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바위집: 바위가 지키는 집

Architecture / 김은지 기자 / 2018-03-15 16:56:20
  • -
  • +
  • 인쇄
밤낮으로 바쁜 주인을 기다리며 집을 지킨다. 강아지가 아니라 바위가.

 

집 앞에 바위가 있다. 지붕과 시선을 나란히 하는 커다란 바위에는 나무로 만든 사다리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었다. 자연스럽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주변을 둘러봤다. 앞으로는 북한강, 아래로는 양평시내가 내려다보이고, 주변엔 나무가 빼곡하다. 이런 곳에 사는 건 어떤 느낌일까. 이런 집에 사는 사람들은 누굴까. 여행과 목공이 취미인 두 자매고, 주말에도 일을 한다는 간단한 단서만 들고 문을 두드렸다.

 



바위와 만나다
건축주는 10여 년 전 양평에 정착했다. 양평에 살기 전에는 사업차 일 년에 200일 이상 외국을 오가며 호텔과 아파트를 전전했다. 어느 날 문득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사라도 괜찮으니 집을 지어 전원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히자 실행에 옮기는 건 시간 문제였다. 한 달 만에 원래 살던 집을 처분하고 양평군 문호리에 둥지를 틀었다. 

 

문호리에서 10년을 살고, 최근 들어 동네가 유명세를 타면서 번화해지자 조금 더 조용한 곳으로 옮기려던 차에 이 땅을 알게 됐다. 원래는 임야로 개발이 제한되어 있던 땅인데 얼마 전 주택용지로 개발되어 매매가 가능하다고 했다. 우선 전망이 좋았고, 적지 않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바위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집 앞에 돌은 치워야 한다는 둥, 앞마당을 넓게 쓰는 게 좋지 않겠냐는 둥 주변의 여러 사람이 걱정 어린 조언을 했지만, 바위 때문에 산 땅이니 바위를 최대한 활용하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원하는 건 오직 공방뿐
건축 설계를 맡은 B.U.S Architecture와의 인연은 문호리 집 시공을 맡았던 하우스팩토리 정병준 대표의 소개로 시작됐다. 시공사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진행되었기에 집에 대한 요구사항은 심플했다. 집과 공방을 함께 지어줄 것, 그게 전부였다. 건축주는 문호리에서도 목조 주택에 살았다. 바위집을 지을 땐 문호리집에서 살면서 필요 없다고 여겼던 것들을 없애는 방향으로 의견을 조율했다.

 


창문의 수를 줄이고, 처마는 없애고, 2층의 테라스는 따로 만들지 않았다. 대신 그 비용으로 집 내부에 좋은 자재를 썼다.유일한 조건이었던 공방은 집과 지붕을 공유하되 분리된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공방의 유무에 따라 집의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에 완성되기까지 많은 조율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건 자매의 취미인 목공 때문이기도 했지만, 10년간 양평에 터를 잡고 살면서 시골 살이에 공방 겸 창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집을 지을 때 만들지 않으면 언젠가는 필요에 의해 마당 한 구석에 짓게 될 것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삶이 돌고 도는 것처럼
개발된 땅, 커다란 바위, 규모도 구조도 정해지지 않은 곳에 젊은 상상력이 더해지자 재미있는 집이 탄생했다. 바위집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각도가 반복되는 구조와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순환하는 복도다. 현관에서 복도를 따라 걷다보면 주방과 대청, 거실과 방 그리고 다시 현관이 차례로 나오며 끝없이 돌고 돈다. 이 길의 창을 따라 바위와 뒤뜰의 숲, 북한강이 보이는 매우 길고 다채로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일반적으로 외부에서의 뷰를 위해 집을 최대한 구석에 세우고 앞마당을 넓게 만드는 것과 달리, 바위집은 집 안에서 본 뷰를 감안하여 과감하게 대지의 중앙에 건물을 세우고 바위와 집의 관계를 통해 마당의 용도와 크기를 정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 개의 마당은 각기 다른 성격과 용도를 가지며 독특한 외관을 완성했다. 

 

그 외에도 창틀, 문 등은 두꺼운 자작나무 합판으로 마감하여 밋밋할 수 있는 전체 디자인에 포인트를 주었고, 바위를 집의 일부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다리를 함께 제작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여행을 떠나온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바위집을 보고 돌아오는 길, 막 해가 지기 시작한 풍경은 낮과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매일 깜깜한 밤이 되서야 집으로 돌아올 그녀가 이 시간의 풍경을 자주 보지 못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한결같이 집을 지키고 있을 바위가 바쁜 주인을 대신해 내려다 본다고 생각하니 바위와 함께 사는 삶, 생각보다 든든한 일이겠구나 싶었다. 

 

봄이 지나고 나무에 잎이 푸릇해지면 다시 한 번 이곳을 찾기로 했다. 바위는 여전하겠지만, 그녀의 세 마당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하면서.

 

[저작권자ⓒ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WOODPLANET Newsletter

우드플래닛 최신기사, 관련정보 등을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 하시겠습니까?

우드플래닛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의거하여,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함에 있어 정보주체로부터의 이용 동의 여부를 사전에 고지하고 있습니다. 정보주체가 되는 이용자께서는 아래 내용을 확인하시고,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ㆍ수집 이용 목적 : 우드플래닛과 구독자를 위한 의사소통 경로 확보

ㆍ수집하는 개인정보의 항목 : 이메일

ㆍ보유 및 이용 기간 : 메일링서비스 해지시 까지(해지시 정보파기)

뉴스레터에 등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