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 건축의 혁신을 엿보다

Architecture / Ruth Slavid 기자 / 2018-07-20 18: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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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버킹엄셔 윈드밀 힐에 위치한 ‘아카이브’는 특별한 공간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후계자 제이콥 로스차일드 경의 재단이 의뢰한 건축물로, 예술과 건축 분야의 자선가와 후원자를 위한 가장 최근의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건물은 우아하면서도 전원 환경과 어우러지는 한편 매우 뛰어난 방식으로 설계 되었다. 무엇보다도 목재 활용에 있어서 혁신적인 면이 돋보인다.

 

서유럽을 통틀어 수 세기에 걸쳐 금융계 재벌로 군림해온 로스차일드 가문이 영국에 진출한 것은 1798년이었다. 그들 가문이 세운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건물이 바로 워데스던 대저택이다. 프랑스 건축가인 갸브리엘 이뽈레뜨 데스따이에(Gabriel-Hippolyte Destailleur)가 설계하여 1877년부터 1883년까지 지은 이 저택은 이상적인 프랑스식 대저택을 모델로 한 것으로, 격식을 차린 파르테르(화단과 정원을 장식적으로 배치한 공간)를 갖춘 데다 진귀한 문화유산도 가득하다. 현재는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증되었고 로스차일드 가문과 가족신탁에서 제공하는 기금을 받고 있다.

공학기술이 빚은 오크 천장


제이콥 로스차일드는 건축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표명해왔을 뿐만 아니라 건축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이라 할 수 있는 프리츠커 상의 심사위원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러니 로스차일드 재단이 아카이브 건물을 새로 짓기로 했을 때 그가 건축가와 해법을 선택함에 있어 빼어난 선견지명을 보인 것은 사실 놀랄 일이 아니다. 

 


스티븐 마셜 아키텍츠가 설계한 새로운 건물은 워데스던 대저택과는 여러 모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건물이 세워진 ‘윈드밀 힐’이라는 작은 언덕은 원래는 낙농장이 있던 장소로, 한때 런던에 상당한 양의 유제품을 공급했으나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된 곳이다.

사실 새 건물은 한 개의 건물이 아닌 집합건물이며 안쪽에 두 개의 뜰이 딸려 있다. 건물 중 가장 중요한 곳은 열람실로서 위치상으로 가장 중심에 있으며 두 안뜰과 가교 역할을 한다. 또한 건물의 모든 곳에서 주변의 빼어난 전원 풍경을 조망할 수 있지만 열람실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 일반 대중이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열람실만의 매력이다. 집합건물에는 이 열람실 외에도 재단 사무실과 아카이브 가게, 접견실이 있다.

 


열람실에는 뛰어난 격자판 오크목의 천장이 있다. 내부 공간에 따스한 풍요로움을 부여하는 이 천장은 공학기술이 이뤄낸 절묘한 역작이다. 게다가 대단히 장식적인 역할도 해서 다른 장식물이 필요치 않을 정도다. 물론 로스차일드 재단은 워낙 헌신적인 예술후원가라 현대미술작품을 진열하지 않고는 못 배길 테지만 말이다. 오크는 영국의 전통적인 목재인데, 사실 건축과 배 건조에 너무 많이 쓰인 나머지 예전에 비해 귀해지고 가격도 비싸졌다. 식민시장의 확대로 국제 교역량이 늘면서 다양한 수입산 목재로 대체되기도 하였으나, 전통적 측면이나 목재의 품질에 있어서 여전히 선호되는 목재이다. 이 아카이브가 의심의 여지없는 현대적 건물이라고는 해도 주변이 전통 시골 환경이기 때문에 오크의 사용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


사실 열람실 자리에는 버려지다시피 한 헛간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서 건축가는 제일 먼저 이곳을 재단장을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자 원래의 목재 구조물의 느낌을 새 지붕을 통해 되살리기로 했다. 사실 이는 새 건축물이라야 가능한 작업이다. 오래된 건물은 단열처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노출된 건축물의 내부를 유지하면서 외부에 단열처리를 새로 하든지, 아니면 외장은 그대로 두면서 건축물을 감싸는 단열재를 내부에 추가하든지 해야 한다. 어느 경우든 필수적인 요소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디자인


열람실의 지붕은 두 개가 서로 기대 있는 트러스들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가공한 목재를 다이어그리드(기둥의 상부와 다른 기둥의 하부를 연결하는 구조)의 형태로 놓고 오크 베니어판을 덧대었다. 트러스들은 바깥쪽으로 밀려나갈 것 같지만 양쪽 끝의 육중한 벽이 지탱해준다. 지붕은 방에 따뜻함과 깊이 감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조명을 숨기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조명 부품들이 눈에 띄지 않게도 해준다.
 

