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달리 주택, 흩어진 퍼즐을 맞추듯이

Architecture / 송은정 기자 / 2018-08-01 18: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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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를 위한 집이다. 아내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긴 공간을 설계하는 데 있어 가장 고려된 사항은 건물을 둘러싼 주변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이었다.

 

집의 외관이 범상치 않다. 2층 높이의 박스형 건물과 박공지붕을 얹은 두 채의 건물이 바라보는 방향을 서로 달리하며 이어져 있다. 두 박공지붕 사이에는 다시 또 평지붕의 공간이 끼어 있다. 마치 여러 채의 집을 엮어 놓은 듯하다.

이 같은 독특한 구조에는 이유가 있다. 안방과 거실, 식당을 비롯해 건물이 지어질 대지의 위치를 정하는 데 있어 풍수지리의 원리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건축주 부부가 요양을 위해 기존에 살던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면서 공주시 쌍달리에 위치한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 지금의 자리 역시풍수지리에 관심이 많았던 남편 이준원 씨가 스님에게 조언을 얻으며 자연경관과 기의 흐름을 고려해 고른 땅이다. 

 

 

 


집을 설계한 유현준 건축가와의 인연은 공주시의 마을회관 여러 곳을 그가 디자인하면서 이어졌다. 건축주로부터 처음 받아 든 평면도는 기이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집이 완성됐을 때의 전체적인 외관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건축주의 필요와 의도에 따라 공간들이 이미 제각각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탓이다. 대지 북쪽에 있는 바위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식당이 있어야 한다거나, 남서쪽의 두 봉우리 사이를 볼 수 있는 각도에 안방과 거실이 위치해야 하는 식이다.

뿔뿔이 흩어진 퍼즐조각을 아귀가 맞도록 끼워 맞추는 것은 건축가의 몫이었다. 필요조건이 너무도 확고했기에 건축주가 제시한 핵심적인 내용을 유지한 상태에서 지금과 같은 외관 디자인을 도출했다. 완성된 형태는 마치 부채를 펼쳐놓은 듯했다. 모양새에 재미를 주기 위해 한쪽 끝은 2층 높이로 세우고 반대편은 박공지붕을 얹어 눕혔다.


 

집은 그곳에서 살아갈 당사자들의 생활방식과 성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가정을 인정하되, 한편으로는 이런 식의 질문도 떠오른다. 때로는 건축주의 구체적인 요구와 고집이 건축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유현준 건축가의 생각은 이렇다. 제약 조건들이야말로 오히려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할 수 있도록 밑바탕이 되는 가장 기초적이고 객관화된 정보라는 것이다. 아무런 단서도 주지 않은 채 건축가에게 모든 것을 전적으로 맡기는 경우와 비교한다면 보다 합리적인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집과 자연이 주고받는 건강한 힘

마을 멀리서 바라본 쌍달리 주택에는 호젓한 분위기가 흐른다. 뒤로는 대나무 숲과 야트막한 산이, 앞쪽으로는 계단식 논이 펼쳐져 있다. 조경이 잘 정리된 마당의 안쪽에는 일반적인 목조주택에서 쉬이 보기 어려운 연못이 들어서 있다. 거실과 정면으로 마주한 연못은 야외 데크를 통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수면에 반사된 산의 굴곡진 골짜기를 언제든 감상할 수 있다.

 

 

 

 


주택 옆에 흐르는 작은 개울과도 수관으로 이어져 있어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받는다. 이때 연못은 물과 산을 함께 담아내는 그릇이다. 건물은 일면 한옥을 닮아 있다. 실제로도 건축주는 안채가 작은 한옥의 모습을 띠길 바랐다. 구들장을 깐 안채의 황토방은 아궁이에 불을 떼는 부부의 부지런함으로 매일 밤 덥혀진다.

 

미닫이문 너머로는 실내 툇마루와 연결되어 있다. 마당을 향해 있는 툇마루 벽의 전면에는 유리문을 달아 탁 트인 자연경관을 나긋이 바라보거나, 문을 활짝 열어 신선한 공기를 안방으로 들일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바깥에서 바라본 안채 건물은 마치 누각처럼 지면에서 떨어져 있다. 경사진 지면을 극복하기 위해 설계된 형태로 건물을 앞으로 돌출시켜 전통적인 느낌에 색다른 분위기를 더했다. 이는 기능적으로도 아궁이에 불을 땔 때 비를 막아주는 캐노피 역할을 한다.

 

대청을 사이에 두고 건물은 안방과 거실, 부엌이 배치된 사적인 공간과 접견실, 위층 서재로 이루어진 사랑채 역할의 공용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다. 구조적 특성상 안방에서 대청 건너 접견실로 이어지는 흐름은 마치 하나의 긴 터널을 통과하는 듯하다. 짐작하건대 안주인이 머무는 안방을 소란스러운 주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배려에서 비롯한 것이리라. 접견실과 거실의 시원한 전면창과 달리 안방에는 한두 개의 작은 창만을 낸 까닭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다. 이처럼 쌍달리 주택을 구성하는 요소들에서 안주인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을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집의 외관은 적삼목으로, 내부는 편백나무로 마감해 나무집 특유의 건강한 기운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물론 두 자연물의 상호작용이 우리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단박에 증명할 도리는 없다. 그저 살아가는 동안 시간을 들여 천천히, 느낄 따름이다.

 

글 송은정 기자 | 사진 박영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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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유현준건축사사무소(유현준)
시공: ㈜스튜가 이엔씨
대지위치: 공주시 정안면 쌍달리 191번지
대지면적: 710.01㎡
지역지구: 보전관리지역
용 도: 단독주택
건물규모: 지상 1층
높 이: 8.7m
구 조: 경량목구조
건축면적: 140.62㎡
연 면 적: 140.62㎡
건 폐 율: 19.80% ( 법정 20%)
용 적 율: 19.80% ( 법정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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