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건축주가 되다

건축 / 편집부 / 2019-01-03 18: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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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여성건축가인 서경화 소장이 충남 금산에 부모님과 함께 살아 갈 자신의 집을 설계하고 건축주로 나섰다. 고객 중심의 설계를 할 때와 자신을 위한 설계는 분명 크게 다를 것이다. 두 입장을 하나의 출구에서 해결해야 하는 집짓기 과정을 차근차근 물어 보았다.

오손도손가 전경. 옆 마당에는 사무실과 카페가 들어설 예정이다.


- 건축가 자신과 가족의 집을 설계했다. 맨 먼저 고민한 것은 무엇이었나.
주택은 우리 가족 프로젝트의 첫 단계 설계이다. 내년 착공하게 될 자그만 건축사무소와 갤러리, 카페와의 배치를 밑그림으로 뒤에 배경으로 펼쳐질 대지(꽃과 나무)와 조화되는 집을 설계해야 했다. 무엇보다 향후 카페의 인지성과 전망이 중요하므로 주택이지만 조연의 역할을 해야 했다. 집은 시골에 사시는 부모님과 도시에 사는 자녀가 함께 모여살기로 한 만큼 서로의 생활은 편하되 넉넉히 모일 수 있는 공용공간을 잘 연계하고자 하였다. 어쩌면 전원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 계획이 있는 분들에겐 주택의 한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봄에 풀과 나무들이 자라면 주위는 한층 안정될 거 같다.. 


- 타인의 건축을 작업할 때와 다른 점이 있을 거 같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다. 건축사로서 설계를 하는 것은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는 작업이다. 거기에 더해 건축주라는 입장이 되어보니 그 동안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건축주, 건축사 모두의 고려 사항을 맞추어 완공까지 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먼저 자금계획이었는데 건축주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공사 전부터 공사 후 자금 계획까지 직접 해야 했고 예산을 걱정하는 가족들을 심리적으로 안정시켜야 했다. 사실 이 부분이 설계보다 어려웠다.
주택을 시작으로 내년 봄 옆 대지에 사무소와 카페도 들어설 예정이니 가족들의 걱정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미래 비전까지 보태어 설득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내년에 다시 겪을 일이다.

- 설계 시 3대가 함께 살아야 할 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각 매스에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야 했다. 부모님의 생활 패턴과 자녀들의 생활 패턴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교적 일찍 주무시고 일찍 일어나시는 부모님과 늦게 자고 상대적으로 늦게 일어나는 자녀들의 일상이 전원에서도 서로 방해 받지 말아야 했다. 그래서 각 매스는 거실과 주방, 욕실을 별도로 갖추어 편리함을 더했다. 뜨끈하게 생활하길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보일러도 2개를 설치하여 구역별로 난방 효율을 고려하였다.
그러나 식사와 요리, 주된 대화는 부모님 존에서 함께 한다. 출입부분의 필로티와 현관은 공용으로 사용하는데 두 매스를 연결하는 전이적 공간이기도 하다. 결국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하나의 집 설계가 관건이었다.

 

1층의 자녀존으로 오르는 계단.

 

- 부모님은 농사를 짓던 분이었는데, 현대식 주택의 설계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아버님이 건축사는 아니지만 두 차례나 우리가 살던 집을 직접 설계하고 지은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나름 현대적이었을 것 같은데, 화려하진 않지만 예쁜 집에 살았던 기억이 있다. 직접 설계 경험이 있어서인지 과거와 비교 하셨는데 실내의 천고를 시원하게 높이고도 춥지 않은 거실과 새로운 단열재, 단열이 보완된 3중 시스템 창호의 성능에 대해 신기해하신다. 무엇보다 춥지 않은 따뜻함을 몸소 체험 중이다. 처음 접하신 경골목구조에 놀라워하는 반응도 빼놓을 수 없다.

- 여러 분의 의견이 종합되어야 하는 집인 거 같다. 실제는 어땠나.
계획 초반에는 다른 프로젝트와 다를 바가 없었다. 충분히 이해가 될 수 있도록 3차원 이미지로 브리핑도 했고 대화를 통한 의견수렴 과정도 거쳤다. 하지만 막상 공사 중에 이런 저런 변경 요청이 있었다. 더 좋은 방향으로의 변경은 수용하되 부분적인 것만 보고 판단한 사항은 디자인과 기능, 공정, 공사비를 포괄적으로 고려한 것임을 설명한 후 진행되었다. 초반에 우리 집을 짓는 것이니 다소 수월하겠다는 예상은 빗나간 셈이다.  

 

1층 부모님존 거실.

 

1층 자녀존 멀티룸

 

1.5M 높은 자녀존 계단

- “전체적으로 단순하되 지루하지 않은 절제미를 담고자 노력하였다.”라는 의도를 말했다. ‘단순과 지루하지 않음’을 어떻게 풀었는지.
사실 이 부분이 디자인의 핵심이다. 뒤에 넓게 펼쳐질 꽃과 나무의 대지를 배경으로 건물은 조연이다. 단순해야 했다. 물론 단순함을 추구하는 설계 성향도 있지만 단순함이 곧 지루함을 의미하진 않는다. 다만, 지루할 가능성을 품고 있을 뿐이다. 한눈에 봤을 때 모든 공간이 읽혀지는 것은 재미가 없다. 서두에 말했듯이 향후 주변에 지어질 건축물과 대지의 조화를 고려하면 과한 장식적 요소는 배제할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까지 단순함을 잃지 않도록 절제하고자 노력했다.

