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조병수의 수곡리 ‘미음字’ 집

Architecture / 유재형 / 2018-08-17 15: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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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으로 상판을 떠받드는 나무기둥은 콘크리트 사각 구조물의 유연한 관절 역할을 수행한다. 그래서 풀잎도 바람도 부드럽게 가라앉는다.

 

양평군 지평면 수곡리는 지대가 대부분 평탄한 평야이다. 요사이 유행한다는 유기 농사도 이곳에선 흔한 것이라 청정지역이라는 설명을 욕되게 하지 않으려면 사람들이 삶의 방식만 바꾸면 될 성 싶다. 한국적 목가 풍경을 설계하자면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건축가 조병수의 품성이 그런 것이니 언덕 아래에 콘크리트 박스가 놓이고 또 그 안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원을 가득 퍼 담았다. 기분 좋은 욕심으로 가득 찬 ‘ㅁ’, 네모 안의 꿈은 유기농법으로 자란다.

 

옛집에서 가져온 고재는 내부 인테리어 역할을 담당하며 단아한 멋을 전한다.

조병수의 집을 두고 그림 같다는 평이 쏟아졌지만, 그리 대단한 공간도 아닌 사람이 사는 곳일 따름이다. 건축가 조병수가 그와 그의 가족을 위해 지은 집 ‘ㅁ’. 이곳은 일하고 즐기며 추후 1년에 약 100병 정도의 와인을 만들 수 있을만한 포도밭을 일구는 상상을 하며 만든 장소다. 

 

원래는 건축 대지 면적 제한을 감안해 2층 구조의 집으로 설계를 하였으나 건물의 높이 때문에 배경이 되는 숲을 가리기에 포기했다. 단층 구조의 집을 자연 앞에 노출해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했을 때, 노련한 건축가의 판단은 오히려 집안은 외부로부터 폐쇄적으로 만들되 대신 내부에서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집중 하자는 논리를 폈다. 그 결과 마치 정사각형 블록에 작은 구멍을 뚫어놓은 듯한 모양새와 그 구멍을 통해 중앙에 놓인 수경시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소박함을 낳았다. 여섯 평의 작은 공간, 그 안에 들어서면 땅을 통해서 하늘이 보이고 바람을 느낄 수 있고, 나무의 흔들림을 볼 수 있는 겸손지덕의 자연관을 만난다.

 

 

 

“유학시절 서양건축을 접목하라는 교육 보다는 전통미를 강조하는 배움이 오늘날 ‘한국인’ 조병수를 낳았다”는 고백은 전통적인 것들이 현대생활에 맞게 적용되고 활용될 때 ‘자연관’은 우리의 것이 되고, 또 ‘우리’라는 범주 속에 자연을 끌어들이고 맞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ㅁ’집은 시간의 켜를 열어 여린 꽃들과 빗물을 투영하고, 그곳을 바람의 집으로 남겨 사람의 흔적이 사라질 때쯤 이곳에 사람의 건축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혀지도록 자연의 건물로 탈바꿈 시키는 것. 이것이 조병수가 땅을 건드리지 않고 지은 이유가 될까. ‘ㅁ’ 속에서 이루어지고 만나는 대화는 ‘소나기 내릴 때의 흙냄새’ 같은 것이다.

  

마당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아파트에서든, 개인주택에서든, 자라면서 한번 만들어진 감성은 더 추가되지 않아요. 그만큼 어릴 적 기억은 소중하죠.”라는 말로 우리들에게 마당을 낼 것을 주문한다. 추억의 힘이란, 꺾이고 싶을 때마다 척추를 곧추 세우는 동력이다. 마당이 없는 추억은 곧 아파트와 같은 삭막함이다. 그래서 그는 건축가를 “공간을 상상하고 창조하는 자”라 부른다. 여백을 남김으로써 땅과 자연을 연결시키는 ‘ㅁ’ 속의 ‘ㅁ’ 여섯 평의 조물주, 그가 건축가 조병수이다.

 

자연을 향해 비운 네모난 공간


 

 

 하늘을 향해 열린 집, 지붕아래 두 개의 접이식 유리문은 빛, 바람, 계절에 따라 변하는 연못과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받아 들인다.

 

‘ㅁ’집의 모든 부분은 나무로 된 문과 셔터로 안에서 안전하게 닫을 수 있도록 경첩을 달고 있다. 평편한 지붕의 석판은 잘 정돈된 박스의 모양을 살려준다. 조병수는 옛날식 수작업이 가장 완벽한 해결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콘크리트 지붕 주물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행했다. 그래서 여러 겹의 콘크리트를 지붕에 부으며 흙손으로 부지런히 평미리치고 과도한 수분이나 기포는 표면위로 떠오르게 했다. 그 결과 불투수성의 절대 금이 가지 않는 20cm 두께의 콘크리트 석판 지붕이 만들어졌다. 건축가가 미리 준비했던 10개의 거대한 나무 기둥은 지붕을 떠받치는 용도로 5미터 간격을 두고 안뜰 안팎으로 지그재그를 그리며 놓여 공간의 통합을 나타냈다.

 

 

건축이란 삶의 무게를 잠시 담아두는 커다란 저수지와 같음을 'ㅁ자' 집에서 느낄 수 있다.

 

자연과의 대화는 가로 세로 각각 7.5m로 건물 중앙에 뚫린 공간에서 시작된다. 이 작은 정사각형은 잡초와 바위 차지다. ‘ㅁ’을 통해 보이는 하늘은 건축가의 풍모를 닮아 깨끗하고 아름답게 다듬어져 있다. 건물의 안뜰은 내부공간의 연장선이다. 두 개의 접이식 유리문은 빛, 바람, 계절에 따라 변하는 연못과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내부는 대나무 베니어판 바닥과 소나무 소재문과 천정으로 꾸며진 자연 재료가 콘크리트와 함께 나란히 균형을 이룬다. 전체적 조명은 최소화해 설계자의 의도를 그대로 받아들여 헛간 같은 느낌을 전하고 있다. 

 

낡은 건축에서 기억의 창고를 만날 수 있다.

 

단순하면서 좋은 건물, 조병수는 미음자 속에 무엇을 담고자 했을까. “부끄럼 없이 살다 갈 수 있다면 좋은 삶, 좋은 건축이 되지 않을까.” ‘ㅁ’은 공간의 근원을 헤아리는 열망이 담긴 공간이나 또 하나의 ‘ㅁ’은 자연을 두고 비운 자리이기에 조병수의 공식은 자연으로 돌아갈 무(無)의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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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 1957년 서울 출생. 몬태나주립대학에서 건축학 학사, 하버드대학에서 도시설계학과 건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 조병수건축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헤이리 황인용 음악실 카메라타, 배재대학교 예술관, 신사동 램프빌딩, 몽인아트센터, 화천 소설가 이외수집 등을 설계했다. 2004년 미국 북서부 및 태평양권역 미국 건축가 협회가 수여하는 최고상과 미국 에서 선정한 ‘세계를 선도하는 건축가 11인’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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