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목수 3인을 통해 본 가구의 재발견

Craft / 배우리 기자 / 2018-10-13 14: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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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협업한 전통가구의 새모습

1.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젊은 전통작가, 방석호


담다(Damda) : 방석호 소목장은 이정혜 디자이너와의 협업의 결과물로 단순하지만 날렵하고, 목리가 돋보이는 나무 접시를 내놓았다. 장인의 힘을 최대한 빼고, 시공을 초월한 디자인에 기능을 꽉 채웠다. 얇게 제작된 접시들은 시간이 흐르면 주변의 영향을 받아 형태가 바뀔 테지만, 그것이야말로 나무의 잠재된 매력이다.

방석호는 소목장으로서의 자신을 알리는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해 나가기 위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프로그램과 해외 워크숍 등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한국문화재재단과 국립무형유산원의 협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라는 그는‘식문화’라는 주제 아래 자주 만들지는 않는 접시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통 목기에서 시작한 작업은 몇 번의 수정을 거쳐, 표정이 없는 단순하고 평평한 접시를 완성하게 되었다. 


5개월간의 협업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작업 방향과 내면을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된 것도 기뻤지만, 다른 분야의 공예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작업 과정과 결과물까지 볼 수 있었던 것이 그에겐 매우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다. 같은 분야의 사람들끼리만 있을 때와는 달리, 소재나 마케팅에 관한 예상할 수도 없었던 대화들이 오고 갔다.  

방석호의 이층장

 

 이런 자극들을 통해 그의 마음은 오히려 느긋해졌다고 할까. 이전에는 알게 모르게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조급함이 있었지만, 협업을 통한 일련의 소통 후에는 쓰임과 적절한 가격에 더욱 집중해 소비자들이 요긴하게 여기고, 애착을 가질 만한 물건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한 가지에 집중하자는 생각이 더욱 굳건해졌다. 한 가지에만 집중해도 누군가의 몸에, 쓰임에 착 감기는 물건을 완성하는데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과의 만남을 거쳐야만 작품은 완성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처럼 그동안 익숙하게 해왔던 작업이나 환경을 벗어나, 낯선 사람들과 낯선 주제로 공예품을 만드는 경험이 공예가로서 도약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바로 내일보다 100년을 넘어 이어질 장인 정신을 고민하는 그의 다음 도약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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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래의 전통을 준비하는 현대의 장인, 유진경 목수


올리다(OLIDA) : 소목장 이수자 유진경은 이정혜 디자이너와 함께 상을 제작했다. 높이가 각각 다른 세 개의 상은 단독으로 있을 때와 함께 있을 때 그 기능과 형태가 달라진다. 아울러 짜맞춤이라는 전통의 방법을 쓰면서 기법 자체가 장식이 되도록 그대로 외부로 노출시켜 변화를 주었다. 


유진경 소목장은 같은 프로젝트를 참여한 것이 벌써 세 번째다. 지난 두 번의 프로젝트에서 실내건축디자이너들을 만나 공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어 실내건축 박사과정을 밟게 된 만큼, 협업은 그녀에게 굉장한 영감과 자극을 선물했다. 이번에는 소생공단의 이정혜 디자이너와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여성끼리의 만남 속에서 오는 특별한 공감은 이번 프로젝트의 흥미를 더하기 충분했다.

전통 목가구를 10년 넘게 만들어오면서 평단에서 아무리 호평을 받아도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온 유진경이다. 그녀가 만들어온 전통 목가구는 그야말로‘전통’일 뿐, 현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지금’을 대표하는 전통을 만들기 위해 변하기로 했다. 전통 목가구는 그녀의 울타리지만, 그 경계를 벗어나 디자인을 배우는 것은 물론이고, 가까운 곳에서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 직접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리가 없다. 

 

유진경 목수가 만든 이층장, 좌탁 테이블, 전통 숟가락

 


그녀는 가구를 제작할 때 중요도 순위를 쓰임, 짜임새, 디자인으로 생각해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제작한 상은 그 구성에 따라 침대에서 혹은 거실에서 트레이나 소반으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입식 테이블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쓰임에 집중했지만 짜임새와 미감이 뒤따라 온 것에 대한 만족감이 매우 큰 결과물이었다.

협업을 통해 장인은 디자인에 대한 지평을 넓히게 되고, 디자이너는 외형 창조를 넘어 작업 과정에 면밀히 참여할 기회를 가지기 때문에 그녀는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컨설팅을 넘어선다고 본다. 실제로 디자이너와 장인의 공동 작업물은 공동저작권을 가지게 되는데, 자신의 작품이 디자이너와 함께 여기저기 다니는 걸 보는 것도 장인에게는 색다른 뿌듯함을 안겨줄 것이다. 유진경 소목장을 통해 미래의 전통을 엿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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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상에 새로움을 전하는, 정운복 목수


(촛대), (브로치) : 평범한 장신구에 예술을 입히는 조성호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정운복 목조각장은 자신이 익히 조각했던 불상의 수인 조각을 브로치와 촛대에 접목해 볼 기회를 가졌다. 손의 우아함에 한 번 놀라고, 홍송의 결에 한 번 더 놀라는 장인의 손은 고요함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동시에 역동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장인 정운복은 전통을 잇는 목조각장으로서 기존의 작업을 잇는 것 외에 새로운 시도를 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작년에 처음으로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경험했던 새로움을 잊지 못하던 차에, 올해도 사업 안내문이 오자 곧장 지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그가 만난 사람은 젊은 공예가이자 디자이너인 정운호였다. 퇴촌에 자리한 목조각장의 작업실에 들른 디자이너는 그가 불상 작업을 많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바로 불상의 수인을 모티브로 한 작업을 제안했다. 불상의 수인을 깎고 또 깎으면서도 다른 공예품이나 실용품에 적용할 생각은 하지 않았던 그는 그 제안에 동의했다. 그리고 장인과 디자이너는 수시로 만나작품 완성도를 높여 갔다.

 


전통 작업을 할 때는 조금이라도 새로운 시도를 하면 숙련도를 의심받는 터라 그저 익숙함 안에 갇혀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익숙한 수인이지만 쓰임을 약간 달리해서 조각하니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개념까지 머릿속에 밀고 들어오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한다. 제작자로서 작업을 할 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손이거늘, 그동안 손에게 별로 고마워하지 않고 일만 시킨 것 같아 당황스럽기도 했다. 손이 소통의 기본적인 매개라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손길’로 손이 가진 이야기와 사랑, 베풂을 조각하며, 본인이야말로‘생활의 발견’을 하게 되었다. 협업을 통해 그는 디자인이 세상을 바꿀 만큼 커다란 영역임을 재차 확인했다.

 

디자이너도 조각가의 세심한 제작 과정에서 홍송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보면서 나무의 물성과 장인 정신에 대해 분명히 배워갔을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만으로는 전통 목조각장의 작업이 완전히 변하지는 않을 테지만, 일상을 발견하는 법을 배운 그가 전통을 생활 속에 끌어올 힘은 충분히 얻은 것처럼 보인다

 

- 자료제공: 한국문화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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