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의 근본과 본질을 탐구하는 조각가 최종태

아트 / 장상길 기자 / 2020-08-25 11: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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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무는 조형작업
고요한 인체상 구현
생명의 순수함을 찾아 나선 구도의 길
형상과 본질의 경계, 그 자체를 허무는 힘

 

▲ 구원의 모상

 

성북동 길상사에 있는 관음보살상과 혜화동성당의 성모마리아상은 닮았다. 두 성상은 젊은 시절부터 한국적인 미의 부활을 꿈꿨으며 불상에서 한국적 아름다움의 원형을 발견하고 줄기차게 조형 작업에 녹여냈던 최종태의 작품이다.

최종태는 형태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 형상 이면의 본질을 표현한다. 불상과 기독교 성상이 닮을 수 있는 것도 형태에 대한 경계를 버림으로써 그 안의 원형과 본질을 추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종태에게 형상은 버려야 할 것이되, 또한 생명의 순수성을 담아내는 그릇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 경계에 서 있는 최종태에게 화업 65여 년은 생명의 순수함을 찾아 나선 구도의 길에 다름 아니다.
 

▲ 두 사람, 나무에 채색, 2015

 

순수함에 대한 열망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무는 조형작업 통해 최종태가 펼쳐 온 예술세계는 생명의 순수성과 존재의 본질을 담아낼 수 있는 인체의 상징적인 형상을 구현하는 일이었다.

최종태는 1958년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입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조각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최종태는 1960년 ‘국전’에 〈서 있는 여인〉을 출품하여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했는데 당시는 우리나라 예술계에 추상미술과 개념미술이 막 도입되던 시기였다. 전위적이고 추상적인 실험 미학이 주류로 떠오르던 당시 최종태가 선택한 예술가의 길은 동양적 정신을 바탕으로 서구의 예술사조를 접목하는 조형실험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최종태는 간결한 선과 단순함을 근간으로 하는 조형원리를 통해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무는 근원적 아름다움을 쫓기 시작했다. 최종태는 줄기차게 형식을 탐구했고 형태를 실험했다. 그런 그가 조형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도달하고자 했던 것은 예술의 근원이었고 인간의 본질이었다.

최종태가 표현하는 인체는 고요하다. 움직임이 작고 표정도 일관되게 무표정하다. 마치 정적과도 같은 그의 절제된 조형언어는 흔히 ‘부동성’과 ‘정면성’으로 특징할 수 있다. 최종태 조형언어의 또 하나의 특징은 그가 표현하는 인체가 주로 여인과 소녀라는 점이다. 이 두 가지 특징은 이성적 논리에 의한 형상 재현에 기교를 부리지 않고 아름다움의 본질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최종태의 조형언어인 셈이다.

최종태의 예술세계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형상에 있지 않고 형상 너머에 담긴 존재의 원형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최종태가 표현하는 여인과 소녀의 이미지는 “가장 순수한 존재”이자 “원형적 존재”인 셈이다. 따라서 최종태의 조형세계가 지향하는 것은 조형적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삶의 태도이고 마땅히 지향하고 사람의 도리나 정신이 된다.

 

▲ 얼굴, 나무,1975

 

▲ 두사람, 나무, 1979


▲ 영광의얼굴, 나무에 채색, 2009

▲ 얼굴, 나무, 1987


예술과 신앙이 한 길에서 만나다

1932년 대전에서 태어난 최종태가 작품 활동을 시작한 건 한국전쟁 직후였다. 전쟁의 폐허가 만든 참상과 폐허를 딛고 일어서려는 의지와 희망이 공존하는 시기였다. 일제강점기와 해방기 그리고 전쟁까지 겹치며 길고 어두운 터널을 막 빠져나온 근대의 한국에서 그의 예술정신이 안착한 대지는 단절되고 희미해져가는 “조선의 맥”이었다.

최종태는 이런 자각 직후부터 ‘예술적 구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 구도의 길에서 최종태가 발견한 것이 바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이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최종태가 조형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미의 원리였으며 생명의 순수와 존재의 본질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예술의 출발이 그러했으니 최종태의 조형 탐구가 ‘성상’이라는 조형탐구로 연결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최종태는 1980년부터 신앙인이자 예술가로서 본격적으로 성상 조각의 길을 찾았다. 최종태가 표현하는 성상은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최종태는 교회예술 토착화라는 화두를 끌어안고 성상에 한국적인 미를 투영시키고자 했다. 이 시기는 최종태의 도상적, 주제적 조형언어가 정립되는 시기였다. 최종태는 성장 조각의 토착화를 이끌며 지속적으로 동양적 미의식을 조형적 언어로 확립해 나갔다. 이는 서양의 조형 역사를 주체적으로 해석하여 독자적인 조형관을 형성한 결과였다.
 

▲ 두사람, 나무에 채색, 2010

▲ 기도하는사람, 나무에 채색, 2014

 

▲ 성모자상, 나무에 채색, 2008

 

▲영원무궁, 나무에 채색, 2010

 

최종태의 예술세계가 지향하고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은 근본과 본질이다. 이 문제는 존재의 문제이기도 하며 종교의 문제, 인간 삶의 문제이기도 하다. 근본은 논리의 영역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최종태는 생각했다.

최종태에게 있어 형상을 탐구하는 것은 곧 만물의 근본을 탐구하는 것이며, 인간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최종태의 조형언어와 예술정신이 삶과 분리되지 않으며 종교와도 같은 길에서 만날 수 있는 까닭일 것이다.

단순한 선과 축약된 몸짓에 거대한 서사를 담을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최종태의 화업 65년은 한 예술가의 구도자적 궤적이 닿을 수 있는 예술적 성취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종태의 조형언어는 형상과 본질의 경계에 머물지 않는다. 경계 그 자체를 허무는 힘, 그것이 바로 최종태 조형에 담긴 거대한 서사의 흐름을 가능케 했으리라.

 

사진제공 : 열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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