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렐라 하우스 : 가구가 사는 나무 집

Architecture / 김은지 기자 / 2018-03-08 08: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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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지은 집에, 나무로 만든 가구를 채우며 사는 부부가 있다.

 

용인시 기흥구 동백지구에 있는 ‘바바렐라 하우스’는 2014년에 완공됐다. 역사상 가장 섹시한 SF영화로 손꼽히는 <바바렐라>의 이름을 빌린 이 요염한 집은, 젊은 부부와 처가 부모님이 1, 2층에 함께 사는 듀플렉스 주택이다. 완공 후 독특한 외관과 감각적인 구조로 주목을 받았고, 다른 매체에서도 여러 번 다뤘었기에 굳이 5년이나 지난 지금 다시 취재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이 집에 사는 부부가 직접 원목 가구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렸다. ‘한두 점 만들었겠지.’라고 생각하던 차에 이 말이 덧붙었다. “벌써 열두 점째래요”


우리는 열두 번째 가구가 완성되기를 기다려 바바렐라 하우스를 찾았다. 취재 당일, 새로 만든 가구를 2층 벽면에 설치하느라 온 가족이 땀을 뻘뻘 흘린 채로 우리를 맞이했다. 인사할 겨를도 없이 힘을 보탰다. 열두 번째 가구는 오크로 만들고 보고테로 포인트를 준 긴 선반 겸 장식장이었다.


세모의 꿈


골목에 들어서면 바바렐라 하우스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층에 주차공간을 만들고 기본 3층 이상으로 올린 일관된 다세대 건물들 사이에서 홀로 잔디를 깔고 있는 단독주택이기 때문이다. 원래 단독주택지구로 설정되어 있었던 이 골목은 하나둘 다세대 건물들이 생기더니 곧 제재가 풀려 다세대 빌라촌이 되어 버렸다.


부부는 온통 네모난 주변 환경 속에서 특별하고 새로운 ‘우리만의 집’을 짓고 싶었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줄 건축가를 찾던 차에 페이스북을 통해 KDDH 김동희 소장을 알게 됐다. 메시지를 보내 통화를 하고 직접 만나서 설계를 맡기기까지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무엇보다 말이 잘 통했고, 원하는 집의 구조나 형태보다 추구하는 삶의 방향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 마음을 움직였다.

 

아일랜드 식탁 상판과 비슷한 색감의 애쉬로 만든 벤치와 1인용 의자. 사각형의 다리와 앉는 부분의 연결된 디자인이 돋보인다.

 

그동안 인터넷 검색부터 시작해 건축 관련 서적, 각종 인테리어 잡지까지 살펴보며 집에 대해 공부했던 부부는 건축가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영역은 일임하고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고민의 내용을 바탕으로 광고 회사에 다니는 남편은 브리프를 작성하고, 디자이너였던 아내는 일러스트를 그려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전달했다. 덕분에 바바렐라 하우스는 건축주의 분명한 색깔이 반영된 공간으로 재현되었다.

 

네모가 일상이라면 세모는 일탈이다. 설계를 맡은 김동희 소장은 반듯한 네모 일색인 주변 환경과 차별을 두기 위해 삼각형을 키워드로 잡고 설계를 시작했다. 주변과 어우러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다르므로 그 사람들이 사는 집도 각각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처럼 일상에 일침을 가하는 디자인을 고민하다가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종이비행기의 삼각형을 떠올렸다. 발코니와 지붕이 큰 삼각형을 이루니 자연스럽게 내부의 공간들도 삼각으로 떨어졌다. 형태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삼각형은 발코니를 가리는 처마가 되고, 지붕의 빗물을 깔때기처럼 받아 주는 우수 집수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 2층 평면도
▲ 1층 평면도

 

비슷한 듯 다르게

 

1층과 2층은 외부의 계단으로 이어져 한 건물이지만 각각 독립적으로 사용된다. 요염하고 독특한 외관과 다르게 내부는 단순하게 디자인 되었다. 그래서인지 가구가 제법 들어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비밀은 수납공간에 있다. 집이 심플하려면 기본적으로는 짐이 적어야 하는데, 워낙 짐이 많은 건축주를 위해 수납공간을 많이 만들었던 것이다. 삼각형이 만들어 낸 유휴공간들을 활용하여 다락과 창고를 만들고, 붙박이장과 책장 등을 설계에 포함했다. 

 

▲  1층 거실. 왼쪽 책장은 부부가 직접 짠 가구다. 

