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관 목수노트 ④] 목수의 ‘직업’ 유형에 대하여

칼럼 / 편집부 / 2020-05-21 01: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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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형 목수, 주문형 목수, 교육형 목수
박종선, 이정섭, 정재원, 김홍국
가구판매 기준에 의해 분류될 수도

한국은 아직 목가구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았다. 순수하게 ‘목가구 시장’이라고 말할 때 과연 ‘시장’이라는 용어를 쓸 만한 규모의 무언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그저 가구시장 혹은 리빙시장의 한 켠에 몹시 작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수의 활동 유형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연재는 직업목수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므로 정보 제공 차원에서 분류를 시도해 본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분류임을 미리 밝힌다. 또한 소위 ‘아트퍼니처’ 처럼 예술 분야에 가까운 작업이나 전통 목가구는 제외하였음을 밝힌다.

직업목수의 현실을 살펴보면 대강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작가형’ 목수, 두 번째로는 주문가구 위주의 ‘주문형’ 목수, 세 번째로는 교육공방을 운영하는 ‘교육형’ 목수이다. 작가 형태의 목수가 가장 소수이고, 교육형 목수들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의 공방 형태이다. 물론 이 세 가지 유형이 복합된 형태를 띈 목수들도 상당수다.

‘작가’ 유형의 목수와 ‘주문형’ 목수를 분류하는 기준은 판매되는 가구의 일관성이다. 자타가 공인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정체성이 담긴 가구를 판매하는 목수는 작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수종이나 스타일 등을 맞춰주는 목수는 주문형 목수로 분류할 수 있다. 어떤 목수들은 한두 점의 독특한 가구 디자인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이는 일관성 측면에서 유의미하다고 보기 힘들다. 이에 비해 작가형 목수들은 자신의 스타일이 분명한 가구 리스트를 수십 점 넘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먼 산을 조망하는 풍수지리가의 안목을 점목한 이정섭 가구. | 2017 ⓒ 이정섭

 

내촌목공소의 이정섭 목수나 박종선 목수의 가구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그들만의 확고한 스타일이 있다. 어느 자리에서 봐도 그들의 가구는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작가형 목수 역시 특정한 주문에 따라 가구를 제작, 판매하지만, 기존 자신들의 가구에서 사이즈와 약간의 디테일을 바꾼 정도이다. 주문자들은 이미 이들의 가구 스타일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으며, 주문 역시 그들의 스타일이 분명하게 노출된 가구를 원한다. 자신의 철학과 스타일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기에 미술시장에서 이들을 ‘작가’로 대우하기도 한다. 작가 유형의 목수들은 정기적으로 갤러리 등에서 전시를 열어 그들의 새로운 가구를 선보인다.  

 

박종선 목수의 경우 국내 유수의 갤러리인 ‘서미갤러리’의 소속작가로 활동하며, 해외 페어나 전시에 다수 참여했다. 그는 ‘서미갤러리’의 소속작가가 되기 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개인전을 열어 자신의 가구를 세상에 소개했다. 다양한 활동을 펼쳤던 이정섭 목수 역시 서울 옥션에서 2012년 그의 탄화목 시리즈를 발표하며, 다시 한 번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작가형’ 목수들의 가구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울만큼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 TRANS-13-002 | 3240(W)×400(D)×1870(H) | 체리, 메이플, 월넛, 알루미늄 | 2013 ⓒ 박종선


 

