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구디자이너 그레그 클라슨: 가구에 새긴 눅색강(Nooksack river)

오브젝트 / 박신혜 기자 / 2019-05-21 17: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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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둘러싸인 공방
눅색강으로부터의 영감
구글의 런던 본사에 가구 공급

 

미국 워싱턴 주 북서쪽에 있는 왓컴 카운티를 찾게 된다면 한아름 목재를 들고 운반하는 이가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자. 이제는 시애틀 북서쪽 우드워킹 갤러리의 주요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그레그 클라슨(Greg Klassen)이 작업에 필요한 메이플, 느릅나무, 월넛 슬랩을 골라 자신의 스튜디오로 향하는 장면을 포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목수의 전공은 신학이었다. 브리티시콜롬비아의 에버츠포드에 있는 콜롬비아 신학 수업을 들을 때만해도 가구를 만들게 될지 몰랐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잠시 학교를 휴학하고 나무를 재사용하는 일도 함께 진행하는 목재 가공 회사에 일자리를 구했다. 퇴근할 때 회사에 널려있는 나무를 챙겨와 아내와 자신이 사용할 가구를 이것저것 만들었다. 하루 종일 이어진 노동에 달콤한 휴식이 필요할 법도 하건만 나무를 재료로 만드는 재미에 빠져 피곤한 줄도 몰랐다. 이때부터 그레그 클라슨의 나무 사랑이 시작되었다.  

 


목수가 되는 길

나무에 빠져 자신의 가구를 직접 만들면서 그는 전공 교과서를 손대패와 바꾸었다. 연장을 손에 쥐고 나니 나무 다루는 기술이 필요했다. 가구디자인과 순수목공을 배우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레드우드코스트와 스웨덴의 섬마을 등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며 목수의 역량을 쌓았다. 

 

곧 배운 기술을 동원해 몇 가지 수공구와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워싱턴 린든에 자리를 잡았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가 찾아왔고 가진 것 하나 없는 그였지만 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만족감에 취해 자연스럽게 목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본인이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를 정확히 알고 작업해야하며 그 결과물로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어야만 한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빠이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목수여야 하는 것이다. 


낯선 길이었지만 그의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미국의 권위 있는 스미스소니언 크래프트 쇼에 초청을 받아 그의 작품을 선보이는가하면 마샤 스튜어트의 라이브 쇼에 초대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오프닝에 그녀가 인터뷰한 유일한 예술가였다. 최근 인터넷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그레그 클라슨의 가구들은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사이트를 클릭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홈페이지에는 목수의 자부심을 나타내는 듯 망치와 끌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태평양을 담은 가구. 리버 컬렉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해도 그레그 클라슨 작품의 출처는 분명하다. 바로 태평양 연안 북서부 지역이다. 2에이커에 달하는 크기에 101년이 된 오래된 농가에 터를 잡은 그레그 클라슨의 집은 나무, 강, 들판, 말 그대로 온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다.

 

재료 또한 여기에서 자란 것들이다. 그는 월넛, 마호가니, 메이플 등 스튜디오에서 30마일 안에서 지속적으로 자라고 있는 나무를 데려온다. 목수는 푸릇하고 싱싱한 목재에 초록색 목초지, 눈이 쌓인 산, 힘차게 흐르는 강과 함께 살아간다. 문을 열고 나가면 그들을 둘러싼 아름다운 풍경이 속삭인다. 가구에 자신을 담아달라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리버 컬렉션(River collection) 역시 스튜디오 아래를 넘실대며 지나가는 눅색강(Nooksack river)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대신 이 컬렉션에 쓰이는 재료는 곱게 재단된 목재가 아니라 버려진 나무에 푸른 유리를 더해 완성했다. 강을 담은 가구는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구글의 런던 본사와 아일랜드의 역사를 품은 사유지 등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나섰다.

신이 내린 선물, 목수의 지문
그레그 클라슨의 작업은 전통수공구와 현대적인 목공기계를 적절히 섞어 진행된다. 하지만 그의 방점은 언제나 단 하나의 작품에 찍혀있다. 작가 스스로 상품이 아닌 기능을 담은 예술을 창조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손으로 제작한 가구에는 늘 다른 목수의 손때와 지문이 묻는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바로 그러한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목수는 모든 자연스런 상태를 작품에 담고자 한다. 이 과정은 신에 대한 기도이거나 한 집안을 지탱하는 가장의 무거운 어깨일 수도 있다. 모든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문이 나무에 닿는 동안 목수는 작품에 태평양을 담아낼 것이다.

 

목수 그레그 클라슨(Greg Klas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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