 

1층 자녀존 복도


2층에서는 1층 부모존을 내려다 볼 수 있다.


- 건물의 사위는 자연이 감싸고 있다-. 시골주택에서 자연과 집의 조화를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그렸나.

4면의 느낌이 다르다. 도시와는 달리 주변에 인접 건물이 없기에 각 방 위에 면한 부분은 별도의 제한 없이 내부의 기능을 반영하기에 충분했다. 서측은 진입 마당에 면해 산을 닮은 중첩된 이미지를 만들고, 남측은 거실, 침실 등이 위치하여 빛을 받아들이기에 부족함이 없고 개울이 흐르는 고즈넉한 풍경과 마주한다. 동측은 두 매스가 빗겨져 만들어진 위요된 부분에 아늑한 안마당을 형성한다. 장독대가 있고 바비큐 파티가 가능하다. 거실의 평상에 앉아 있노라면 동측 창으로 꽃과 나무로 채워질 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물론 자녀존의 복도 끝 창에서도 대지가 보이도록 하였다. 거실, 멀티룸 등의 주된 공간은 맞통풍이 가능하도록 창을 계획하였다. 수직적으로는 부모님존의 높은 경사천정과 면한 다락 같은 2층에 목재 미닫이창을 설치하여 내부 공기가 통하고 2층의 외부창을 통해 순환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목재창은 자녀존이 부모님존과 소통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현재는 비닐하우스에 보관중인 시골에서 필수적인 각종 농기구들은 추후 카페 옆에 별도 공간으로 지어 옮길 계획이다.

 

1층 자녀존


- 도면을 보면 부모와 자녀 공간이 완전 분리되어 있다. 소통의 공간은 주방과 식당에서 이루어지는 건가.
그렇다. 소통의 공간은 부모님존의 거실과 식당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밤늦은 시간에 간단한 군것질을 제외하고 식사는 늘 부모님존에서 할 것이다. 밥상머리 대화만큼 좋은 시간이 있을까? 이곳 거실에서는 오가는 동선을 다 살필 수 있어 좋다. 자녀존의 멀티룸은 말 그대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재봉질 등 수공예 작업, 그림을 그리는 공간이다. 물론 이 공간 역시 소통의 공간이다.

- 건물은 하나지만 부모님과 자녀의 공간이라는 두 매스에 현관 필로티까지 3개의 매스로 나눠져 있다. 건축에서 ‘매스’의 의미를 더 알고 싶다.
외부에서 읽혀지는 직설적인 방식의 공간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본래 매스는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부모님과 자녀존을 각 기능과 방향에 맞추어 길게 반으로 나누고 빗겨서 두 매스로 만들었지만 결국은 하나의 집이다.
대지의 경사를 활용한 자녀존은 부모님존보다 바닥이 1.5m가량 높다. 자연스레 두 매스를 잇는 경사 지붕선이 만들어졌고 가운데 지점인 필로티와 현관 부분은 주변 산세와 닮은 단차를 지닌 중첩된 경사지붕이 되었다. 아마 이 프로젝트의 화룡점정이 될 것 같다. 3개의 매스로 나눴다기보다는 하나로 이어주는 느낌으로 계획하였다. 하나에서 둘로 다시 하나로.

 

입구 필로티는 풍경 조망과 함께 농사 관련  작업장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 건축가의의 입장과 건축주의 입장 여러 상황에서 교차했으리라 생각된다. 어떻게 풀어갔고 어떤 결론을 얻었나.
분명히 달라진 시각이 있다. 향후 건축물 설계 시 고민할 수밖에 없는 건축주의 예산이다. 절실하게 피부로 느낀 부분이기도 하다. 건축사는 전체 공간을 기본으로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디자인에 대한 의욕이 넘친다.
일반인들이 그다지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더라도 병적으로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 이것이 예산과 비슷하게 도달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다만, 그렇지 못할 경우 차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이런 과정에서 자기와의 갈등에 직면하게 된다. 이번 주택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 건축주의 입장에서 건축비가 더 상승하지 않았나.
다행히 예상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어졌다. 초반 견적에서 다소 무리라고 생각했던 반지하층을 과감히 없앴다. 회색벽돌도 금액이 높아서 적벽돌 두 면에만 회색 도장한 제품을 선택하여 가격을 낮추었다.
부모님 욕실 타일은 가격대가 높지만 느낌을 포기할 수 없어 자녀 욕실 타일을 경제적인 것으로 선택했다. 이런 조정 과정을 거쳐 건축비가 예상과 유사하게 되었다.


건물 후면에서 이 주택의 매스가 잘 드러난다.


- 회색 벽돌과 필로티의 흰색이 어우러지는 것 같으면서도 분리되는 느낌도 있다. 건축의 외부 재료 선택에 고민이 있었을 거 같은데.
매스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 하나에서 시작해 나누어지는데 껍질에 해당하는 바깥쪽 매스는 단단하고 견고한 느낌의 자연 재료인 회색 벽돌을, 연한 속살을 상징하는 부분은 순백의 스터코플렉스를 적용하였다. 재료에서도 단순하되 지루하지 않음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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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개요
대지위치 충청남도 금산군 남일면 금산로 214-14
대지면적 705.40㎡ (213.38평)
건물규모 지상 2층
건축면적 153.81㎡ (46.53평)
연면적 146.39㎡ (44.29평)
최고높이 8.80m
건폐율 21.80%
용적률 20.75%
구조 일반목구조
설계 플라잉건축사사무소(서경화 02-6013-5063)
시공 케이에스하우징(010-8979-4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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