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목가구 : 양석중 목수 '미래의 전통'

Furniture / 장상길 기자 / 2018-02-23 01: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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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목장 양석중의 첫 개인전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다. 전통 소목의 장인정신과 조선가구의 담백하면서도 웅숭한 조형미를 현대에 되살려온 그의 곡진한 작업이 17년이란 긴 세월을 견뎌내고 이제 미래를 향하고 있다.

<양석중 목가구展: 미래의 전통>에서는 2013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을 받은 삼층장을 비롯해 총 30여 점에 이르는 양석중 솜씨의 정수와 만날 수 있다. 서른일곱 늦은 나이에 전통 소목의 길에 입문한 뒤, 전통의 길에서 쉼 없이 고민하며 조선의 미학을 갈고 닦았던 그의 땀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더욱 값진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소목장 양석중의 작품에서는 조선의 선비들이 성취했던 목가구의 미적 원리와 그 현대적인 쓰임 사이에서 조화를 찾기 위해 고민한 그의 모색들이 읽힌다. 목리의 표현을 최고의 가치로 쳤던 조선 목가구의 미학은 표현이 방만하면 천박해보이고, 너무 옥죄면 답답해진다. 양석중의 작품 역시 목리로 풀어 헤칠 데는 과감하게 풀어 헤치고, 짜임으로 단정하게 여밀 데는 또 가차 없이 소목장의 기술로 단속하고 있으니, 단지 전통을 이어 소목장이 아니라 능수능란한 우리 나무의 표현과, 전통 기법에서 읽히는 그 솜씨의 견고함이 느껴져 소목장이다.


조선 미학의 한 정점을 이룬 조선 목가구의 성취는 사물에 쏟는 마음을 경계했던 성리학적 전통이 격물치지라는 변혁으로 뒤집힌 뒤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사물을 완상하며 만물의 이치를 따졌던 조선 후대 선비의 문화가 끊겼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선이 이룬 목가구의 아름다움에 심취하고 완상하는 이가 드문 세상인 것 같다. 전통이라는 고상한 화두에 굳이 가두지 않더라도 소목장 양석중의 솜씨는 충분히 곁에 두고 즐길만한 것을.
로마의 위대했던 철학가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물은 아름답기 때문에 즐거움을 준다”라고. 양석중 소목장의 목가구에도 이 말을 담고 싶다.  


삼층장 l 680×460×1180 l 느티나무, 오동나무, 황동 l 2013


느티나무로 짠 두 벌짜리 삼층 옷장. 호암미술관이 소장한 조선시대 삼층장을 참고로 했다. 겉 문짝 표면에는 느티나무의 목리(나뭇결)를 살려 나비 문양을 배치하고, 손잡이에는 당초문을 새겼다. 속 문짝에는 '수복(壽福)' 자를 수놓은 비단을 댔다. 심사위원으로부터 "정교한 비례미, 짜임 기법이 섬세해 전통공예의 멋스러움과 가치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다. 옻칠도 목리를 잘 살리지만 나뭇결을 최대한 잘 드러내고 싶어서 옻칠 대신 유칠(기름칠)을 택했다. 전통적이면서도 날렵한 선이 시간을 넘은 '모던함'을 느끼게 한다. 2013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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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탁 l 1450×350×1100 l 참죽나무, 오동나무, 먹감나무 l 2015


이제는 잘 쓰이지 않는 부엌 찬장을 접시나 와인을 넣어두는 현대식 가구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가운데는 칸을 나누고 문을 달아 공간을 분리해 저장의 효율성을 높였고, 첫 번째와 세 번째 층은 칸 나눔 없이 하나의 공간으로 틔워 자유로운 쓰임을 찾을 수 있도록 개방형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이는 소통하고 공유하는 한국 가구의 특징을 담아낸 것이다. 이 작품은 나무 본연의 색과 결을 살려 돋보이는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다. 감나무의 색이 까맣게 변하는 것을 활용해 색을 표현했고, 결을 그대로 드러내 자연의 느낌을 담았다. 이는 양석중 소목장이 작품 제작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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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반닫이 l 950×520×900 l 느티나무 l 2017>


반닫이는 전통가구 중 가장 널리 쓰였던 가구다. 넉넉한 공간에 계절 옷이 담겨 있었고, 넓은 천판 위에는 이부자리가 잘 개켜져 있었다. 그래서 반닫이는 많은 이들에게 고향이기도 하고 어머니이기도 하다. 그 푸근함이 오늘날 우리에게는 향수로 남아있다. 양석중 소목장의 반닫이는 강화반닫이의 전형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땅에서 자란 느티나무의 선명한 나이테가 잘 드러나도록 판재를 배치하고 주먹장 물림으로 짰다. 7개의 경첩과 여러 장석, 그리고 문판 뒤의 고비는 전통의 양식을 따랐다. 여기에 현대적 쓰임 또한 고려했다. 귀중품과 서류 등을 넣어두기에 편하도록 내부 서랍과 선반의 위치를 조정했고, 이불 대신 사진액자나 기념품 등을 올려놓을 것을 생각해 천판의 부재도 아름다운 목리를 가진 통판을 골라 사용했다. 요즘 살림살이와 잘 어울리도록 황갈색 느티나무의 밝은 색감을 그대로 살려 맑은 유칠(동유)로 마감했다. 전통의 반닫이가 추억에서 현재에서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대로 담아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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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감 삼층장(쌍) l 680×430×1185 l 느티나무, 먹감나무, 오동나무 l 2015


용목으로 제작한 삼층장과 크기와 형태를 같이 한 작품이다. 강화 바다에서 보이는 작은 섬들과 먼 산을 담고 싶어 느티나무 용목 대신 먹감나무의 회화적인 느낌을 살렸다. 대칭을 이룬 먹감나무의 문양은 삼층장 두 점을 나란히 놓고 봤을 때 확연하게 드러나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나뭇결들은 때로는 산이 되고 바위가 되며 해질녘 강화 어느 포구 언저리의 풍경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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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책장 l 450×1200×970 l 참죽나무, 오동나무 l 2012


우리 전통 목가구가 갖고 있는 비례미나 선의 미감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해보고자 장석을 최소화하고, 참죽나무의 붉은 선과 낙동한 오동나무의 검은 면이 대비를 이루도록 표현하였다. 시각적인 선의 미감으로부터 시선을 빼앗기지 않도록 최소화 한 형태로 숨은 경첩을, 고리는 작은 원형 앞바탕과 칠보 고리를 적용해서 단순하면서도 장식성을 갖도록 했다. 제작에 사용된 목재는 모두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참죽나무와 오동나무를 직접 벌목하여, 숙성과정을 거치고, 제재하여 다시 자연 건조한 판재를 사용하였다. 오동나무는 가볍고, 충해에 강하고 탄력이 좋아서 우리 가구에 널리 사용되는 수종이다. 하지만 무르고, 습도에 따라 수축 팽창하는 양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통 기법인 낙동(烙桐)을 하였다. 짜임은 모두 전통기법으로 쌍촉장부짜임, 장부촉짜임, 제비초리 장부 짜임등을 사용하였다. 칠은 동유(桐油)와 호도기름으로 유칠 했다.

 

양석중 l 제 55호 중요무형문화재 박명배 선생의 문하에서 전통 소목에 입문했다. 2013년 대만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을 받았고, 2017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 작품전에서 국립무형유산원장상 수상했다. 2001년부터 강화에 터를 잡고 사사로움 없이 전통 소목의 길에서 그 소명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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