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가 남미혜 : 네 마리의 토끼를 잡은 여자

Craft / 이현수 기자 / 2018-10-16 17: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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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가, 가구디자이너, 에디터, 수집가…. 한 몸으로 여러 일을 ‘잘’ 해내는 그녀가 멋있다.


남미혜는 누구일까? “마감이라 바쁘시죠?” 나의 업무 환경을 잘 이해해주는 그녀는 ‘매거진 B’ 객원 에디터다. 작업실을 빡빡하게 둘러싼 나무, 영화 DVD, 책, 사진 등을 모으는 수집가이기도 하다.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 대학원에서 조형예술학 박사를 마친 그녀는 가구 디자이너이기도 하고, 2016년 공예트렌드페어 스타상품개발사업에서 직접 제작한 상품이 완판에 성공한 공예가이기도 했다. 여러 가지의 일을 척척 해내는 그녀를 계속 알고 싶었다.

항해의 시작



 

국민대학교 실내디자인과를 나왔으나, 인테리어보다는 가구에 관심이 있었다. 졸업하기 위해서는 설계도면을 그려야 하는데, 교수에게 직접 디자인한 가구로 대체해달라고 부탁했을 정도였다. 어렵게 승낙을 받은 후, 졸업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홈 인테리어 전문회사 한샘과 인연이 닿았고, 졸업도 하기 전에 한샘 연구소에 입사했다. 연구소에서는 상업적인 가구를 찍어내기보다는 해외전시용으로 가구와 인테리어 제작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회사 생활이 고단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여느 직장생활이 그렇듯, 계속 남느냐 새로운 도전을 하느냐에 갈림길에 섰고 남미혜 공예가는 새로운 도전에 깃발을 들었다.


호기심에서 발견하는 재능



일을 그만두고 나서는 일본으로 바로 떠났다. 그곳에서 테라하라 요시히코 교수를 만나, ‘인간은 왜 앉는가?’와 같은 본질적인 물음을 해소하기 위해 그녀는 수없이 관찰하고, 서적을 읽었다. 그렇게 연구를 하던 와중, 일본 1800년대 후반 개화기 시절 제작한 ‘양가구’ 자료를 발견하게 돼 흥미를 느꼈다. ‘의자 등판은 르네상스, 다리는 로코코, 가구에 새겨진 조각은 동양의 수선화라니’ 막 신문물을 받아들이고자 한, 한 나라의 혼란과 혼동이 가구로부터 읽힐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다. 관련된 것들을 모조리 수집했고, 분류해서 나름의 잣대를 만들었다. 그렇게 세워진 기준을 바탕으로 논문을 쓰게 됐고 교수들로부터 꽤 유쾌한 글솜씨가 있다는 평을 듣게 되면서, 작문에도 소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당시 연구했던 개화기 시대 양가구는 ‘가루이자와 보리’라는 일본 전통 목조각 장르가 가미된 흥미로운 가구였다. ‘가루이자와 오사카야’ 공방은 가루이자와 보리 장르를 고수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공방 중 하나였고, 그녀는 그들과 함께 작업하면 좋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 3년간 콜라보를 진행했다. 그렇게 남미혜는 자신의 궁금증에 대한 마침표를 찍게 된다. 

‘달’을 담아내는 공예가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운이 좋게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그 사업에서 나전장 김선갑 선생을 만나게 됐다. 왕십리에서 장수, 부귀, 벽사의 의미를 담아 거북이, 봉황, 복숭아를 수놓은 자개장이 거침없이 찍혀 나오던 것이 흥미로워 자개나 옻칠에 관심이 가던 찰나였다. 김선갑 선생과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 둘 곳 없는 화려한 낮과 같은 옛 자개장 말고, 고요한 밤을 지닌 자개를 표현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자개의 특성을 살리면서 최대한 심플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둘은 오래 고민했고, ‘Half moon table’이라는 반원형의 월넛 테이블을 만들었다.

 

남미혜는 김선갑 명장과 함께 작업하면서 나전칠기 방법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지만, 직접 제작까지 한다는 것은 욕심을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공예트랜드페어에 나갈 때도 직접 디자인을 하고, 따로 제작해줄 장인들을 만나봤다. 하지만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그녀와 의견이 맞지 않았다. 남미혜는 곧 다짐했다. ‘공예트렌드페어에 나갈 작품을 내가 한 번 만들어보자’ 


처음에는 월넛, 느티나무, 체리나무와 같은 원목으로 나전칠기 트레이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옻칠을 하게 되면 가격이 너무 높았고, 옻칠 작업을 하지 않으면 나무가 점점 변형되면서 자개가 깨지는 상황이 발생 되어 가공목을 선택하게 되었다. 역시나 쉬운 작업이 아닐 거라 예상했지만 그녀는 주어진 상황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결국, 자개에서 아기자기함과 캐주얼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평을 받는 ‘Moon light tray'는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완판되는 성과를 이루었다.


고궁을 걷다가, 자신을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남미혜 공예가는 꽃담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의외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생각보다 옛것을 재료로 자신의 작품에 녹여내는 친구들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한국 전통 무늬와 옛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키트를 만드는 친구, 유물 속에 독특한 표정을 따서 책을 만든 친구도 있다. 남미혜 공예가는 2017년에는 이 친구들과 함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꾸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 공간에서 전시할 수도, 영화가 선보일 수도, 또 퍼포먼스를 할 수도 있다. 그 공간을 상상하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공연 기획자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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