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정 클리닉', 사적 공간의 공적활용

건축 / 서주원 기자 / 2019-06-05 14: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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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승회의 은유 건축
땅의 질서에 답하는 건축
재료가 미학이 되는 건축

 

지역, 대지, 외벽, 열림, 분할, 그리고 지붕. 알베르티가 말한 건축의 여섯 가지 요소다. 기본은 르네상스 시대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제주시 오라1동에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건축가의 사려 깊은 철학이 밴 건물이 들어서 있다. 건축가 김승회의 정 클리닉이다.

정 클리닉은 제주도에 있다. 경영위치의 김승회 건축가가 설계했다. 김승회는 15년간 20곳이 넘는 지방 보건소를 설계한 이력이 있다. 지방마다 다른 특성을 건축에 반영하려 노력해 온 그다. 정 클리닉을 설계할 때도 지역성을 고려했다. 여기에 건축주의 바람과 건축가의 철학을 더했다. 핵심은 공적 활용으로서의 공간예술이다.

섬을 은유하는 건축


 


 

정 클리닉은 제주를 닮았다. 건축은 개방적인 태도를 지녔다. 사면이 모두 제 역할을 한다. 입체적이란 얘기다. 동서남북으로 트인 건축의 방향성은 제주도의 지리적 특질과 닿아있다. 콘크리트와 기둥과 목재 루버는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외부로 노출되는 내부를 적절히 차단한다. 외부 경관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이는데 결정적으로 역할을 하는 재료는 면을 구성하는 유리다. 전면 유리창이 건물을 둘러싼 이곳은 시각의 단절 없이 안팎으로 열린 공간을 조성한다.

 

콘크리트 기둥과 목재 루버는 건축 외관을 장식하는 중대한 요소다. 건물 전면과 후면은 각 재료의 비중을 달리해 디자인에 차별성을 뒀다. 만일 콘크리트로만 시공했다면 각 재료가 빚어낸 조화로움은 경험하지 못했을 테다. 서로 다른 물성을 가진 재료가 어우러진 이곳은 개방과 폐쇄를 반복하며 건축적 아름다움을 부각하고 머무는 사람의 편의를 생각하는 건축이 되었다.

 


땅의 질서에서 해답을 얻다
정 클리닉은 제주시의 간선도로가 만나는 교차로에 위치한다. 김승회는 이곳을 설계하면서 ‘도시의 장소’라는 면모를 건축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그가 초창기에 보건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주안점을 둔 부분은 다름 아닌 지역성, 즉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는 정 클리닉에도 적용됐다. 

 

“제주의 마을은 대개 주위보다 다소 꺼진 자리에 위치합니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서죠. 제주의 전통가옥 역시 바람을 막기 위해 웅크린 듯한 외양을 띠고 있습니다. 저는 정 클리닉에 이런 특색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김승회는 정 클리닉이 외부에 많이 노출되지 않기를 바랐다. 건물은 개방성을 가지면서도 클리닉을 이용하는 사람과 보행자의 시선이 서로 불편해지지 않는 곳이다.

 

 

 

 

 

 

정 클리닉 주변은 애초에 교통량이 많은 곳이다. 그만큼 주변을 드나드는 이도 많을 터. 김승회는 사적인 장소인 이곳을 여러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건축주가 휴게공간을 원했습니다. 개인 소유인 이곳을 공공에 이바지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던 건축주의 바람을 높게 평가합니다.” 덕분에 대지 안에는 보행로가 들어섰다. 그 주변엔 팽나무를 비롯해 여러 제주 식물로 꾸며져 있다. 옥외공간을 정원과 산책로, 연못으로 꾸며 공적 장소로 활용하고자 한 건축주의 안목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건축 재료가 빚어내는 화음



 

정 클리닉은 부피가 큰 건물이다. 건축면적은 약 752㎡, 연면적은 약 3,234㎡에 달한다. 그 때문에 건축가는 시각적으로나 촉각적으로나 부담이 덜한 디자인을 고안했다. 이곳은 선으로 된 부재료로 전체 건물을 분해한 후, 다시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 건물 외벽의 재료이면서 구조를 겸하는 수직 콘크리트는, 건물 유리 앞에서 빛을 조절하는 목재 루버와 한데 어우러지며 온기를 담는다. 루버와 함께 건축의 외양을 장식하는 것은 콘크리트다. 이는 제주 현무암을 연상시킨다. “현무암은 본래 회백색을 띠지만 비에 젖으면 검게 변하죠. 외부에 노출된 시간에 따라 그 빛이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론 콘크리트 색과 같은 계열의 색감을 지니고 있어요.” 

 


이페(Ipe)는 김승회 건축의 단골 재료다. 치밀한 조직과 낮은 수축률, 강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이페는 최고급 건축 외장재로 사용되는 수종이다. 건물 내부의 천장과 벽은 모두 시공자가 산지로부터 직접 조달해 온 브라질산 이페다. 건물의 바닥재 역시 티크 원목이다. 특유의 짙은 색감을 자랑하는 인도네시아 산 티크는 이페와 한데 어우러지며 공간에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준다.

Open Space
건물 정면은 콘크리트 벽과 기둥, 그리고 목재 등 다양한 재료들이 어우러져 외벽의 인상을 좌우하고 있다. 특히 건물 3층과 4층에 유리가 많이 쓰인 부분은 진료대기실로 활용되는 곳이다. 유독 돌출된 매스는 건물 일부가 부유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곳은 이용자에게 한라산과 제주 바다를 볼 수 있는 높고 트인 전망을 선사한다. 치과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은 대기실에 앉아 열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클리닉의 다른 곳 또한 방문자를 위해 조성된 공간이 많다. 1층부터 3층까지는 건물 중심에 열린 공간이 있다. 그 주변으로는 약국과 카페 등 여러 편의시설이 배치되어 있다. 3, 4층에는 대기공간과 테라스가 자리한다. “정 클리닉은 외부 공간에서 내부 공간으로 진입했다가, 다시 외부공간을 만나게 되는 경험의 과정을 담은 곳입니다.” 특수한 목적을 위해 설계된 정 클리닉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열린 공간으로서의 면모까지 함께 갖췄다.

 

사진제공 경영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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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개요

설계 김승회(서울대학교) +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시공 이안알앤씨(김종규)
구조 윤구조기술사사무소
대지위치 제주시 오라1동 1063-5번지
대지면적 1,764㎡
건축면적 751.96㎡
연면적 3,233.64㎡
규모 지하1층, 지상4층
주요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최고높이 14.9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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