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찾아오는 여행자의 집, 카사엠엠

Architecture / 김수정 기자 / 2018-03-23 17: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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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상파울루의 야트마한 구릉에 자리한 레지던스 카사 엠엠(CASA MM)의 한편은 뻥 뚫려있다. 뚫린 공간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드나든다. 라운지 위에서 여행자들은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다. 그곳에서 바람은 남미의 풍성한 햇살만큼이나 넉넉하다.

 

 

건축가 마르시오 코간(Marcio Kogan)은 상파울루의 무덥고 습한 기후가 얼마나 여행자들을 지치게 하는지 알고 있었다. 에어컨 같은 냉방 장치로 쾌적한 실내온도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이곳은 여행자의 집이다. 이국의 바람과 냄새, 햇살을 충분히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한낮에도 시원한 비밀


그래서 떠올린 것이 T자형 구조였다. 가로축으로는 기다린 1층짜리 건물을 두고, 세로축이 가로축에 놓인 건물을 수직으로 관통하도록 만들었다. 세로축은 벽도 없고 데크만 깔려 있는 완전히 빈 공간이다. 가로축과 세로축이 만나는 공간은 한옥의 대청마루처럼 앞뒤로 시원하게 열려있다. 소파와 바(Bar)를 갖춘 라운지로 기획된 이 공간은 무더운 날에도 시원한 바람이 분다. 한낮의 태양이 집과 집 주변 지표에 내리쬐면 주변의 공기가 데워져 상승하게 되는데 이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외부에서 바람이 들어오는 원리다. 이렇게 들어온 바람은 건물 곳곳을 순환하며 열기를 식히고 습기를 날려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한다. 한낮에도 실내가 시원하고 쾌적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러한 구조 때문이다.

 

 

보드라운 풀이 자라고 있는 독특한 지붕 또한 온도 조절을 위한 효과적인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녹화 지붕은 주변의 구릉과 어우러져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집의 온도를 낮추는 냉각제 역할을 한다. 풀과 흙이 머금고 있는 물이 천천히 증발하면서 지붕의 열을 함께 가져가는 원리다. 녹화지붕의 냉각제 효과는 평평한 형태보다 경사진 형태에서 10배 이상 늘어나는데 이러한 점에 착안해 건축가는 지붕을 비스듬히 경사지게 만들었다.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강한 햇살 또한 건축가에게 숙제였다. 건물 주변의 수려한 경관을 언제든 감상할 수 있게 하려면 전면의 통유리는 불가피했다. 그러나 열전도율이 높은 유리는 바깥의 열을 고스란히 전달해 실내 온도를 높일 게 분명했다. 이를 막기 위해 블라인드 설치를 고려해볼 수 있었지만 건축가는 접이식 차양(brise-soleil)을 선택했다. 블라인드는 유리 안쪽에 설치하기 때문에 열기는 차단하기 어렵지만, 차양은 유리 바깥쪽에 설치하기 때문에 유리에 직사광선이 닿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준다. 빛과 함께 열기도 차단하는 것이다. 차양은 나무로 촘촘히 짜여 있어서 차양을 편 한낮에 카사 엠엠을 바라보면 마치 나무로 만든 집처럼 보인다. 이렇게 카사 엠엠에는 패시브 하우스에 적용되는 다양한 장치들이 들어가 있지만 그런 요소들이 전면에 드러나 있지 않고 디자인과 경관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가장 아름다운 라운지

 

 

 

집의 중심이 되는 라운지는 앞뒤가 탁 트인 개방된 공간이지만 단골 카페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 느낌을 만들어내는 일등 공신은 나무다. 나무는 공동거실의 천장과 바닥에 걸쳐 과감하게 쓰였다. 라운지의 천장은 노출 콘크리트를 회색빛이 감도는 브라질산 프레이조(Freijó)로 마감했고, 좀 더 아늑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높이를 낮췄다. 바닥에 깔린 데크에는 역시 브라질산 나무인 쿠마루(Cumaru)가 쓰였다. 쿠마루는 무늬가 아름다우면서 강도는 오크(Oak)보다 2~3배 이상 강한 나무로, 따로 방부 처리나 도장을 하지 않아도 그 아름다움이 수십 년 이상 유지된다. 쿠마루 데크는 햇빛과 바람 속에서 해마다 은은하게 색이 짙어진다.

 

 

  

나무로 짜인 이 아름답고 편안한 공간은 피로하고 긴장된 여행자들을 라운지로 호출한다. 라운지 위에서 여행자들은 오래 알던 친구처럼 혹은 애인처럼 어울려 앉아 담소를 나눈다. 어떤 이는 테라스로 나와 와인을 마시고, 몇몇은 선베드 위에 누워 일광욕을 즐긴다. 테라스 끝에 놓인 수영장에 구름 낀 남미의 하늘이 비친다. 프레임을 감춘 이 인피니티 엣지 풀(infinity-edge pool)은 마치 거대한 거울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색깔을 레지던스의 마당 위에 내려놓는다. 여행자들에게 상파울루의 아름다운 자연을 전하고 싶었던 건축가의 바람은 이곳 카사 엠엠에서 아름답게 이루어지고 있다.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Fernando Guer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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