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시간이라는 무게 : 가구 디자이너 조셉 웰시

디자인 / 오예슬 기자 / 2019-03-19 18: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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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에 가까운 유려한 곡선은 조셉 월시(Joseph Walsh)가 느끼는 자연의 시간, ‘끝없는 시작’을 의미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끊임없이 매혹되는 그이지만 감히 자연을 논하거나 영감의 대상으로 여기길 경계한다. 환상이 아닌 현실인 그의 작품을 들여다본다.
사진 Andrew Bradley

 

12살 때부터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 당시 꿈은 무엇이었나? 디자이너 혹은 제작자?
그저 무언가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 당시 아일랜드 전통 가구를 나름대로 해석하는 작업을 했는데 그걸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꿈을 지니게 된 것 같다. 그땐 디자인을 했다기보다 그저 만들기에 불과했고 아일랜드 전통가구라는 개념처럼 지극히 특정 스타일에 속하는 작업이었다. 디테일과 장식적인 패턴, 과거에나 통용되던 디자인 솔루션을 반복하는 일이었다. 스스로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주문이 들어온 가구만 만드는 지역 제작자와 비슷했다.

목공을 스스로 배웠는데, 어떻게 목공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나?
처음엔 책에서 보고 배운 것을 직접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다 여러 작업실을 방문하는 여행을 시작했다. 직접 일을 하면서 배운 것이 큰데, 내 십대를 모두 간단한 소품 제작하는 것으로 보냈다. 정말 엄청난 양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기술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만들기가 생활의 일부분이었던 가정에서 자란 것도 큰 행운이다. 낮에는 주로 농장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농장 일에 필요한 농기구를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또 집에서는 어머니가 태피스트리를 만드는 모습을 꾸준히 봐왔다.
 

 

당신의 작품에서 보이는 곡선은 판타지에 가까울 정도다.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그 무엇이 있는가?
나의 마음을 끄는 형태라고 말할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 들어가기엔 어려운 문제다. 판타지에서 비롯된 형태일수도 있지만 어떠한 형태로 실현됐을 때 그것은 현실이 된다. 이것이 창작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 감사하다.

당신이 자연에 대해 느끼는 감동은 상상 그 이상으로 깊다고 생각한다. 영원을 향하는 자연의 재생력과 변형, 움직임에 완전히 매료된 것처럼 보인다. 곡선의 연속된 움직임이 자연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맞다, 그것이 자연에 대한 나의 해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며 ‘자연’이라는 단어 자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무는 당신에게 있어 자연 그 자체인 듯하다. 나무를 향한 당신의 사랑과 거기서 발견한 나무의 놀라움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나무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소재다. 특히 평생에 풀어내는 이야기가 그렇다. 우리가 땅의 일부분인 이상 나무와 인간은 관계되지 않을 수 없다. 성장하고, 성숙하고, 또 나중엔 어떤 것을 창조하기 위해 이용되기도 하고…. 나무는 우리의 선조의 삶이 묻힌 땅에서 자라나 또 다시 우리의 삶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나 내 팀원들이나 나무를 만질 때마다 놀라곤 한다. 모든 나무가 제각각의 반응을 보이고 매번 다른 결과물을 안겨다 준다. 특히 프리폼(freeform) 작업에서는 나무의 저항력과 끊임없는 피드백에 맞서기 때문에 그에 대한 우리의 반응도 매번 다르다. 이것이 작업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최근 작품 과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를 설명한 노트에서 “재료 속 숨어있는 구성의 미스터리”라는 말을 남겼다. 그 미스터리라는 게 뭔가?
디자인과 건축, 미술 분야에서 활동한 많은 예술가들이 자연 속에서 비례를 찾으려 노력했고, 그것이 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하지만 내가 자연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말로써 할 수 있는 해석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래서 특별한 기대를 가지고 작업하지 않는다. 최대한 재료와 교감을 하려고 하되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편이다. 자연은 하나의 복잡한 코드이며 아무리 애쓴다고 해도 그 코드를 풀어내 디자인에 적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다만 재료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을 뿐이다.

 

 

에 대해서는, 어떻게 침식이라는 주제를 떠올리게 됐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당신이 발견한 침식의 패턴이란 무엇인가?
을 작업할 때는 나무를 뚫어서 깎는 과정을 반복한다. 굉장한 섬세함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마침내 크고 단단한 조각적인 형태를 만들어 내는데, 그러한 덩어리가 주는 어떤 호소력이 있다. 이 또한 시간을 대변한다.

주로 올리브 애쉬를 사용하는데 특별히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
아일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아일랜드에서만 자라는 건 아니지만 많지 않은 토종 나무 중에 하나다. 성질이 참해서 작품 재료로 쓰기에 적절하다. 특히시리즈를 작업할 때 다루기가 참 편했다. 

 


집성한 목재를 벤딩하거나 재구성하는 특별한 비결이 있나? 곡선의 움직임이 무척이나 자유롭고 자연스럽다. 마치 인간의 뼈와 근육을 보는 듯하다.
비결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지식이라는 건 공유되어야 하고, 그럼으로써 더욱 발전 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비밀일 수는 없겠지만 아직까지는 비밀로 하고 싶다.

요즘 당신의 관심사는 뭔가? 그 중에서도 당신의 창의력을 자극시키는 것은?
나는 언제나 자연과 계절이 보내는 사인에 사로잡힌 채 산다. 요즘은 아일랜드에 봄이 오고 있음을 느끼는 중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사람들의 행동이나 환경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관심이 많다.

 

 

가구 디자이너로서의 당신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작품을 통해 내 자신과 나의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한 형식으로 구현된 아이디어와 디자인 솔루션, 혁신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역할은 그보다 훨씬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스튜디오로 출근해 앞으로의 프로젝트를 구체화시키고 나와 내 팀이 만들어낸 현실 안에서 하루를 보낸다. 나의 작품이 다른 이의 삶과 일터에 있어 영향력과 중요성을 지닐 수 있다면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당신의 작품에서 어떤 것을 느끼고 경험하길 원하는가?
멈추길 바란다. 경외심에 빠질 게 아니라 그냥 멈춰서 감상하고, 그 무엇을 의미하고 있음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시간을 상징하는 재료, 가치와 염원을 담은 아이디어, 그리고 자기수양과 헌신을 드러내는 제작 수준에 대한 이해이다.

 


앞으로 선보일 프로젝트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
상파울루 개인전을 위한 작품으로 굉장히 흥미진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거대한 프리폼 작업이다. 새로운 재료를 접목할 계획도 있다. 아름다운 곳에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이다. 

 

조셉 웰시(Joseph Walsh)
1979년 출생의 아일랜드 가구 디자이너. 목공을 독학으로 배운 이력의 소유자다. 1999년 아일랜드 코크(co. cork)에 스튜디오를 설립, 다국적 출신의 제작자들과 팀을 이뤄 활동 중이다. 자연에 대한 자신의 감상과 해석을 기품 있는 곡선으로 표현, 미와 기능을 넘어 삶의 가치를 높이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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