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길을 따라 집을 그린 목조주택 ‘하우스 No9

Architecture / 육상수 기자 / 2018-03-31 17: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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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어 유물이 된 기찻길과 작은 역사 지붕 위로 해거름의 남빛 하늘을 새의 무리들이 집을 찾아 날아간다. 그 새들의 엇갈리는 귀롯길 아래로 하우스 No9이 있다.

 

 

하우스 No9은 건축주 김영철 씨 가족이 30여 년 만에 가족이라는 공간에 방점을 찍는 새 집의 이름이다. 이 가족들은 8번의 이사를 거쳐 9번째에 가족의 삶과 일을 모두 농축한 집을 경기도 양수리 능내역 담장을 따라 지었다. 미술교사인 가장과 수예전문가 아내 그리고 일러스트를 전공하는 딸과 건축과를 다니는 대학 생 아들이, 두 채의 집을 짓고 입주를 했다. 1년 가까이 준비한 집이기에 그 마음은 첫사랑 연인의 옅은 미소에 버금가는 설렘이 있었으리라. 집이 두 채니 감동도 갑절일 것이다.


둔각의 꼭짓점들이 사선을 이루는 두 집

 

A동 2층 계단이 둔각의 디자인에 걸쳐 있다. 뒤 건물이 B동이다. 

이사를 하루 앞두고 건축주 부부는 집의 곳곳을 점검하고 있었다. 텅 빈 집에는 사람의 향기 대신 집의, 그간의 수고로움이 묻어 있었다. A, B동 모두 약 12평의 바닥 면적에 2층으로 지어졌는데 공간의 중심에 서면 좁은 듯 좁지 않고 넓은 듯 넓지 않다. 목조건물의 자유로운 디자인을 구사한 이 집의 핵심 요소는 둔각의 꼭짓점들이 자유롭게 만나고 있고 그 결과 점·선·면의 유기적 접점을 통해 리드미컬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 디자인은 대지의 흐름에서 온 것인데, 유선으로 뻗은 땅을 가장 효율적으로 풀어낸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상상의 발단은 이 집의 하늘을 지나는 새들의 반복적이면서도 중첩 선에서 출발했다고 홍진희 건축가는 설명한다. 약점을 장점으로 대치한 것으로 바르게 생긴 대지였다면 구상력 또한 쉬웠을 것이고 단순했으리라.

 

12평 남짓한 A동 1층. 부부가 살아 갈 이곳은 기늘적 공간 분할을 했다.
1츨 거실에 평상 디자인으로 단차와 작은 뜰을 배치해 시각 확장성을 주었다. 
A동 2층 거실 겸 방. 이곳은 건축을 전공하는 아들이 머물 곳이다.

하지만 하우스 No9은 그 결점을 메우기 위해 정진하다 보니 상상 이상의 아름다운 공간을 얻게 되었다. A동의 1층은 부부가 2층은 건축생도 아들이 거주한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외부에서 연결되었는데 좁은 공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 한지붕 아래가 아닌 각각의 지붕을 덮고 사는 것이다. 2층은 주방과 침실이 곧바로 연결되고 삼각형의 운동성과 작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으로 좁은 공간에 운동성을 주었다.

 

작은 테라서지만 여유를 갖기에 충분하다.

 

이는 아들의 각별한 요구를 건축가가 적극 수용한 것으로 집을 짓는 과정에서의 좋은 선례를 남긴 경우다.
작은집을 짓는 데 가장 먼저 전제되는 것은 바로 ‘간소함’이다. 먼저 비울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건축주에게 언뜻 이삿짐이 걱정된다고 물었을 때 즉답으로 ‘가져올 게 없습니다.’였다. 단단히 준비하고 있음을 알아채고도 남았다. 1층은 주방이 넓게 자리한 대신 나머지를 최소화시켰다. 그런다보니 붙박이장의 반발에 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가족의 재능을 담은 공간

 

B동 1층. 공예숍으로 운영될 공간이다 .

B동은 짓기 전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본 건물이다. 건축사무소 스무숲 홍 소장이 언제부터인가 남다른 설계를 준비하고 있음을 고지했다. 1층은 가족 모두의 재능이 녹아드는 생활소품을 담는 가게고 2층은 일러스트 작가인 장녀가 거주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무엇보다 집의 기능이 가족의 작업실을 실현 한다는 사실에 설계와 시공 과정을 눈여겨 보아왔었다.

