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디자이너 노상목 : S.P.L Chair '놀래키는 의자'

Furniture / 배우리 기자 / 2018-03-19 01: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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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는 순간 예상치 못했던 순간적인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 의자다. 앉아서 등을 기대면 격자무늬 등받이가 퍼지면서 숨어있던 밴드가 그 존재를 드러내며 등을 푹신하게 받쳐준다. 무중력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지 못하는 사람, 이를테면 자신만은 최면에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류의 사람들은 이 의자가 불편할지도 모른다. 이 의자는 오로지 몸과 마음을 놓고 싶을 때만 앉을 수 있다.

 

▲ S.P.L Chair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는 것은 불허한다. 등받이는 앉자마자 둥글게 부풀면서 앉은 사람을 쏙 감싸 안으며 사적 공간을 만든다. 이전에 사적공간을 제공해주던 의자들이 커다란 부피를 차지했다면, S.P.L Chair는 가변적인 등받이를 통해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옆의 시선을 차단해준다.

 

일어날 때 등받이에 머리카락이나 살이 끼지 않도록 주의하기만 하면 딱딱하고도, 폭신한 의자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다만 앉을 때 드러나는 밴드의 아름다운 색과 의자의 형태는 앉은 사람이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 미니 버전은 48만원이다. 1호 손님이 되어도 좋을 듯.    

 

원래는 건축학도였고, 실내디자인도 공부했다. 인테리어 회사에 취직해 디자인을 할 기회가 빨리 주어진 것은 좋았지만,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들어주다보니“내가 디자인한 공간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것이 일에서 그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실내디자인을 배울 때도, 데생을 모티브로 젓가락 의자를 만드는 등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만들기를 좋아하던 그는‘자기 작품’이 될 가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가구는 건축의 축소판이기도 하고, 인테리어를 하면서 가구와 친근해졌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해봤겠다, 기술만 배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예 전공을 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대학원에 진학했다.


S.P.L Chair는 노상목 작가가 시애틀을 여행하는 동안 마음에 훅 들어온 렘 쿨하스의 시애틀공공도서관(Seattle Public Library)을 구석구석 탐험하고 의자로 표현한 것이다. 도서관은 개관 후 도서의 양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에 서고가 아니었던 공간은 상대적으로 축소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쿨하스는 5개의 박스 안에 서고와 사무 공간을 고정시키고, 박스 사이사이 마름모 구조의 커튼월로 마무리된 공간은 미래에도 가변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작가는 이 아이디어를 차용해 사람이 앉으면 등받이가 시애틀도서관의 커튼월 공간처럼 변하는 의자를 디자인한 것이다.

 

 

S.P.L Chair mini는 S.P.L Chair의 귀여운 버전으로 자작나무 합판을 이용하고 재단도 직각으로만 하도록 디자인을 변형하여 제작을 용이하게 한 의자다. 의자는 작아졌지만 폭은 여전히 넉넉하게 만들어서 몸을 충분히 감싸도록 했으며, 조립 부분에 포인트를 주었다. 앉았을 때 등받이가 늘어나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지만, 등받이를 받치는 바(bar)가 일정이상 등을 기댈 수 없게 한다. 밴드를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하면서 등받이가 유지되기 위한 조치다. 또 다른 버전의 S.P.L Chair가 나오게 된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등을 기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는 매 작업에 임할 때 다른 콘셉트를 가지고 디자인을 발전시켜 나간다. 주변에 한 가지 주제와 소재로 일련의 작업을 발전시켜 나가는‘작가’친구들도 있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흥미롭다는 그는 역시‘디자이너’였다.2015년 여름부터는 대학원 동기 두 명과 함께 가로·세로·높이를 줄인 말인 ‘GASENOP(가세높)’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준비하여 지난 겨울부터 콘크리트 소품들을 선보였다. 본래 홈퍼니싱 브랜드로 기획한 만큼 곧 출시될 원목 D.I.Y가구도 기대된다.


노상목|건축디자인을 전공하고, 실내건축을 더 공부했다. 인테리어디자인을 하다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목조형가구학과에 진학했다. 얼마 전에는 마음 맞는 동기 박관우, 송원용과 함께 홈퍼니싱 브랜드 ‘가세높’을 런칭했다. 언젠가는 아무 제약 없이 아트퍼니처도 만들고, 잠시 접어두었던 건축도 하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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