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가구, 전통으로 전통을 말하다

Object / 장상길 기자 / 2018-03-07 02:11:42
  • -
  • +
  • 인쇄

​검박하다, <삼층한지장> | 홍훈표 목수

  

▲  650W×400D×1200H l 참죽나무, 오동나무, 한지, 거멍쇠

 

 

조선시대에는 가구나 기물의 재료로 종이를 사용한 예가 많다. 닥나무를 삶아 섬유질을 펴서 만드는 조선시대 닥종이는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중국에까지 정평이 나 있었다니 가구재로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견오백 지천년’즉 비단은 500년을 가고 종이는 1000년을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홍훈표 소목장의 삼층한지장은 이런 조선시대의 전통을 잇는다. 현존하는 조선의 장 중에서 한지를 문의 복판이나 측널 대용으로 쓴 사례를 보면 문 디자인이 한옥의 전통 창문 형태를 빌린 경우가 많은데 이 삼층한지장 역시 전면에서 느껴지는 형태도 미니멀한 느낌의 전통 창문이다. 기둥이나 쇠목의 두께에 비해 문변자 너비가 넓어 투박해 보일 수 있음에도 문살을 열십자로 단순하게 쓰면서 깔끔한 비례를 구현한 탓인지 전체적으로 인상이 담백하다. 동자를 생략하고 제비초리 같은 전통 짜맞춤 기법을 사용하지 않은 점도 이 가구의 담백하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유지하는데 한몫을 보탠다.


홍훈표 소목장은 조선가구의 미감은 십분 살리되 생략할 것은 과감하게 생략하는 방식으로 전통의 현대화라는 화두에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손끝에서 아파트형 주거 문화에도 스스럼없이 스며들 수 있는 컨템포러리한 삼층장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조선가구의 백미 <공간책장> | 홍훈표 목수

 


710W×450D×1440H l 느티나무, 참죽나무, 오동나무, 황동


 

 조선시대의 장은 일반적으로 전대와 후대에 그 쓰임의 큰 변화가 생긴 기물이다. 전대에는 주로 책을 보관하던 사랑방의 서가(書架)가 주 용도였으나 후대에 이르러 목가구에 대한 제작과 쓰임에 있어 광범위하고 다양한 요구들이 따르면서 옷이나 생활용품을 보관하는 의장의 역할에 더 치중하는 형태로 변모했다고 한다. 책장의 형태가 다양한 것은 아마도 조선시대 목가구 중 가장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공간 책장은 조선시대 책장의 다양한 변모를 보여주는 것 중 하나로 일본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가 세운 일본민예관에서 홍훈표 소목장이 직접 보고 만지며 실측해 제작한 재현 작이다. 문을 위 아래로 나눠 이층장의 형식과 유사하면서도 상단과 하단은 문 없이 공간을 노출시켜 책탁자처럼 쉽게 책을 꺼내고 보관할 수 있는 편리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깔끔한 면 비례와 간소한 장석 사용도 장의 전체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장석을 비롯해 장식 요소를 간소하게 표현하면서 조선가구 특유의 정갈한 면 분할이 확연히 드러난다.

[저작권자ⓒ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