이와 달리 주문형 목수는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수종은 물론 디자인을 맞춘다. 이들의 가구에서는 차별적인 정체성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 가구의 불투명한 정체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적당치 않다. 오히려 불투명성은 그들의 가구를 다양한 층위의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게 하는 대중성과 확장성의 핵심이다. 또한 다양한 요구에 맞춰 새로운 가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자신만의 분명한 정체성이 담긴 가구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주문가구 위주의 목수 중에 주목할 만한 목수는 정재원 목수이다. 경기도 파주에서 <정재원 가구>를 운영하는 그는 굉장히 스텐다드한 스타일의 가구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공간에 놓인 그의 가구는 ‘작품’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정섭 목수나 박종선 작가의 가구가 어느 공간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과는 상반된다. 정재원 가구에는 그러한 존재감이 없다. 대신 어느 공간에 들어가도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다. 공간을 거스르거나 해치지 않는 가구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하라 켄야를 비롯한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정재원 가구가 특정 계층이 아니라 굉장히 넓은 층위의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은 그의 가구가 유지하고 있는 정체성의 불투명성 때문일 것이다. 10여 년 간 수많은 고객들과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베어든 불투명성은 정재원 가구의 힘이다. 그와 비슷한 길을 걸었던 목수들 중 현재까지 활동하는 목수가 정재원 목수 한 명뿐이라는 것은 주문형 목수로서 그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인케 한다.

약 10여 년 전부터 주문형 목수들의 가구는 비슷한 스타일을 공유했다. 소위 ‘일본화 된 북유럽 스타일’이다. 일본의 목가구 브랜드 ‘트럭 퍼니처’의 가구처럼 북유럽 가구들이 일본에 들어와 변형된 스타일이다. 북유럽 가구의 유행 속에 한국인의 정서와 미묘한 지점에서 접점을 이룬 일본형 북유럽 가구들은 한때 주문형 목수들이 공통적으로 선보였던 가구 스타일이다. 그래서 이들의 가구는 쉽게 구분이 되지 않았다. 북유럽 가구는 물론 일본형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즈음이어서 주문형 목수를 방향을 잡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탐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지난 해 개인전을 가진 정재원 목수 | 2019 ⓒ 정재원


정재원 목수의 이전 가구들 역시 일본형 북유럽 가구에 속했다. 하지만 현재 그의 가구는 기존의 스타일을 벗어나 정재원 스타일의 스텐다드 퍼니처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광범위한 취향을 품을 수 있는 스텐다드 디자인에서 출발해 점점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정재원 목수의 사례는 주문형 목수로 길을 잡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사례가 될만 하다.

교육형 목수에 대해서는 크게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의 주된 수입은 가구 제작과 판매가 아닌 ‘교육’에서 나온다. 그들 역시 종종 새로운 가구를 선보이지만, 본격적인 가구라기보다 약간의 ‘쇼케이스’ 성격이 강하다. 수강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가구 형식이다.
나는 교육형 목수의 정체성을 ‘목수’가 아닌 ‘강사’라고 규정한다. 이는 그들의 위치를 평가절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형 목수의 입지가 보다 명확해 지기를 바라는 의미다. 어느 분야든 교육은 중요하다. 한국의 목가구 시장은 어쩌면 그들로부터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목공 교육 학원으로는 2008년 개원한 <유니크 마이스터>가 있다. 매해 전문반 20여 명을 비롯해 90여 명에 가까운 인원이 수강한다. 지난 10여 년 간 전문반 300명, 집중반 600명 등 거의 천 명에 가까운 목공인을 배출했으며, 수료생 중 현재 상업공방을 운영 중인 목수도 90여 명에 가깝다.
<유니크 마이스터>를 운영하는 김홍국 대표의 수입은 가구를 판매에만 의존하는 목수들에 비해 상당히 높을 것이다. 목수가 직업이라고 할 때 ‘교육공방’이라는 운영방식은 몹시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다만, 한 가지는 꼭 고려되어야 한다. 교육이라는 분야는 단순히 경제적 이유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소중한 시간과 돈, 그리고 꿈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이기에 다른 분야보다도 더 큰 ‘도덕성’이 요구된다.

나는 그동안 1년 정도 목공을 배운 후 바로 ‘교육공방’을 창업하는 목수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누군가를 가르칠만한 소양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경제활동을 위해 교육공방을 여는 것이다. 심지어 3개월 과정을 수료하고 바로 교육공방을 여는 사람도 보았다. 나는 이것은 도덕적으로 비판의 여지가 크다고 생각한다.

