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영 키네틱 아트 : 욕망이 깃든 움직임

아트 / 정인호 기자 / 2019-07-25 16: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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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와 피권력자가 바뀌는 짜릿함
인간의 부단한 욕망에 대한 경고
참여와 움직임의 관계 해석

 

 

박종영의 작품은 움직인다. 귀가 펄럭이거나 눈알이 굴러간다. 때론 매달려 있던 인형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기도 한다. 움직임이란 곧 생명의 지표다. 그리고 살아있는 것들 사이엔 언제나 권력의 세계가 존재한다. 작가는 관객에게 이 힘을 부여한다. 관람객들의 참여를 통해 구현되는 ‘움직임’은 작품과 관객 그리고 작가를 이어주는 매개체이며 권력 구도의 은유적 상징이다.

아이러니를 품은 마리오네트



신의 피조물 가운데 가장 위대한 작품은 아마 인간일 것이다. 이러한 인간에게는 신을 닮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그 욕망의 정점에선 결국 창조가 발현된다. 그리고 아티스트들이 인간의 피조물을 빚어낼 때, 우리는 또다시 욕망을 이야기한다. 박종영 작가는 인체를 조각한다. 무표정하고 낯선 표정의 작품들은 인간도 마네킹도 아니다. 누구나 갖고 싶어할만한, 군더더기 없는 비율을 가진 사람의 형태이지만 현실과 이상 그 어느 곳에도 닿지 못한다. 작가는 이것을 ‘마리오네트’라고 명명한다.

 


사람에겐 본인이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흡수하는 성향이 있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보고, 듣고자 하는 욕구는 끊임없다. 박종영은 이러한 욕망의 이중성을 ‘인형’에 담았다. 억압되고 왜곡된 욕망은, 인형의 움직임을 통해 관객에게 던져진다. 작품들은 관객에 의해 팔랑 귀가 흔들리고, 특정한 자극만을 쫓아 눈알을 굴린다. 이 움직임이 관객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아이러니가 참 흥미롭다. 인형의 날개를 펴고 접게 만드는 것은 오로지 관객이다. 작품은 마치 꼭두각시처럼 존재한다. 작가 역시 작품과 관람객들 사이에 개입하지 않는다. 관조적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할 뿐이다. ‘혹시 당신들도 이 작품처럼 살고 있는 건 아닌가!’

 


관람객은 참여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나무 인형에 투사한다. 박종영 작가는 관객들이 자신의 모습을 작품에 투영시키기 편하도록 매끈하고 아름다운 인체의 형태를 만든다고 말하지만, 그의 조각 인형은 그로테스크 하다. 그의 나무 인형처럼, 우리들 또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발버둥치고 있기 때문일까. 박종영의 마리오네트는 우리들처럼, 좌절된 욕망, 불가능한 욕망을 품은 채 우울한 표정으로 움직일 뿐이다.


 


관객의 시선이 낳은 해석


관람객들은 노란 독수리의 머리를 눌렀다. 샹들리에에 숨어있던 송곳이 내려와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댔다. 마리오네트처럼 누군가에게 휘둘려서 살던 사람들은, 전시장에 들어와서 제우스와 같은 권력을 갖게 되었다. 

 

움직이는 물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더불어 변화가 생성되는 현장에 참여한다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작가는 재미만 유발한 채, 관객들에게 그 어떤 설명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참여를 통해서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움직임 자체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있고, 변화를 행하는 역할에 흥미를 느끼는 이도 있을 테다. 누군가는 움직이는 대상을 볼 수도 있다. 혹자는 ‘움직임’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구도가 결국 권력으로 귀결되는 진부함을 낳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종영의 작품 속 권력 구도에선 권력자와 피권력자가 바뀌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에 대한 해석은 관객들의 참여를 통해 다양해진다. 천장에 매달려있던 인형이 떨어질 때, 관객들의 시선은 각기 다른 곳을 향한다. 누군가는 매달린 나무인형을 보고, 어떤 이는 기계 장치를 바라본다. 간혹 움직이는 형상의 그림자를 보는 이도 있다. 사람들은 작품을 통해 각자의 내재된 욕망을 느끼게 된다. 떨어지는 모습이 누군가에겐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렇게 박종영의 작품 세계는 한층 더 풍요로워진다.

적극적 소통을 위한 장르



키네틱 아트는 ‘움직임’을 뜻하는 그리스어 ‘키네티코스’에서 비롯되었다. 발전된 기술을 보며 작가들은 다양한 모티브를 얻어 작품에 활용했다. 동력에너지가 추상예술로 탈바꿈한 채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미술과 기술이 접목되며 관객들은 들여다보기, 관찰하기, 훔쳐보기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관객이 전시 작품을 직접 만져보며 상호작용하는 인터랙티브 아트와도 상통했다.

 


 

박종영 작가는 키네틱 아트와 인터랙티브 아트의 접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만든 구체관절인형들은 관객이 직접 스위치를 조작하며 움직이게 되고 이로써 소통이 시작된다. “기술의 오작동으로 작품을 망칠 수 있죠. 전시 기간 동안 관리하기도 어렵고, 고장이 날 경우 전시를 못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설치비용이나 설치환경 면에서 어려움이 많은 장르임에도 그는 꾸준히 키네틱을 고집한다.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제 작품은 전시장을 찾는 모든 관객들의 참여를 통해서 완성됩니다. 제가 작품에 담은 이야기들이 관객과 작품, 그리고 작가와 관객의 소통으로 점차 확대되어 가길 바랍니다.” 그는 참여와 움직임의 관계를 풀어내며 관객과의 소통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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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영 작가 : 홍익대학교 조소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후 2010년 한전아트센터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인사아트센터의 , KT&G 상상마당에서의 전, 소마미술관에서의 <중력과 시간 - 움직이는 조각>, 등 여러 차례 전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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