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우데, 나이테가 내는 한 땀 한 땀

Art / 배우리 기자 / 2018-03-14 01: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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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알기도 전에 그것이 진부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흔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것이 나무다.
여기 나무의 진부한 무늬를 뚫어 레이스를 뜨는 남자가 있다. 그의 레이스는 실이 아니라 모래로 만들어진다.

 

나무를 매체로 작업하는 사람들은 나무라는 물질에 대해 파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외적인 것을 표현하기 위해 표현 기법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과 가까워지면서 물질 자체의 가능성을 점치는 것이다. 파스칼 우데도 그렇다. 점친다는 말, 왠지 어울린다.

 

나무 맞아?


파스칼은 터닝을 하면서부터 나무가 가진 결을 강조하는 것에 매우 관심이 많았다. 그는 오래된 나무나 유목이 햇빛에 바래고, 비바람에 의해 마모된 그런 낡은 표면을 좋아했다. 낡고 닳은 유목의 표면은 스스로 강한 부분만 남겼던 것이다. 그는 거기서 나무의 생명을 배웠다. 작업 초기 커다란 밤나무로 작업할 때 결을 드러내기 위해 그을리거나 태우고 염색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던 2004년 어느 날 한 부분이 아주 얇게 깎인 조각을 작업하고 그것을 샌드블라스팅 하는 과정에서 그 얇은 막이야말로 그가 탐구할 곳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한다. 목재를 태우던 작업은 과감히 접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레이스 작업에 돌입했다.


그는 잘라낸 커다란 통나무를 목선반에 고정하고 고정된 부분은 뿔 모양으로 깎아 꼬깔콘이 감자칩을 받치고 있는 것 같은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칩은 최종 두께가 2mm가 될 때까지 깎는다. ‘2mm’! ‘칩’이 다 되면 고정된 뿔 부분을 톱으로 잘라낸다. 그 다음에는 건조과정을 거쳐 나무가 자유자재로 변형하도록 놔둔다. 나무가 스스로 중간 과정을 거치고 나면 작가는 다시 개입해 조심스럽게 연마하고 레이스 효과를 내기 위해 샌드블라스트 과정을 거친다. 샌드블라스트를 하게 되면 나이테에서 연 초에 자란 약한 부분들이 떨어져 나가고 연 후반에 자란 단단한 부분은 남게 된다. 예상했겠지만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운 부분이다. 마무리와 망침 사이의 간격은 말 그대로 1mm도 안 되기 때문이다. 주전자 모양의 작품은 선반에서 완성할 수 없기 때문에 세심한 조각도 필요하다.


그렇게 완성된 그의 작품은 모든 빛을 빗어 넘기는 고정된 레이스가 된다. 천의 레이스 같은 팔랑거림은 없지만 빛이 너울거리기에는 충분하다. 레이스에 집중하느라 살짝 놓친 단순한 작품의 형태가 눈에 띈다. 빛과 그림자를 위해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모두 걷어낸 것이다. 그가 말하는 가장 큰 도전은 “제거해야 할 모든 것을 제거하는 것”이다.

 


참 좋은 참나무

 

사용하는 나무는 대부분 참나무다. 단단한 참나무가 저렇게 연해 보인다니 놀라운 물성의 전환이다. 특히나 검은 색이나 녹과 같은 색으로 염색되어 더더욱 알아보기 힘들다. 작가는 사람들이 첫 눈에 나무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조금 즐긴다. 그렇다고 참나무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찬사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참나무는 얇은 결과물을 위해서는 최고의 목재가 아니지만 그는 주로 이 나무로 작업을 배웠기 때문에 그것이 익숙하다. 더구나 쓰면 쓸수록 그 구조나 다양한 쓰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나무가 바로 참나무라고 한다. 로컬 나무를 쓰는 목수들이 으레 그렇듯 그도 자신이 작업하는 나무가 어디에서 자라왔는지, 언제 잘렸는지 아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의 작품은 나무의 역사와 관련되어 있고, 그의 작품에서 그 역사를 읽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말이 작가의 감성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실제로 그의 작품에는 나무 생명의 지표인 나이테가 그대로 남기 때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나무의 역사와 그것이 산 지질과 환경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러고 보면 그의 작품은 하나의 현대적 화석인 셈이다


올해도 그는 바쁘다. 1월에는 파리에서 메종오브제가 있고, 2월에는 런던에서 콜렉트아트앤디자인페어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봄에는 그가 사는 곳에서 중요한 전시도 열린다고 한다. 거기까지 못가도 온라인에서도 그의 흔적을 언제든지 찾아 아주 가까이에서 그를 볼 수 있다. 곧 그가 현재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는 커다란 작업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파스칼 우데 | 프랑스 북동부 알프스 그레노블 근처에 사는 그는 원래 전공은 전기공학이었다. 2001년 취미로 목공을 시작해 2005년 전문 터너가 되었다. 그는 본업과 겸하며 우드터닝을 연마한 결과 현재는 프랑스의 공예인으로서, 세계적인 우드터너로서 자리매김했으며 프랑스 말고도 미국의 마이애미, 달라스, 뉴욕 등의 갤러리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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