박종선 목수 역시 <우드플래닛>과의 인터뷰에서 “6개월 혹은 1년 목공 배워서 창업하고 목공교육을 하는 일은, 단순히 업계의 문제가 아니라 시사 문제로 다뤄야 하는 만큼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대중은 ‘목수’에게 가구를 의뢰할 때 ‘목수’라는 이름을 신뢰한다. 그래서 다른 제품을 구매할 때만큼 그 목수에 대해 크게 알아보지 않는다. 충분히 숙련되지 않은 목수의 가구는 소비자의 신뢰를 배신하게 되다. 이는 그 목수의 개인적 도덕성을 넘어 한국 목가구계 전체의 퇴보로 이어진다. 상품으로서의 가구를 만드는 목수가 이럴진데, 교육을 하는 목수의 도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유니크 마이스터>의 김홍국 대표의 경우, 목공학원을 운영하기 전에 이미 ‘아내를 위한 흔들의자’, ‘와상’ 등의 작업을 통해 높은 평가를 받는 목수였다. 판화작가로 활동했던 이력과 특유의 성실성으로 수준높은 가구를 다수 제작하며 가구 시장에서 분투하기도 했다. 때문에 그가 목공학원을 열었을 때 누구의 그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만의 목가구를 위해 긴 시간 고민하고 노력해보지 않은 사람이 쉽게 ‘교육’이라는 상업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보며, 나는 늘 김홍국 대표를 생각한다.

교육공방을 열며 대부분의 목수들은 “공방 운영을 위해 최소한의 교육을 통해 운영비를 마련하며, 틈틈이 시간을 내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겠다”는 말을 한다. 그들의 말이 진심임을 나는 잘 안다. 하지만 교육공방을 운영하며 자신의 독창적인 작업을 내보이는 목수는 만나기 힘들다.

앞서 예를 든 <유니크 마이스터>의 김홍국 대표 역시 교육공방을 운영하던 초기에는 틈틈이 시간을 내 자신의 작업을 병행했다. 하지만 곧 그는 개인작업을 포기하고, 교육공방의 운영에 전념한다. ‘교육공방’을 운영하는 것은 개인 작업과 병행하기에 힘든 구조이다. 언젠가 만난 김홍국 대표는 “대패를 잡은 지 3년이 되었다”며, “교육에만 전념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르다”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말과 상황이 ‘교육공방’을 운영하는 사람의 윤리라고 생각한다.

교육공방을 운영하려고 준비하는 분들은 ‘개인작업과 교육의 병행’이라는 지난한 희망을 가지기보다 교육에 전념하는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목가구를 만들어 판매하는 목수가 본인의 진정한 꿈이라면 섣불리 교육공방을 여는 것은 어느 쪽으로든 실패의 확률이 크다.

이상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에 의해 직업목수의 세 가지 유형에 대해 살펴보았다. 목가구를 만드는 목수에 대한 정보가 귀한 상황에서 목수를 희망하는 분들이 그저 ‘목수’라는 이름만으로 미래를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준비에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들어가는 이 세계에 뛰어들기 전에 목수라는 직업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조금이라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글 김윤관(김윤관목가구공방 & 아카데미 대표목수)


직업목수를 위한 <김윤관목수의 목수노트>가 총 7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프롤로그 - "정말, 당신은 ‘열심히’ 할 수 있습니까?"
① 일 년 그리고 직업목수가 된다는 것
② 목수를 둘러싼 몇 가지 오해들
③ 직업목수가 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에 대하여
④ 목수의 ‘직업’ 유형에 대하여
⑤ 직업목수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⑥ 목수는 어떤 직업인가

 

※ 이 글의 편집 방향은 전적으로 저자의 의도에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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