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의 맛, 레인디어

공예 / 박신혜 기자 / 2019-07-25 1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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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액세서리를 파는 곳
해체주의 표현방식
장인정신으로 제작한 브로치

 

 

한남동에 순록 한 마리가 나타났다. 주변의 이목을 끌던 녀석은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낯선 골목 안으로 성큼 뛰어 들어갔다. 순록이 급히 들어간 곳은 나무로 만든 액세서리를 파는 곳. 레인디어(reindeer)다. 

 


한남동 거리에는 재밌는 가게들이 가득하다. 자주 오가며 익숙해졌다하더라도 인적이 드문 골목을 탐방하다보면 또 한 번 낯설어지는 매력을 가졌다. 한강진 역 근처 골목길 한갓진 슈퍼마켓 앞에는 최근 액세서리 숍으로 변한 주택의 창고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마을사람들도 신기한지 자꾸만 기웃기웃하는 작은 가게의 문을 두드렸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레인디어

 


어둑해져 인적이 뜸해진 골목의 끝에는 늦게까지 불이 켜진 레인디어가 숨어있었다. 독특한 구조의 내부는 대표 임창혁(34) 씨와 공동대표이자 디자이너 이은정(31) 씨가 지키고 있었다. 연인이자 동업자인 두 사람은 모두 남성복을 전공하고 밀라노로 유학을 다녀왔다. 

한국에 들어와 각각 패션 엠디로 활동하던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합이 잘 맞았다. 장인정신 없이 대량생산되는 국내 디자인 시장에 대한 회의와 성토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척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이 있을까. 우리의 장인정신을 세계에 선보일 아이디어가 없을까. 그들은 장인정신을 표현할 특색 있는 패션 아이템인 브로치를 선택했다.

 


사실 모티프는 부토니에와 가깝다. 여성이 청혼할 때 받은 꽃 한 송이를 남성의 가슴에 꽂아주는 것에서 유래한 부토니에는 이후 격식을 차리는 옷차림에 신사다움을 나타내는 표식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부분이면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깊이 있는 한 조각, 그것이 레인디어가 지향하는 바다.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킬 공예 장인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꼭꼭 숨어있는 그들을 만나 디자인 제안을 해도 이런 건 젊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며 손사래 치기 일쑤였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손기술에 레인디어의 디자인을 담을 장인을 만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의 데이트는 소재 개발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는 걸로 퉁쳐야 했다. 고군분투하는 어린 커플에게 어르신들의 애정 어린 조언이 쏟아졌다.

하나의 취향으로 완성한 공간



 

그렇게 전국을 돌아다니며 모은 것들이 하나하나 숍에 쌓였다. 집주인이 이런 창고를 어떻게 임대 해주느냐며 망설였던 곳이었지만 따로 공사를 하지 않아도 전시실과 작업실이 분리된 구조가 좋아 한남동 골목 어귀에 자리를 잡았다. 노출 구조는 그대로 두고 페인팅만 덧댄 후 에폭시를 깐 바닥은 세련되고 번듯한 쇼룸이 되었다. 오렌지와 재스민 향을 섞은 우디 계열의 은은한 레인디어 향을 제조해 퍼뜨렸다. 가공하지 않은 느티나무 원판을 중심으로 각종 공방의 인테리어 소품이나 공사판 파벽 등을 모아 공간을 꾸몄다. 정갈하게 말린 수국 옆 한 쌍의 순록 뿔이 이곳이 어디인지 분명히 말해준다. 

 


 

이미 순록의 머리에서 떨어져 나온 뿔처럼 대지에서 벗어난 나무 조각이 고유성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해체주의가 레인디어의 표현방식이다. 재료는 대추나무와 흑단이다. 조각을 할 때는 결이 잘 살아나는 대추나무를 선호하는 반면 고객들은 묵직하고 우아한 색의 흑단을 좋아한다. 여기에 금으로 된 핀을 꽂으면 하나의 오브제가 완성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순록 한 마리



 

나무 외에도 스털링 실버, 원석, 산호, 가죽 등 레인디어의 재료와 아이디어는 아직 다 발굴되지 않았다. 이 재료를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만들 수 있을지 연구하기 위해 배워야 할 것도 산더미다. 완성된 액세서리는 국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본과 밀라노 등 남성 패션 시장이 활발한 곳을 중심으로 퍼져나갈 예정이다. 

순록의 뿔에 새겨진 마음 심(心)처럼 잊히는 우리나라 장인들의 솜씨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각인될 수 있도록 연결고리가 되어 줄 레인디어의 가벼운 발걸음을 눈여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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