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제0.1’ 목수의 인테리어 방법

Interior / 배우리 기자 / 2018-03-28 01: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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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목수가 부인, 어린 딸들과 살고 있는 작은 아파트를 방문했다. 다양한 수종의
가구들이 차분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작은 집은 가구만으로 인테리어를 완성하려
는 목수의 세심한 눈썰미가 녹아있다.

 

 

어릴 때부터 살았던 40년 된 22평 아파트. 부모님이 서울로 이사하면서 새로 가족이 된 아내와 딸과 함께 다시 살게 되었다. 남의 집 인테리어에만 온 신경을 쓰고 사는 이 집 사는 목수, 쑤제의 대표 손진웅은 늘 자신의 집은 순위 밖으로 밀리는 것이 마음이 쓰였다.

 

안 되겠다 싶어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집에 나른 시멘트와 모래만 40 포대, 시간 날 빼마다 조금씩 뜯어고치고 광을 냈다. 그렇게 부지런을 떤 결과 지금, 옛날 살던 집은 흔적도 없다. 12번이나 덧대 발라져있던 벽지도 모두 뜯어내고 바닥이며, 화장실, 섀시 공사도 모두 다시 했다. 목수의 손길이 닿은 곳이 없는 온전한 목수의 집이 되었다.


가구와 집의 사이가 좋도록


▲ 부엌을 뒷 베란다로 옮기고 그곳에 식탁과 서랍장을 공간으로 대치했다.

 

 

▲ 베란다로 온 부엌

“저희 집 가구도 마음에 안 들었어요. 샘플 작업하고 문제 있던 것들을 고쳐서 오니까 색깔이 안 맞는 거예요.”아닌 게 아니라 이 집에는 월넛 콘솔과 스툴, 체리 식탁과 소파, 오크 거실장과 거실 테이블, 멀바우 책상과 그릇장 등 다양한 수종의 원목가구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목수는 남의 집 말고 자신의 집도 일정한 톤으로 꾸미고 싶었지만 목수의 집이 그렇다. 남는 나무로 만들어야 할 때도 많고, 목수로서 자신이 오랫동안 직접 써 본 후‘됐다’싶을 때 상품으로 내놓는 성미 때문에 그의 집에‘쑤제0.1’의 샘플도 꽤 들였다. 샘플가구들은 제각각이었고, 가끔 문제도 있었지만 목수는 공간과 가구의 난제를 하나씩 풀어가며 훗날 들어올 주문가구라든지 공간에 대한 해법을 미리 익히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의 가구들의 단점은 하나씩 고쳐지고 톤도 균형 있게 맞아 들어가고 있다.

 

▲ 책상 테이블은 멀바우 핲판을 활용해 제작했다.

  

인테리어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원목가구를 포인트로 만들기 위해 하얗게 계획했던 바닥은 시공이 불가능해 진한 색으로 변경되면서 가구에 대한 계획도 많이 바뀌었다. 목수의 부인 이은경 씨가 갖고 싶어하던 창밖을 바라보는 책상에는 하얀 금속 다리를 넣는 식으로 처음에 바뀌었던 공간의 계획을 조금씩 다듬어 가고 있다.


텔레비전 밑에 놓인 거실장도 특별하다. 좁은 거실을 위해 가구의 세로를 날씬하게 만들어 둔 것으로 판매하지 않은 디자인이다. 크기와 비례는 집에 안성맞춤이었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원래는 손잡이로 기다란 황동봉을 달았는데 봉이 너무 무거워서 서랍을 열었다 닫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는 봉을 뽑고 가죽 손잡이로 바꾸었다. 그리고 바닥 색에 맞춰서 서랍 색을 새로 칠했더니 공방에서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거실에 잘 어울렸다.

 

▲ 모수인 아빠도 아이방의 침대는 경제성 높은 일반 가구를 구입했다.

“직접 공사하면서 공간이랑 가구의 관계에 대해서 공부가 많이 됐죠.” 집과 가구에 대한 고민은 결국 주문제작을 하다보면 생기는 어려운 점들, 이를테면 확신을 갖고 제작한 가구가 막상 집에 완벽하게 어울리지 않을 때의 아쉬운 점을 줄이기 위한 연습이 됐다. 가끔 집에 신경 쓰느라 일에는 소홀하기도 했지만 집안을 꾸미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이유다.

  

목수 아빠의 가구


▲ 단아한 식탁 테이블


목수의 부인은 원하는 대로 알아서 잘 만들어오는 센스 있는 남편이 있어 편하다. 다만 남의 가구 만드느라 집 안 가구의 납기일이 조금 많이 늦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긴 하다. 두 딸 시은이와 가은이를 위한핑크색 이층침대도 만들어 온 지 얼마 안 된다. 매트리스에서 동생과 함께 자던 큰 딸의 발이 삐져나오고 나서야 목수 아빠는 침대를 집에가지고 왔다. 아직 어리지만 아빠의 가구를 보면 예쁘다고 좋아하는아이들이다. 목수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가구를 즐기는 기쁨을 아이들에게 되돌려주는 중이다.


아직 집 안 곳곳에 몇 남은 기성 가구들은 목수 아빠가 아주 바쁘게 살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수납장도 나름 사연이 있다. 목수가 만들어준다고 말로만 5년 째, 수납장 없는 부엌의 시간이 흘렀다.

 

▲ 폭이 좁은 거실장은 작은 집에 잘 어울린다.

 

물건이 넘쳐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했을 때 찜찜하지만 저렴한 하얀 수납장을 샀고, 지금은 멀바우 그릇장 옆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은 지금에 와서 보니 기성가구와 원목 가구의 적절한 매치를 보여준다. 목수의 집에서는 모든 가구가 사이좋게 함께 지낸다.


기성가구와 원목의 조화는 서재 방에서 정점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수는 하얀 하이그로시 장에 멀바우 상판만 툭 얹어 방의 두면에 걸친 책상을 만들었다. 한 쪽 벽에는 간단한 선반을 얹고 그만의‘Harp chair'로 완성했다. 굳이 견고한 책상이 아니어도 그 공간에 맞는 서재가 완성되었다.

 

▲ 합판으로 제작한 소파는 쑤제 목수의 안목이 잘나타난 가구로, 인기가 높다.

  

작은 집은 그렇게 새로운 가족을 위한 집이 되어가고 있다.“ 저는 만드는 과정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만들고 나서 꾸미고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맞춤가구가 제작하는데 힘들기는 해도 가구가 들어가는 공간에 꼭 맞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 목수다운 말이었다. 공간과 맞는 가구는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리 없다. 가구가 화목함을 만들어준다고 하면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가족들의 눈에도 몸에도 꼭 맞는 가구들 덕에 목수의 집은 더 따뜻해 보인다.

 

앞으로도 아이가 커가면서 변할 집안의 상황이나 분위기, 그리고 각각 다른 집에 사는 고객들의 주문은 목수를 정체시키지 않는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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