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이너의 자투리 목재 활용법.

아트 / 이다영 기자 / 2019-03-11 18: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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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투리 목재는 나무의 선물과도 같은 거

바닷가 유목으로 작업

사용했던 사람들의 흔적을 발견

작가 토니 뒤랑(Tony Durand)


-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토니 뒤랑(Tony Durand)이라고 해요.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 있는 작은 도시 셰르부르에 살고 있어요. 바다가 가까이 있어서 해변가로 산책을 다니기 좋은 곳이죠. 어려서부터 이 동네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자랐어요. 꼬맹이였을 때부터 바닷가에서 구한 고철이나 나무 조각, 오래된 종이 같은 것들을 잘 가지고 놀았는데, 지금은 그런 재료를 활용하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됐습니다. 

 


- 처음부터 디자인을 공부하진 않았더라고요.
네, 대학에서는 문학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도저히 선생님은 되고 싶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평소 관심 있던 그래픽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게 벌써 15년 전 일이 됐네요!

- 그래픽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나요?
저는 주로 행사 포스터나 책 표지를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광고 회사에서 일해본 적도 있지만 얼마 안 가서 ‘아, 나는 이런 직장에는 맞지 않는 인간이구나’하고 깨달았죠. 직장에서는 사소한 시도까지도 모두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회사는 조금이라도 멋져 보이는 건 용납을 못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어요.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도전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때부터 포스터와 표지 작업을 쭉 이어오고 있어요.



 

- 실물 캐릭터는 어쩌다 만들게 됐나요?
작은 오브제를 만들게 된 것도 그래픽 디자인을 하면서예요. 뮤직 페스티벌에 쓸, 뭔가 획기적인 포스터를 고민하고 있는데 몇 년 전부터 제 방 상자에 모으고 있던 작은 나무 조각들이 기억난 거죠. 그날 점심쯤에 저의 첫 캐릭터를 만들고 저녁에 바로 포스터가 완성됐어요. 디자인을 의뢰했던 분이 보자마자 엄청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실물 캐릭터들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 평면 작업과 입체 작업을 두루 하는 셈이네요. 작업할 때 차이점이 있나요?
평면과 입체 작업 모두 정말 좋아해요. 제가 하는 작업은 대체로 평면 작업을 위해 입체 작업을 거치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도 저는 레터프레스나 리노컷 같은 오래된 인쇄술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요. 목판인쇄 작업을 자주 해서 배나무 같은 판화용 나무와도 친근하죠. 지금도 작업을 할 때 우선 만들고 싶은 물건을 스케치하고, 그걸 입체로 만들어서, 다시 또 사진이나 인쇄물 등으로 옮기는 방식을 사용해요. 

최근에 막 연구하기 시작한 작업 방식이 있어요. 마치 색종이를 사용하는 것처럼 페인팅이 된 나무 조각을 사용해서 그림을 완성하는 건데, 그거야말로 입체와 평면 작업이 서로 완전히 가까워지는 거죠. 

 

 

 

- 오브제를 만들 때는 어떤 재료를 사용하나요?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플라스틱이나 금속, 나무 등 굉장히 다양한 소재를 사용했어요. 길거리나 해변가에서 찾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물건을 활용했죠. 하지만 곧 나무를 가장 즐겨 사용하게 됐어요. 나무야말로 살아있는 물체니까요! 특히 바닷가에서 발견되는 유목들은 처음에는 숲에서 자라다가 나중에는 공장에서 손질을 당하고 마침내는 바다에 버려져서 다시 새로운 삶을 살게 되기를 기다리는 존재예요.

 


- 재료를 구하는 곳이 주로 바닷가인가봐요.
네, 집 근처 해변가나 도시의 길거리에서 많이 찾아요. 자선기금을 모으는 중고 숍에도 자주 가는데 그곳에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리고 가끔은 친구들이 저를 위해 어디서 구했거나 갖고 있던 것들을 주기도 해요.

- 재료에 애정이 담겨서인지 캐릭터들이 굉장히 사랑스러워요. 사소한 재료를 활용하는 방식도 재치 있고요. 캐릭터를 구상할 때 디자인이 먼저인지 재료가 먼저인지 궁금해요.
둘 다예요. 가끔은 아주 특별한 자투리 나무를 발견해서 거기에서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를 얻곤 하고, 그리고 가끔은 구체적인 모양을 떠올리면서 무언가를 만들고 싶을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인데, 작은 보트나 아니면 그 비슷한 모양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찾고 싶은 모양을 스케치한 다음에 그 종이를 저만의 ‘재료 은행’에 들고 가서 비슷한 모양으로 쓸 만한 게 어디 없나 열심히 뒤적였죠.

 


 - 재료 은행이라니, 재미있는 작업 방식이네요. 혹시 자투리 목재만의 효과가 있나요?

저는 한 번 사용된 재료들로 작업하는 걸 좋아해요. 앞서서 그걸 사용했던 사람들의 흔적을 발견하고 뭔가를 상상하는 일이 재미있거든요. 작은 물건들이 마치 저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작업실 공간이 아주아주 좁기 때문에, 작은 조각이어야 더 다루기 좋은 것도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버려지는 게 싫어요. 그런 점에서 자투리가 좋죠. 심지어 작업에 쓰이지 않은 재료라도 그걸 가지고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해요. 

 


-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사람으로서 당신의 취미가 궁금해요.
하루 종일 라디오나 음반(드비쉬부터 푸가지까지, 그때그때 달라요)을 듣기도 하고, 특히 고전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오즈 야스지로, 구로사와 아키라, 프리츠 랑, 오손 웰즈 등의 영화를 자주 봐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멋진 아이디어를 찾아다니거나 조각가, 화가, 그래픽 디자이너, 공예가 등의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찾아내는 거예요. 그래서 저에게는 비핸스(Behance)나 텀블러(Tumblr) 같은 사이트가 또 하나의 놀라운 우주랍니다! 

 


- 작업 시간은 정해져 있는 편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저희 집이 작업실과 아주 가까워서 일상 생활과 ‘근무’ 시간을 적절히 섞어서 활용하는 편이에요. 방금 페인팅이 끝난 작업물을 말리는 동안 집으로 건너가서 요리를 할 수도 있고요,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는 밖에 나가서 조깅을 하기도 해요.

 

 

- 마지막 질문으로, 당신에게 자투리 나무란?

나무 조각은 버려지기엔 너무 소중한 것들이에요. 제 와이프의 말에 따르자면 나무의 선물과도 같은 거죠. 아주 작은 조각이라고 해도 그걸로 할 수 있는 멋진 일이 반드시 있어요!

 

자료제공 Tony Du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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