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이어받는 중국가구 <모치(墨器)> : 다시 묵으로

Furniture / 배우리 기자 / 2018-03-02 08: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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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을 흡수하는 검은 빛. 빨려 들어갈 듯한 블랙홀을 보았다.
하늘은 까맣다던 오래된 사람들의 지혜를 가구가 가르쳐준다.

 

2017 메종 상하이의 부대행사, ‘Modern Chines Styly'에서는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이 본박람회와는 다른 브랜드 전시 공간을 선보였다. 여기에서도 대부분 ‘선(禪)’ 스타일을 추구하며 전통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계승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공방이나 가구에서는 본 일 없었던 색과 질감을 가진 가구 앞에서는 멈출 수밖에 없었는데 30년 경력의 중국 탑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양유아오(楊玉堯)가 이끄는 모치다.


 

 

 

검정은 모치가 추구하는 가치의 핵심이다. 서양 예술에서 ‘묵’은 그저 검정일 뿐이라면 중국 예술에서 묵은 색상이 없음에 도달하는 모든 색상을 넘어서는 색이며 모든 것을 포괄하는 색이다. 여기에 검정을 담는 그릇인 ‘기’는 일상생활로 침범하도록 고안된 오래된 유물들을 말한다. 묵기는 말 그대로 검정색 가구와 기물이다. 모치는 이런 검은 기물들이 사람과 사물, 사람들, 사람과 자연을 이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구를 만드는 곳이다.
하얀 부스에 놓인 ‘봄가을’ 시리즈의 벤치와 테이블, 책상과 캐비닛은 빛나는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그것들은 알 수 없는 신소재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모두 나무다. 백단, 자단, 흑단과 그밖에 짙은 빛을 내는 나무들이 모치가 사용하는 목재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먹물을 머금은 것 같은 색을 띠고 있을까. 모치는 깊은 검정색을 내기 위해 1차 건조된 나무를 2~3개월 간 훈증하고, 2차 건조과정을 거치는데 1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나무는 색이 변하는 것은 물론이고, 본래 짜임새를 유지하면서도 결은 풍부해진다. 덕분에 갈라지거나 변형되어 가구에 턱이 생기는 일이 일절 없다고 한다. 중국 가구의 선들이 대부분 날렵하지만 모치의 선은 특히나 가늘고 고왔던 이유도 훈증에 있었다. 더구나 테이블을 이루는 가는 선들은 그냥 “예술”이다.


 

 

 

여느 전통을 잇는 브랜드처럼 모치도 송나라가 성취한 문화의 꽃을 다시금 피우고자 한다. 그 시기의 예술을 모범으로 삼으며 그들이 연구하는 것은 『易經』이다. 음양오행을 상징하는 동방 특유의 점, 선과 면들을 차용하고 가구에 적용한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봄가을 시리즈다. 날렵한 선과 면으로 완성한 원방각(圓方角)의 디자인은 어느 시대에나 속하면서 어느 시대에도 속하지 않는 디자인이다. 그래서 도시의 아파트 안에서도 이 가구들은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삶의 양식을 제공할 것이다.


누구나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중국의 가구를 둘러보고, 자세히 살피면서 느낀 점은 많은 중국의 가구 제작자들이 디자인으로 승화시키기 어려운 개념과 철학을 비교적 잘 풀어낸다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철학이 그저 뽐내기용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 일상에 그만큼 개념이 녹아들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봄가을 시리즈가 반박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세트로 살 것이 아니라면 엄두를 낼 수 없겠다. 무슨 가구든 그 옆에 두면 오징어가 될 것 같다. 모치 가구의 가격은 업계 최고라고 하니 세트의 가격은 그야말로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모치는 이번 박람회의 골드 아이디어 유산 부문에서 수상했다. 빠르게 회복한 전통의 DNA로 자신들만의 것을 찾아가는 모습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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