채취하며 날짜를 적어둔다. “나무에는 단순히 나무의 생명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체들이 응축된 것입니다.”라고 내쉬는 말한다. 나무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나무의 성장을 도와준다. 데이비드 내쉬는 나무의 수명주기를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는다.

 

 

“조형예술이란 오브제에 특별함을 부여했을 때 완성할 수 있습니다. 현실성과 존재감을 지닌 오브제를 만들려면 형태에 대한 고민과 전략이 필요하죠.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는 이 자연스러움을 위해 ‘생명에 대한 진리’를 작품에 담는다. 


원인과 현상에 관계없이 언제나 세상은 변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느끼는 변화도 과거의 시간으로부터 이어져 미래로 나아간다. 데이비드 내쉬의 작품 또한 그러할 것이다.

 

 

[저작권자ⓒ 우드플래닛 뉴스 프레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독자의견]

댓글쓰기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WOODPLANET Newsletter

우드플래닛 최신기사, 관련정보 등을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 하시겠습니까?

우드플래닛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의거하여,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함에 있어 정보주체로부터의 이용 동의 여부를 사전에 고지하고 있습니다. 정보주체가 되는 이용자께서는 아래 내용을 확인하시고,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ㆍ수집 이용 목적 : 우드플래닛과 구독자를 위한 의사소통 경로 확보

ㆍ수집하는 개인정보의 항목 : 이메일

ㆍ보유 및 이용 기간 : 메일링서비스 해지시 까지(해지시 정보파기)

뉴스레터에 등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