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neyland :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Architecture / 김은지 기자 / 2018-04-12 01: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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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가사처럼 간단하면 좋으련만, 저 푸른 초원 위에 마음에 꼭 드는 그림 같은 집을 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노랫말을 현실로 만든 건 미션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축가와 그가 만든 특별한 지붕 덕이었다.

 

프랑스 북동부, 포도나무가 물결치는 푸른 초원과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목조 건물들이 펼쳐진 알자스 지방은 유럽에서도 아름다운 마을로 손에 꼽힌다. 오래된 것의 가치를 아는 프랑스답게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지만, 이곳의 도시 정책은 의외로 심플하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룰 것’ 


이런 알자스 지방의 시골마을에 지어진 디즈니랜드(Disneyland)는 테마파크가 아니다. 은퇴 후 시골살이를 결심한 부부의 집이다. 풍부한 일조량과 적당한 강우량을 필요로 하는 포도나무가 지천에 깔린 마을은 은퇴한 부부의 새 보금자리로 더할 나위 없었다. 하지만 시골에는 살아도 시골집에서 살기는 싫었던 걸까. 부부는 모던한 집을 원했다. 과수원 한 가운데, 사방에 오래된 시골집이 있는 마을 풍경과 어우러지는 모던한 집이라니!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도시 정책을 동시에 수렴해야 하는 이 프로젝트에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손사래를 쳤다.

  

전통으로 위장한 모던 하우스

여기에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민 건축 집단이 있다. 설계를 맡은 GENS association libérale d'architecture(이하 GENS)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위장(Camouflage)을 택했다. 외관은 전통적으로 보이게 하되, 내부를 현대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일단 지붕을 1층 높이의 2배 이상으로 크게 만들어 담장 밖에서는 지붕만 보이도록 하고, 이웃집 지붕과 똑같은 목재를 사용하여 모양과 경사를 그대로 재현했다. 그래서 겉에서 보기엔 언뜻 이웃집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담장 안으로들어서면 지붕을 받치고 서있는 낮은 1층이 부부의 바람대로 ‘모던’하게 서 있다.

 

이웃집과 마주하고 있는 북쪽에는 막혀있는 욕실과 화장실, 창고를 두고, 반대편인 남쪽에 정원과 연결되는 커다란 창유리를 슬라이드로 설치하여 사생활 침해를 받지 않으면서도 개방적인 공간을 마련했다. 1층의 거실과 주방은 사우나를 가운데 두고 부부의 침실과 분리되어 있다. 일반 벽돌과 나무로 만들어 투박한 느낌이 나는 다른 집들과는 달리 콘크리트와 현지의 저렴한 전나무를 주로 사용했으며, 마무리 공정 없이 프레임을 그대로 노출시켜 인터스트리얼 콘셉트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디즈니랜드는 조명이 들어오는 밤에 더욱 빛을 발한다. 낮에는 투박한 시골 아낙 같은 얼굴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이 되면 전혀 다른 분위기로 새로운 공간이 탄생하는것이다. 

 


 

이건 그냥 지붕이 아니야


전체 집의 규모에 비해 지붕이 유난히 큰 데다가 내부의 나무 프레임이 노출되어 있어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역할이 숨겨져 있다. 일단, 밖에서 보았을 때 이웃집들과 동일한 전통 주택처럼 보이도록 하고, 기능적으로는 테라스와 주차공간을 비와 바람으로부터 보호한다. 2층에 해당하는 지붕의 내부에는 나무 둥지와 같은 메자닌(Mezzanine)을 만들어 게스트룸 겸 공부를 하거나 낮잠을 잘 수 있는 개인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메자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로, 층 높이나 바닥 면적이 기준층보다 작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복층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듯한 공간을 지붕에 숨겨둠으로써 일종의 비밀의 방을 만들어 둔 것이다. 이 자리에 앉아 동쪽을 바라보면 나무 프레임이 터널처럼 뚫려 있는 창을 발견할 수 있다. 박공지붕에 창이 있는 경우 대부분은 2층집인데 디즈니랜드는 1층 뿐이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의문이 풀렸다. 박공지붕에 뚫린 창은 집 내부로 빛을 끌어옴과 동시에 독특한 뷰를 제공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일상이 되면 감흥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디즈니랜드의 지붕은 단순히 비바람을 막는 덮개가 아니다. 알자스의 풍경을 지키는 외피이자, 아름다운 알자스의 모습을 늘 새삼스럽게 바라보고 감동하며 여생을 보내기를 바라는 건축가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는 공간이다.

 


미션 임파서블? 미션 컴플리트!


누가 설계했는지 바로 알 수 있도록 정형화된 건축물이 있는가 하면, 같은 사람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변화무쌍한 건축물도 있다. GENS의 작품들은 후자에 속한다. 소규모 예산의 작업부터 대형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고수하는 원칙은 같은 작업을 두 번 이상 하지 않는 것. 

 

“가능하면 클라이언트의 다양한 요구를 모두 수렴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모두 다르니 요구사항도 다 다르고, 그걸 실제로 재현해 냈을 때 희열을 느껴요. 배우는 것도 많고요. 그건 젊은 건축가들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처하는 현실적인 방법이기도 하죠.(웃음)” 매번 새로운 콘셉트의 작업들을 시도하기 때문에 새로운 미션을 ‘해결’해 나가면서 성장하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 나가는 앞으로의 건축물들이 궁금하고 기대되는 이유다.


‘마을에 어우러지면서 동시에 모던하라’는 이번 프로젝트의 미션은 심플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들은 전통으로 위장한 현대건축물에 디즈니랜드라는 이름 붙였다. 디즈니랜드는 월트 디즈니의 꿈과 상상을 현실로 옮겨 놓은 공간이고, 그렇기에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공간이다. 알자스의 디즈니랜드도 그런 경계에 있다. 새로 지었지만 주변의 집들과 같이 오래되어 보이고, 외관뿐 아니라 내부 역시 오래된 건축의 중목 구조를 따르고 있지만 그것은 또 다른 공간과 창을 위해 철저하게 설계된 부분이다. 어디서 전통이 멈추고 현대적인 것이 시작되어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가장 유럽 감성 가득한 마을에 꿈과 모험의 나라 디즈니랜드가 세워졌다. 미션 컴플리트!

 

"우리의 모든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 만일 우리에게 그 꿈을 밀고 나갈 용기가 있다면 말이다."
- 월트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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