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by WOOD: 빈티지와 아트가 공존하는 공간 디자인

건축 / 서주원 기자 / 2019-04-29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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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점에서 바라 본 삶
플럭서스(Fluxus) 디자인 구상
감각적이고 빈티지한 공간 연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게 인간이란 걸 안다.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미래를 꿈꾸며 산다. 박이소의 작품 ‘당신의 밝은 미래’처럼. Y by WOOD의 김형식도 같은 꿈을 꾼다.

대한민국에서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
“좋아하는 예술가가 있나요?” “박이소”. 당연할지도 모른다. 박이소는 설치미술가였다. 김형식도 매체예술학을 전공한 후 설치미술을 했다. 매체예술학은 영상과 사운드는 물론, 페인팅과 조각을 포괄하는 학문이다. 그도 예술 활동을 펼쳤다. 융합 예술을 뜻하는 플럭서스(Fluxus)의 중심에 서 있었던 백남준처럼 말이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고 그는 이제 공간 디자이너고, Y by WOOD란 이름으로 활동한다. 대학 때 만든 창작 그룹 Y b Y가 그 전신이다. Y b Y는 한 때 국제독립예술학교연합의 한국 대표로 선발돼 포르투갈에서 국제전에 참가했던 이력이 있다. 세계적으로 파인아트 작업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그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졸업 후 1년 정도 Y b Y에서 활동을 계속했어요. 그리곤 작은 영상프로덕션도 차렸죠. 독립영화, 상업영화 전부 다 했어요. 결국은 잘 안 됐죠. 여러 가지 문제로요. 결국 시장이 돌아가려면 수요가 있어야 하잖아요. 수요공급 법칙에서 우린 완전히 어긋나 있었던 거죠.”

이제 남은 건, 그저 올라가는 것뿐

클리셰처럼 들리겠지만, 인생은 롤러코스터다. “그땐 주저앉았어요.” 그는 2007년에 최저점을 맛봤다. 사업을 계속 꾸려가기엔 벅찼다. 다른 일을 찾아야 했다. 당시 내장목공 일을 소개해준 지인은 문자 그대로 구원자였다. 네 명이서 한 팀으로 일했다. 손재주가 남달랐던 그은 설치미술이 아닌 목공에도 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현장에 나가서 닥치는 대로 했어요. 처음 시작했지만 일이 재밌어서 열심히 했죠. 가구도 만들었어요. 공사 현장엔 작업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까 개인 작업실에 공구를 가져와 만들었어요.”  

 


목공 일은 늘 있는 게 아니다. 작업거리가 생기면 공구를 들고 가 작업을 하고, 그렇지 않은 날엔 작업실에서 가구나 미술작품을 만들었다. 팀 단위로 일하다 독립해 Y by WOOD란 브랜드를 만들고, 블로그에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를 게재했다.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다. “블로그에 올린 카페 인테리어가 마음에 드니, 우리 사무실도 그렇게 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었다. 클라이언트는 디자인 회사 모노에이트의 대표였다.

Deck The Halls

Y by WOOD의 모토는 ‘Vintage & Art Design’이다. 모노에이트의 대표 조정래 씨는 는 Y by WOOD의 콘셉트인 빈티지한 공간 연출을 회사 인테리어에 적용하길 원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걸 모노에이트 측에 보여드렸어요. 오래되고 낡은 듯한 나무 인테리어와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이 섞인 콘셉트를 제시했죠.” 그는 모노에이트의 공간 디자인은 물론, 안에 배치할 가구까지 직접 만들었다. 

 

 

모노에이트 사무실은 우선 조명이 재밌다. 전선을 감는 용도로 쓰이는 애자와 전구를 스프러스 탄화목에 접합해 만든 조명판이다. 공간 분할을 위한 파티션 겸 디스플레이 용도로 사용되는 목재 책장 역시 Y by WOOD의 작품이다. 큼지막한 칸으로 나뉜 책장은 디자인 소품을 전시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Y by WOOD의 콘셉트는 감각적이고 빈티지한 공간 디자인을 원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다. 역삼동 스피크이지 마노 바(Speakeasy Mano Bar)도 그중 하나다. Y by WOOD는 이곳을 디자인할 때 ‘맨케이브(man cave)’를 떠올렸다. 금주령이 내리던 시절의 미국 주류점, 혹은 남자들을 위한 작업실 겸 아지트처럼 밀폐된 장소 말이다. 중후한 느낌의 목재 테이블과 바닥재는 두 사람의 표현방식을 빌리자면 ‘비밀스러운 소굴’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교동 실버 액세서리 브랜드 킹크로치 오프라인 숍 또한 김형식의 작업이다. 킹크로치 대표 박상우 씨는 그에게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의 테이블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고재를 구해다가 금속을 박아 만든 피라미드 형태의 테이블을 고리로 연결해 천장에 매달았다. 숍의 중앙에 놓인 테이블, 그리고 레드와 그레이로 칠한 우드월은 ‘선과 악’을 모티프 삼아 액세서리를 만드는 킹크로치의 브랜드 정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네 멋대로 해라
Y by WOOD의 뚜렷한 정체성과 명확한 방향성은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완벽함을 만들어낸다. 이건 누구보다 클라이언트가 제일 잘 안다. 스피크이지 마노 바 대표 황인수 씨는 “제가 요구한 것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줬어요. 오래된 듯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창문에 일부러 그라데이션 효과를 줘서 먼지가 낀 것처럼 보이게끔 연출했더라고요. 정말 꼼꼼하고 섬세하다 싶었죠.”


 

 

그에게 앞으론 뭘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커피 좋아해요. 작업하면서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도 중심은 늘 Y by WOOD죠. 우리의 콘셉트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는 한 이 일을 계속 할 거예요. 사실 저흰 밤낮없이 일해요. 그만큼 일이 재밌거든요. 작업실에 침대를 만들어 놓은 것도 이동 시간이 아까워서였어요.”
 

Y by WOOD 김형식대표
“전 원래 영상을 했잖아요. 아직 미련이 있어요. 물론 지금 하는 일도 좋아요. 근데 사람이 한 가지만 하고 살 순 없잖아요. 그리고 가구도 본격적으로 만들어보고 싶고, 사업도 더 확장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죠.” 원대한 꿈을 가지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마냥 꿈만 꿀 수는 없다.그가 직접 꾸민 양평동 작업실에는, 뱉은 말에 책임질 줄 아는 어느 젊은이의 다음 프로젝트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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