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이어받는 중국가구 <이지샹(倚至尙) rkrn> : 가구로 구현하는 철학

Furniture / 배우리 기자 / 2018-01-20 08: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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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에 새겨진 심상치 않은 원들. 단지 장식이라고 하기에는 조용히 공명을 원하는 모습으로 가구를 사용하는 이를 바라보고 있다.

 

이지샹의 전시장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것은 정갈한 다탁 연출이다. 앉아서 차를 마시기도 전에 그것을 경험하는 기분이 온 몸을 감싼다. 기물에 기운이 깃드는 것이 가능하다면 바로 이런 가구에서가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도를 향한 가장 쉬운 길


이지샹의 전통은 가구에 스민 전통만큼이나 오래 된 것은 아니다. 2015년에 브랜드를 설립하고 공장을 가동한 것은 2016년이지만 벌써 2016 베이징 국제가구박람회에서는 최고의 디자인상을 수상했고, 칭다오와 상하이의 박람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 디자인 임팩트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이지샹은 가구의 전통적인 요소들을 살리면서 그 안에 깃든 문인들의 철학을 그대로 옮기고자 했다. ‘의자’ 또한 단순한 기물이 아니다. 이지샹의 수장이자 디자인 총감독인 쑤휘(徐輝)는 ‘의자’에 기대앉는 것으로 ‘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의자가 수단이 아닌 그 자체 목적으로서의 궁극의 미와 고귀한 인본주의 정신을 담은 완벽한 작품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지샹이라는 단어에는은 'easy'를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도 숨어 있다. 그는 가구가 ‘도’로 가는 가장 ‘쉬운(易)’ 길이라고 믿고 있다. ‘易’는 해와 달, 그야말로 우리 곁에 항상 있는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그는 이런 자연을 본받아 삶과 인문학의 관계를 잇기 위해 전통을 들여다본다.


전통의 사상과 문화를 비교적 그대로 이어나가려는 이지샹의 주력 가구는 다탁과 의자다. 차를 마시는 커다란 테이블은 아직도 중국에서 만남과 사교, 사업 등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한 장소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지만 ‘차’는 아무리 가벼운 마음으로 마실지라도 바로 ‘도’를 향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의 가구 이름도 심상치 않다. 음양오행부터 불교까지 섭렵하는 이름들을 달고 있어서 함부로 다루기도 어려울 것 같다.


가구를 가로지르는 선과 원


 

 서휘는 이지샹 가구만의 특징으로 바닥을 가로지르는 선을 꼽았다. 중국 전통 가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선은 타니(拖泥)라고 불리는 일종의 스트레처로, 소파와 콘솔, 벤치, 캐비닛 등의 많은 가구의 다리를 지탱하고 있다. 낮게 깔린 타니는 단순하게 쭉 뻗지 않고 정교하게 깎아 가운데가 살짝 솟아 있다. 물질은 우리의 감각을 자극해서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제공한다고 믿는 이지샹 가구의 정신은 교묘히 출렁인 선으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가구에 변형이 오지 않도록 목재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쓴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특징은 가구에서 가만히 일렁이는 원. 타니를 제외하고 불필요한 조각이 거의 없는 단순한 형태지만 둥근 조각은 남겨둔 것이다. 자연의 신비에 알게 모르게 닿도록 하는 가구 철학자의 디자인이다.


대세 월넛


전통의 디자인과 전통 철학을 아우르는 이곳에서도 나무는 북미산을 쓴다. 중국 전통가구 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홍목을 왜 쓰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그건 몰라도 너무 모르는 질문이었다. 명대 이후 동남아시아의 질 좋은 나무들이 들어왔지만 현재는 구하기가 힘들어 잘 쓸 수 없을뿐더러 아메리카 블랙 월넛이 가구를 만들기도 편하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출처(족보)가 확실해서 최근에는 가장 많이 쓰이는 수종이 되었다고 한다. 일상의 가구를 통해 세계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자 하는 데 있어서 ‘미’국산은 꽤 적절한 것 같다. 전통이라고 해서 꼭 국산나무를 고집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가장 먼 차원을 여행하기 위한 가장 가까이 있는 가구, 이지샹의 탁자에서 차 한 잔 하면서 더 머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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