 

또 다른 목재 구조물로는 열람실의 북쪽에 세운 스크린이 있다. 이 스크린은 수직 구조물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오크로 된 스틸 클래드(steel clad. 마그네시아 크롬 벽돌의 표면을 피복한 강철판)로 이루어져 있다. 스크린의 가운데 공백으로는 건물 너머 남쪽의 전원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물 북쪽 부분의 지붕은 삼각형 목재 조형물에 의해 프레임 없는 판유리가 지지하고 있다. 경사가 올라가다가 내려가는 부분은 콘크리트 조형물이 받치고 있는데 이것은 서재 역할도 겸한다. 지붕은 다시 남쪽을 향해 경사가 올라가는데, 거기에 커다란 돌출부가 있어 명암을 만들어준다. 이 부분의 구조상 지지대는 가느다란 강철 기둥으로 되어 있는데 이 기둥들은 출입문인 지붕 높이의 오크 문에 완전히 은폐되어 있어서 마치 지붕 가장자리가 판유리로만 지지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우아한 시각적 눈속임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



열람실 내부의 가구는 의도적으로 심플한 것으로 놓았다. 이는 엄두도 못 낼 만큼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는 것을 심사숙고 뒤 해결한것이다. 이 부분이 난해했던 것은 테이블들이 책상 외에도 각종 컨퍼런스를 개최할 때 적합하게 쓰일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로 재배치될 수 있어야(경우에 따라서는 치울 수도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화가용 트레슬(사다리)처럼 단순하지만 아름답게 마감된 오크 ‘널빤지’를 버팀대에 쓰면 더할 나위 없이 경제적이고 우아한 해법이 될 거라고 건축주를 설득했다. 테이블들은 중앙에서 양분되어 있어서 필요할 경우 선을 연결할 수 있으며, 두 명의 남자만으로도 충분히 옮길 수 있다.

목조건축의 현대적 해석복합건물의 대부분은 새로 지은 건물이지만 그중 작은 건물 하나는 원래 있던 것으로서 건축 계획의 일부로 포함시켰다. 반면 얼핏 보면 원래 있던 헛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새로 지은 건축물들도 있다. 이 건물들은 문서저장고로 쓰이는데, 강철 프레임에 오크로 외장을 입히고 수직으로 홈을 파서 각기 다른 세 겹이 되도록 했다. 

 


열람실 건물의 지붕은 대개의 업무용 건물이 그러하듯이 함석지붕이다. 바로 아래에는 사나필(Sarnafil)사에서 제작한 지붕재료를 썼다. 대부분은 이보다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하면서 재료를 세부화시킴으로써 비바람에 대한 건물의 내구성이 강하기를 바라는데, 여기서의 처리방식은 좀 다르다.

 

마셜 사는 건물의 구조적인 형태를 위해서는 무거운 재료를 사용하지만, 경량의 현대 테크놀로지가 구현할 수 있는 가장 매끄러운 재료를 써서 반드시 건물이 건조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게끔 한다. 이는 의복의 예에서도 떠올려볼 수 있다. 예전에 사람들이 트위드 소재의 옷을 즐겨 입었던 건 보온 때문이기도 했거니와 비올 때 방수효과도 어느 정도는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트위드 소재의 옷을 미관상 입긴 하지만, 비가 올 때 요즘 사람들은 트위드 보다는 하이테크 고어텍스 외투를 맨 위에 입으려 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기품 있게 색이 바래는’ 것에 주안점을 두는 일반적인 목재 건축의 방식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었기에, 테크놀로지에 대한 마셜 사의 접근방식은 유효적절했다. 로스차일드 사유지는 오크목의 바램 현상을 방지하는 표준방식의 단계적 프로그램에 의해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새 건물처럼 보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도시 건물처럼 번쩍거리지는 않을 것이다. 주변 풍경과 세심하게 어우러지면서 조경이 뛰어난 두 개의 안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복합건물은 작은 부분으로만 존재하고 있다.



2011년도 영국 우드 어워드에서 그해 건축물 중 가장 탁월한 목재건축 프로젝트로 금상을 수상하면서 건축물 ‘아카이브’의 가치는 더더욱 인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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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개요


로스차일드 재단의 기록보관소 및 자선단체를 위한 사무실 공간에 대한 건축개요는 다음과 같다. 기록보관소 공간에는 도서관 열람실, 직원용 사무실 및 가게가 포함되어 있다. 이 세 용도의 건물들은 경사진 정원의 세 방향을 둘러싸되 네 번째 방향은 남쪽으로 탁 트이게 세운다. 자선단체 사무실은 열람실에서 안뜰 너머에 위치한 2층 이내의 건물로 한다. 이 건물에는 회의실과 오픈플랜식 사무실 공간을 배치하되 외형상 기록보관소 건물과 유사하게 한다.

사무실 건물과 기록보관소 건물 사이에 안뜰이 위치한다. 이 공간이 매우 중요한 것은 정형적으로 조성한 자연식 정원이 공간 전체의 도입부로써 제공되기 때문이다. 목재 건물을 건축하기로 한 것은, 수직 판자와 지붕 트러스로 만든 목재 헛간이 있던 이곳의 원래 농장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계획상 주 공간으로 설정된 기록보관소 열람실은 헛간 구조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프레임 구조는 유럽산 오크 글루램 빔으로 제작한 목재 다이어그리드(기둥의 상부와 다른 기둥의 하부를 연결하는 구조)이다.

이 글루램 빔은 유럽산 일등급 오크로 제작한 베니어판을 댄 것이다. 빔 위의 지붕 도 압축한 오크 베니어로 시공했다. 건축물의 북쪽에는 천장까지 닿는 판유리 옆에 솔리드 오크로 된 V자형 기둥을 박아 두른다. 열람실 남쪽의 지붕 구조물은 4.5m 높이의 오크목 회전문 안에 숨긴 강철 기둥으로 지탱시킨다.

이 열람실 건물에는 오크목 바닥재를 깔고 오크목 책장 및 맞춤 제작한 책상을 배치한다. 열람실 인근의 문서보관소용 헛간의 외장은 오크목 선반과 브레이스 도어와 셔터를 갖춘, 유럽산 오크목의 수직형 판자로 구성한다. 안뜰 건너편의 2층짜리 사무실 건물도 유사한 방식으로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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