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아티스트 베누아 아벨리 : 누군가 도래할 작은 착륙장

Craft / 배우리 기자 / 2018-03-09 1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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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현재에서 미래의 유물을 파내는 사람이다. 베누아는 현재의 나무에서 고대 원시 생물의 화석을 캐낸다. 오래 전에 묻혀버린 이야기를 제 몸에 묻힌 나무는 자신의 생보다 더 오래된 미래의 유물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우드터닝은 일상 속의 실천이며 누군가에게는 예술로 넘어가기 위한 도약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예술이 터닝 공예품의 다음 단계라기보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탐구가 기술 너머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베누아는 바로 그런 탐구를 한다.


터닝의 전환점


 

 1980년생 젊은 조각가 베누아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 후 22세에 우드터닝을 시작했다. 2개월간의 짧은 터닝 수업 후 그는 자신만의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후 유럽 및 미국을 여행하며 기술을 쌓아갔고, 프랑스 아트 아틀리에에서 젊은 창작자에게 주는 상과 미국의 우드터너 협회의“Purchase Award”를 수상하는 등 분야에서 비교적 빨리 인정받았다. 그는 터닝 작업한 나무 위에 조각을 시도해왔고, 이후 몇 년 후 그의 작업은 자연스럽게 덜 기능적이고 더 예술적인 작품에 다가가게 되었다.

 

 

 

베누아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형상은 평소 자주 하는 스케치에서 나온다. 비슷한 듯 보여도 끝없이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스케치한 것들을 잊지 않고 머릿속에 차곡차곡 보관한다. 막상 조각을 시작할 때는 구체적인 드로잉은 하지 않는다. 그저 손 가는대로 나무를 재단하고 조각을 하다보면, 밋밋했던 나무는 그가 언젠가 그렸던 형상을 슬며시 내놓는다고 한다.

 

원시적인

 

 

 그런 형상은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단순한 조각들이다. 그 조각들은 그동안 그의 삶의 경험 속에 담겨왔던 감정과 형상들이 추상적인 형태로 구현된 것이다.“평화로운 어떤 것을 찾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품들은 정말 편안하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말하는 작품들. 아주 오래된 원시 생물의 화석 같은 모양새다. 음악으로 치면 요한 요한손. 완성된 작품은 특유의 선과 질감을 통해 태곳적 소리를 들려준다. 태고의 소리라고 묘사할 수밖에 없는 데에는 작품의 생김새가 한 몫 한다. 들리지 않는 소리를 모아 펼칠 것만 같은 조각의 몸짓을 보면 들리지 않는 사람에게도 들리는 노래가 분명 있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작품 제목에는‘조개 화석’,‘조개’가 많다. 나무는 자신이 살아온 것보다 더 오래된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작가에게 특유의 긁힌 듯한 질감과 굴곡 있는 형상을 부여받는다. 거기에 하얗고, 검은, 그리고 그 중간의 색들이 더해지면 나무 고유의 생도 사라진다. 나무는 조각 재료로서의 지위를 넘고, 조상나무들을 넘어 태고의 지위를 획득한다. 작가가 조각을 했다고 말하기보다 시대마다 켜켜이 쌓인 모래 안에서 이 작품들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아니, 그것들은 작가가 발견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여기에 ‘Arrival’한 것 일수도 있다.


너무나 원시적인

 

 

 원시(原始)는 현대로 도달하기 위한 단순한 시작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원시(圓時)가 되어 되돌아온다. 원시적인 것이 현대적인 것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그의 작품이 극찬을 받고 있는 이유도 내재된 태고의 깊이보다는 특정 디자인에 묶이지 않고 어디에나 어울리는 추상성이 더 큰 몫을 할 것이다.‘굴곡’,‘소용돌이’,‘스퀘어애쉬’등 그저 주변의 흐름을 예감하게 하는 담담한 이름들은 누구에게나 닿는 깊이로 흐르고 있다. 지금 이 생을 즐기는 사람, 그리고 이 전의 생까지 보는 사람들 모두에게 말이다. 그의 작품은 시간과 사람, 그리고 의미를 넘나든다

 

 우드터닝계에서 꽤 유명한 베누아는 작품을 꾸준히 하면서도 정기적으로 자신의 기술을 공유하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그 중 하나는 내년에 참여하는 우드터닝크루즈. 노르웨이의 해안을 여행하는 동안 우드터닝을 비롯한 목공의 모든 것을 제공하는 크루즈다. 작품으로 시간을 넘나드는 그지만 예술이라는 이름 안에 매몰되지 않고, 일상 기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기술과 예술 융화의 좋은 예까지 보여주고 있다.

 

▲ 베누아 아벨리 

ⓒ Gilles Leimdorfer

Benoit Averly | 프랑스 브루고뉴에서 나고 자란 나무 조각가 베누아는 나무에 둘러싸여 있던 어린시절부터 나무와 친숙했고, 그 영향으로 우드터닝과 조각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의 쿠르쉐벨의 아트 샬레를 비롯해 두바이, 멕시코,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을 만큼 베누아는 활발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프로필 ⓒ Gilles Leimdorf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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