  

B동의 2층 역시 작은 공간이다. 하지만 높은 천장으로 공간을 확장했고 그 증거로 오픈 다락방을 만들었다. 또 크고 작은 창들을 4면에 적절히 배분해 은밀성과 개방성을 동시에 가진다. 은밀성은 입체적 조명이, 개방성은 밝은 빛이다. 결국 집은 바람과 빛과 습도의 어우러짐이 근본이고 이들의 조화가 좋은 공간을 이룬다.

 

B동 2층 거실겸 방. 계단 위의 다락은 일러스트레이터인 딸이 작업실로 쓸 예정이다.
정갈한 B동 2층 거실

 

LED조명으로 공간 입체성을 높였다. 

하우스 No9는 최소화, 최적화를 실현한 집이다. 공간의 제약으로 단순함을 지향하다보면 자칫 단조로움의 늪에 빠질 수 있는데 설계를 담당한 홍 건축가는 오히려 적극적인 디자인을 구사해 실용성과 동적 요소를 잘 표현하고 있다. 또 조명, 욕실 등에 쓰이는 작은 제품에도 디자인이 뛰어난 고급제품을 적용해 시각성을 높였다. 특히 이 집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외관과 그를 둘러싼 주변 풍경에 있다. 기능을 상실한 능내역의 낭만적 건축물과 사위의 한적한 숲이다. 하루 종일 지저대는 새소리는 자연의 건강함을 말하는 것이고 새들의 초저공비행은 이 땅의 친숙함을 뜻한다.

  

예리한 둔각의 이중 구조 지붕은 십자가만 걸면 말 그대로 유럽의 전원 교회가 되고 만다. 높은 지붕은 실내 공간 활용이란 이유 외에도 느슨한 풍경을 그리는 데도 한 몫 한다. 이 디자인은 건축사무소 스무숲의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는 집에 대한 낭만적 상상이기도 하다. 하얀 벽면에 삼나무와 세콰이어 목재의 거친 표면은 단조로움을 경계하면서 집 주변의 나무들과 같은 호흡을 한다.


하우스 No9의 두 건물은 바다 위의 작은 배들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면서 대지를 항해하고 있다. 4벽면의 외벽 디자인은 전혀 다른 형태로 손님을 맞는다. 외형과 내부의 모든 선은 예각과 둔각으로 만나 면으로 이어진다. 바닥이 직선이면 벽이 꺾기고, 벽이 바로 서면 천장이 기운다. 마치 집의 몸통이 부채처럼 접히고 펴지기를 반복한다.


행복한 우리 집


왼쪽 건물이 A동, 오른쪽 건물이 1층에 숍을 겸한 B동이다.

이미 지은 건물을 구입하는 경우 가족 구성원의 삶의 내용을 실현하기 어렵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부모가 아이의 필요와 강구를 대신한다. No9의 남 다른 점이 있다면 이미 성인이 된 가족들이 각자의 이해와 필요를 공유하고 존중하는 데서 이 집을 지었다. 건축가에게는 평면에 4채를 짓는 고단한 일이 됐겠지만, 그만치 별개성이 돋보이는 건축물을 얻을 수 있었다.


가장 김영철은 집을 짓는 여정에서 어린 시절 가난한 삶을새삼 떠올렸다. 시골의 어린 사내에게 미래라는 단어조차 떠올리기 힘들었을 텐데 어쩌다 시절을 보내다보니 소중한 아내와 귀한 자식을 얻었고, 이렇게 가족 모두의 삶과 꿈을 담는 아름다운 집까지 얻어 세상에 회자되는 참으로 감지덕지, 복 많은 남자가 아닐 수 없다.


해가 지고 밤이 깊어지니, 건물의 윤곽은 더욱 또렷해졌다. 창에서 흐르는 은은한 조명 빛이 푸른 밤으로 스며들어 오늘의 수고를 위로하고 안식으로 이끌었다. 누군가가 12평의 땅에도 집을 지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물론 지을 수 있고, 그것도 아주 잘 지을 수 있다고 답할 수 있을 거 같다. 확인하고 싶다면, 수고스럽지만 능내역 뒷담으로 No9을 찾으라고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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