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작다. 직접 만든 가구와 분위기, 이웃을 대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그들의 마음은 결코 작지 않았다. 일과 여가, 시골과 도시,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폴과 리나. 집 안 가구와 공간, 삶과 공간의 균형은 어떻게 맞춰가고 있을지 궁금했다.
목수와 그의 아내
저녁이면 바로 옆 공원이나 한강에서 뛰어놀고 주말이면 홍대로 가서 문화도 즐길 수 있는, 그럼에도 아직 ‘동네’ 느낌이 나는 동네의 집은 목수 김장원이 태어났던 바로 그 자리에 20년 전 다시 지은 건물이다. 6년 전, 그곳 2층에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다.
전에 살던 곳보다는 많이 작았다. 대신 큰 집의 휑하고 차가운 공기 말고 따뜻하고 아늑한 공기를 마주할 수 있어 좋았고, 오전의 햇볕이 린넨 사이로 스미는 것을 보면서 새소리를 듣는 것도 생각지 못한 행복이 되었다.
이제는 합정에 폴앤리나 카페가 없지만 부부가 카페에 손수 담았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집’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사실 웬만한 목수의 집이 그렇듯, 이 집 목수도 주로 남은 나무가 있을 때 집에 쓸 가구를 만들어서 그런지 나무 수종이 다 제각각이다. 고재부터 오리나무, 물푸레나무, 뉴송, 멀바우까지 색도 다르고 느낌도 다른 나무들이지만 ‘나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서로들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처음 원목 가구를 들여놓으려는 사람들은 대개 통일된 색감을 위해 다른 아이템도 같은 수종을 쓰길 원하는데 이럴 때 폴앤리나는 내추럴하고 편안한 자신들의 집을 보여준다. 삶도, 가구도 긴장을 풀어야 아름다워지는 거라고.
이상하게 좋은 가구
더 이상 집에서는 고칠 수 없는 아쉬운 부분들을 뒤로 할 수 있는 건 같은 건물 반지하에 새로 꾸민 쇼룸이 있기 때문이다. 회색 타일에 약간 높아진 천장, 그리고 군데군데 들어오는 겸손한 빛, 리나가 모은 빈티지 소품과 패브릭, 폴이 만든 가구가 있는 곳.
그리고 냉장고가 아주 작은 곳. 이 곳에 들르면 이상한 나라에 온 듯 신비롭게 가는 시간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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