 

 

 

▲ 거실과 부엌은 단차를 두어 독립성과 기능성을 강조했다. 

 

부부가 살고 있는 1층은 아이가 생겼을 때 가벽을 세워 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큰방과 부부침실, 거실, 주방, 욕실 등으로 평면을 나누었다. 거실의 지면을 40㎝ 정도 낮추어 별도의 장치 없이도 주방과 거실이 분리되도록 했고, 단차가 생긴 부분에 책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부부는 이 낮은 책장에 걸터앉아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거실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단연 직접 만든 책장이다. 책을 좋아하는 남편은 늦게 퇴근하는 날에도 공방에 찾아가 작업하며 공을 들였다. 벽면 전체를 채운 거대한 책장에는 사선으로 문을 달고 원형의 손잡이를 만들어 밋밋할 수 있는 공간에 포인트를 주었다.


부모님이 살고 있는 2층의 전체적인 구조는 1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사지붕 덕에 천장이 높아 1층보다는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며, 살림하는 어머니를 위한 공간들이 돋보인다. 거실과 주방이 연결되어 있으면 음식을 해 먹는 것이 부담스럽기 마련. 다용도실을 넓게 만들고 싱크대를 여분으로 하나 더 들여 분리된 공간에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다용도실에서 연결되는 발코니 역시 널찍하게 만들어 짐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2층, 부모님이 사는 주방

 

▲ 2층 거실. 왼쪽 상단의 가구는 매우 난해가 기법으로 제작한 벽걸이 수납장이다. 

만들어 쓰는 가구

 

처음부터 목조주택을 짓고 가구를 만들어 쓸 생각은 아니었다. 아토피가 있는 아내와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 이왕 나무집을 짓고 살기로 했으니, 가구도 평생 쓸 수 있고 친환경적인 원목으로 직접 만들어 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1년 넘게 공방을 알아보다가 입주 5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직장을 다니고 있었기에 퇴근 후에도 들러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집 근처로 알아보았는데,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공방들이 합판이나 집성목을 사용하고 있었고, 진짜 필요한 가구를 만들 수 있는 수업도 많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지금 다니고 있는 공방을 찾았다. 일단 공방 한 쪽에 나무가 쌓여 있었고, 불필요한 휴지함이나 스툴을 만들어야 하는 다른 공방들과 달리 원하는 가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커리큘럼에 반해 다니기로 결정했다.


공방을 다니기 전까지만 해도 1년 정도면 필요한 가구는 웬만큼 다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다. 부부는 이사 오면서 신혼 때 저렴하게 산 기존의 가구를 모두 버리고 왔다. 하지만 집이 완공되고 입주할 때까지 완성된 가구는 침대 하나가 전부. 잠깐 쓸 가구를 따로 사야하나 고민하기도 했지만, 원래 계획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기로 한다. 그렇게 첫 가구이자 유일하게 완성된 가구인 침대만 있는 채로 새 집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다행히 수납공간이 많아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꼬박 2년 반 동안 벽장식부터 책장, 식탁 의자, 화장대, 침대, 선반, 장식장 등 필요한 가구들을 만들어 하나씩 채워가며 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소파, 책상, 서랍장 등등 아직도 만들어야 할 가구들이 남았어요. 가구를 다 만들고 나면 소품도 만들어 쓸 생각이거든요. 2층도 있으니까 아직 멀었네요.(웃음)”

 

▲ 컬라 밸런스로 공간의 구조를 구분했다. 

 

부부가 만드는 가구들은 심플한 공간의 특성에 맞게 1층은 애쉬, 2층은 오크로 수종을 정해 통일감을 주었다. 처음에 가성비가 좋은 애쉬를 선택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1층은 전부 애쉬로 만들었고, 어머니의 화장대를 오크로 만들었다가 느낌이 좋아 부모님이 사용하는 2층의 가구들은 오크로 만들게 됐다. 취재 당일 설치한 선반 겸 장식장 역시 2층에서 부모님이 쓰실 예정이다. 

 

우리가 만난 바바렐라 하우스는 2년 전보다 훨씬 좋았다. 집 앞에 심어 놓은 상추와 치커리, 담장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 포도나무, 집안 곳곳의 식물, 벽면 가득한 책, 그리고 하나 둘 채워져 가는 가구들이 건축가의 포트폴리오 속 작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집으로 거듭나게 한 덕분이다. 2년 후엔 어떤 공간이 되어 있을지, 몇 번째 가구가 어떻게 만들어 지고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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