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가구 브랜드, 비트라(Vitra)

디자인 / 정인호 기자 / 2019-07-02 17: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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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가구 브랜드 ‘비트라(Vitra)
60년 넘게 가구의 명성 유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함께 성장

 

비트라는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다. 장 프루베(Jean Prouve),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 필립 스탁(Philippe Starck), 찰스 & 레이 임스(Charles & Ray Eames) 등 디자이너들의 이름만 들어도 비트라의 위상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명품이 으레 그렇듯 비트라의 제품들 역시 고가를 자랑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의 가구를 꾸준히 애용한다. 비트라의 명품 철학이 궁금해진다.

협업을 통한 지속가능성



가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임스 부부의 라운지체어를 기억할 것이다. 비트라에서 1957년에 생산된 후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로 판매되는 제품이다. 이는 비트라가 추구하는 가치 ‘지속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비트라는 ‘불멸의 가구’를 만들고자 한다. 그들은 형태와 품질 등 모든 면에서 이에 부합하는 가구를 만들고자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을 데려온다. 그리곤 디자이너에게 모든 재량권을 준다. 부품업체, 유통업체 등 제품이 판매되기까지의 과정에 함께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물론 각 분야마다 최고의 적임자에게 일을 맡긴다는 전제하에서다. 업무별로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되기 때문일까. 비트라의 제품은 나무, 가죽, 패브릭, 알루미늄 등 다양한 재료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비트라의 직원들은 디자이너 고유의 개성을 지키며 한데 모으는 에디터의 역할을 할 뿐이다. 

 

 

 

 

 

비트라는 디자인팀을 별도로 채용하지 않는다. 대신 프로젝트에 따라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을 한다. 이 혁신적인 시스템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비트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론 아라드(Ron Arad)의 모어오버(Moreover), 나오토 후카사와(Naoto Fukasawa)의 체어(Chair) 등 ‘비트라 에디션’이라는 실험적인 제품을 생산한다. 이들은 찰스 & 레이 임스나 조지 넬슨(George Nelson) 같은 전설적인 디자이너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시장 논리에 연연하지 않은 발칙하고 신선한 가구들 역시 꾸준히 선보인다.

사무 공간의 혁신을 주도하다



유명한 디자인 가구들 때문에 사람들이 비트라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비트라는 사무 가구 브랜드다. 조지 넬슨의 ‘액션 오피스(Action Office)’나 안토니오 치테리오(Antonio Citterio)의 ‘애드 혹(Ad hoc)’ 역시 비트라에서 생산된 사무 가구다. 

 

 

비트라는 사무 공간에서의 소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들고자 한다. 부훌렉 형제(Ronan & Erwan Bouroullec)의 ‘조인(Joyn)’은 비트라의 목적이 반영된 대표적인 예다. 이 시스템은 업무 형태에 따라 플랫폼을 바꾸어가며 사무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로써 딱딱한 오피스 환경에서도 활발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이 디자인에 대한 발상이 어디서 왔는지는 그들의 사무실을 엿보면 알 수 있다. 비트라 본사 사무실에서는 자리가 따로 정해지지 않아 직급과 무관하게 아무 데나 앉는다. 팀장이나 부장의 방도 따로 없다. 비트라가 자유로운 공간 구성을 생각해낼 수 있었던 것은 분업과 위계질서가 없는 그들의 업무 환경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사무 가구의 실용성과 내구성만 강조하는 게 아니다. 사무 공간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도 제시해준다. 비트라는 회사를 일터가 아닌 생활공간으로 해석한다. 부훌렉 형제가 만든 ‘Alcove Work’ 또한 개방적인 사무실 안에서도 자신만의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집과 회사에 모두 어울리는 사무 가구. 관료적 시스템을 탈피한 비트라이기에 도출해낼 수 있었던 아이디어다.

철학이 담긴 비트라 캠퍼스



 

비트라의 가치는 가구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비트라 캠퍼스는 그들의 정체성을 건축적으로 보여 준다. 스위스 바젤에 인접한 독일 바일 암 라인(Weil am Rhein)에 위치한 24만㎡(76000여 평) 규모의 ‘비트라 캠퍼스’. 이곳은 비트라의 디자인 경영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복합단지다. 

 


81년, 대형 화재로 비트라의 공장 대부분이 탔지만 그들은 위기를 기회로 전복시켰다.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부터 안도 다다오(Ando Tadao)의 회의장, 헤르조그 &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의 비트라 하우스 등 비트라는 여러 건축가들과 함께 공장 재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특히 캠퍼스 내에 자체 소방서를 설계했던 점이 흥미롭다. 이 소방서는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첫 프로젝트였다. 그녀는 소방관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건물의 모든 요소를 사선으로 처리했고, 이 작품을 계기로 명성을 얻었다. 이로써 비트라가 얼마나 훌륭한 적임자들과 함께 일하는지, 얼마나 그들의 색깔을 존중하는지를 입증했다.

 


해마다 비트라 캠퍼스에는 40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찾아온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곳은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는 공간일 것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비트라가 사람들에게 이토록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건 아마 그들이 최고의 전문가들과 협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트라의 역사가 곧 현대 디자인의 역사라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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