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구디자이너 우고 프랑싸: 고사목에 숨을 불어넣다

디자인 / 박신혜 기자 / 2019-05-14 12: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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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를 만들기에 최적화된 목재 필요
최고의 목재 '페키'
잔해 뒤 남은 목재들
브라질의 나무 디자이너 우고 프랑싸(Hugo Franca)

원목가구는 가구를 만들기에 최적화된 목재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목리를 쓰다듬으며 울창한 숲을 상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반면 진짜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이가 있다. 브라질의 디자이너 우고 프랑싸다.
 

 

 

디자이너 우고 프랑싸(Hugo Franca)가 열 살 되던 해 브라질에서는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 군사독재는 21년 동안 계속되었다. 브라질 남부 포르투알레그리에서 나고 자라면서 컴퓨터 회사 생산 공학자로 성장했지만 도시의 삶은 우고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다.

자신이 그동안 다져놓은 길을 벗어나 북동부에 위치한 바이아주의 보헤미안 어촌 마을인 트란코소로 이동한 이유다. 그의 나이 스물여덟이었다. 자연과 가까이 살고 싶다는 단 하나의 바람이 스스로를 유배시킨 것이다. 

 


트란코소에서 지내는 동안 우고는 도시에서 잃어버렸던 자유를 되찾았다.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 그는 나무와 관련된 일을 하기를 원했다. 다행히 어촌 마을에서는 낚시를 할 수 있는 집을 짓는 일 등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이후 다양한 직업을 시도하는 도중 바이아주의 토착민이었던 파탁소 원주민들과의 만남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우고 프랑싸는 그들에게서 전기와 수도, 돈이 없어도 완벽하게 살 수 있는 법을 배웠다. 이웃들이 자연을 존중하는 방식을 배우면서 우고는 무질서하게 널브러진 나무더미가 가진 강력한 힘을 깨달았다. 특히 카누를 조각하기 위해 인디언들이 사용하는 페키 나무의 매력은 우고를 단숨에 사로잡기 충분했다.
 


우고 프랑싸의 나무, 페키


사실 브라질 사람들도 페키 비나그로 이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우고 프랑싸는 이 나무의 존재를 알고 사용하며 페키의 놀라움을 전파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페키는 오직 브라질 해안의 우림과 대서양림에서만 발견된다. 하드우드에 속하는 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진액을 가져 굉장히 육중한 나무다. 많은 텍스처와 구멍, 그리고 아름다운 모양을 가지고 있으면서 기름진 진액에 의해 물과 불에 잘 견디는 독특한 형질이 우고를 사로잡았다.

 

 

 

 


 

천이백 살까지 살 수 있어 매우 진귀한 존재인 페키를 찾아다니다보면 우고는 때로 고고학자가 된 기분이다. 그의 작업은 쓸 만한 목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원형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땅을 파고 뿌리를 빛으로 끌어내는 과정 자체가 고고학의 한 장면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다른 수종들처럼 쉽게 불에 타지 않는 페키는 화마가 지나가도 오직 표면만 탄 채로 우뚝 서있거나 원형을 보존한 채 고사한 나무를 발견할 수 있다. 페키를 발견하는 순간 비로소 우고 프랑싸만의 예술이 시작된다.


나무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


디자이너 우고 프랑싸(Hugo Franca)


1980년대 대규모 상업자본이 아마존 밀림에 목축을 시작했다. 숲에 불을 지르고 불도저로 밀어 그 자리에 대규모 목장을 만든 것이다. 우고 프랑싸는 거대한 삼림 벌채로 난데없이 꺾여버린 나무들의 잔해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숲, 공원, 거리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나무 더미가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지 이야기하는 작가를 보면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한 단어가 지속 가능성임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그는 작업의 대부분에 참여하고 책임지지만 간섭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능적이면서 조형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나무라는 악기에 최소한의 지도를 할 뿐이다. 그의 작업은 직관적이며 유기적인 행태로 이루어지며 자연스런 흐름에 따라 나무가 변화하는 순간들을 즐기는 순간들의 총합이기 때문이다. 작업 중 남은 것들은 그릇이나 소형 제품, 선반 등 작은 작품들로 변화하고 나무의 먼지는 자연스럽게 거름으로 사용된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완벽한 하모니다.  

 


채움을 위한 부재


현재 우고는 트란코소로 휴가를 떠났다. 1980년대 그가 삶의 방향을 깨닫고 난 이후로 트란코소는 여전히 그에게 특별한 장소다. 나무를 품은 자연은 쉼 없이 그에게 영감의 준다. 이러한 작업은 대체적으로 브라질에서 이루어지지만 이따금 다른 수종을 이용해 글로벌한 프로젝트로 이어질 때가 있다. <공공 설치물 | 도시의 나무>(Public Furniture | Urban Trees)가 그 중 하나다. 프로젝트는 공원이나 거리에서 유기된 나무를 재사용해 공공장소에 놓일 설치물을 만들고 대중들이 직접 사용함으로써 완성된다

.

 

3년 전 밴쿠버 비엔날레에서 진행된 이 작업은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시카고, 뉴욕 등 다양한 지역에서 진행했다. 최근 프로젝트에서 드러나듯 작가와 작품은 삼십 여 년 전 한적한 어촌마을의 주민들과 원주민들의 삶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제자리를 넓히려 욕심내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공생하는 것. 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그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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