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스튜디오 ‘QI MINU’ : 나무라는 소재를 이해하는 방식

Furniture / 장상길 기자 / 2018-02-21 01: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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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벼른 대팻날이 나무의 생살을 스치고 지나가면 목리는 더욱 선명해진다. 분명 질감의 변화도 생길 터. 목수 김민욱은 이때 느끼는 직관을 디자인에 담는다. 어떤 나무는 테이블 다리가 되고, 어떤 나무는 도마가 되며, 어떤 나무는 생채기를 안고서도 펜의 몸통으로 쓰인다. 이때 그가 디자인에 담는 것은 다만 나무의 마음일 뿐이다.

 

 

목수 김민욱에게 나무는 디자인을 위한 재료가 아니다. 그에게 디자인이란 나무가 가진 본연의 정서를 표현하는 일이다. 나무를 만지면서 느끼는 직관으로 제품과 형태를 구상하기 때문에 결과물은 늘 달라지게 마련이다. 목수 김민욱이 고민하는 것은 한 나무에 어울리는 하나의 사물을 찾는 것이며, 사물의 형태를 다듬는 자신이 손이 멈출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한 번 더 깎으면, 한 번 더 파내면 나무의 진면목이 흩어진다고 판단될 때 그는 대패와 끌을 내려놓고 목수의 소임을 마친다. 그에게 있어 나무는 디자인의 출발점이자 나무일에 쏟는 여정의 완성 그 자체인 셈이다.

 



낭만적 사실주의자의 ‘일물일목설’

 

하나의 사물에는 오직 하나의 명사만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처럼 하나의 나무에 어울리는 사물의 형태는 단 하나 뿐이라고 믿는 듯한 그의 고집은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나무랄 데가 없는 배려다. 디자인을 표현하기 위한, 혹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 대접하는 게 아니라 나무의 ‘목격木格’을 존중하는 태도라 그렇다. 이런 태도로 미루어 그는 낭만주의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가.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의 생각은 비단 나무에 대한 존중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합리적이다. 산업화 시대의 상품 생산 논리로 보자면 한없이 비합리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의 나무 중에 똑같은 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치로 따지자면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처럼 하나의 나무에 가장 어울리는 형태는 단 하나일 수밖에 없다. 굳이 김민욱을 표현하자면 그는 낭만적 사실주의자다.


목수 김민욱의 ‘일물일목설(一物一木說)’은 최근 들어본 목수의 철학 중에서 가장 신선했다. 2013년 입문했으니 그는 이제 고작 5년차 목수. 그럼에도 그의 말들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 건 그의 작품들을 볼 때 제일 처음 읽히는 게 실제로 나무의 살점들이기 때문이다. 나무의 원래 생김새를 쫒는 그의 디자인이 단순명료하다는 점도 나무의 질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원인이다. 그의 직관이 풀어낸 나무들은 대체로 나무의 질감이 형태에 눌리지 않는다. 자신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낸다.

 


냉정과 열정사이에 선 목수


목수건 아티스트건 나무를 만지는 사람들이야 늘 나무를 얘기하지만, 그들이 빠져 있는 본질의 문제는 제각각이다. 리그닌과 셀룰로오스라는 유기화합물 덩어리가 부리는 변덕스러운 성질에서 나무의 본질을 찾는 사람들도 있고, 생명이라는 무거운 주제로 나무의 본질을 말하기도 한다. 먹고 사는 문제가 모든 본질을 압도하기도 한다. 김민욱 역시 나무 만지는 사람이기에 이런 고민들을 안고 살아간다. 나무 만지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신이 나무로 할 수 있는 일 전부를 잘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며, 나무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지만, 그렇다고 나무 일과 자유를 바꾸고 싶은 생각도 없다. 자유를 향한 열정과 현실이라는 냉정 사이에서 김민욱은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차이를 알고 있다.


목수 김민욱은 자신의 손끝이 ‘맵지’ 않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공예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것이 자신의 길은 아니라고 자각했다. 치명적인 결함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이 문제를 그는 돌려서 이해했다. 그래서 그는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타협했고, 디자인을 전공한 자신의 DNA가 이 업에서 가장 빛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그가 나무의 뼈와 살점 그 자체를 조형적 디자인의 완성도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나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 그 귀 기울임에 기교를 담겠다는 욕심을 버릴 것, 담백하게 나무를 바라보고 다만 자신의 손을 잠시 빌려줄 것. 그의 얘기는 대충 이런 식으로 풀이된다.

 

 

‘특별한 소재, 담백한 생각, 밀도 있는 작업’을 슬로건으로 김민욱은 나무를 바라보고 그 살점들을 어루만진다. 대지에 뿌리내리고 숨 쉬던 위대한 생이 거기에 있다는 걸 그는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손끝에서 나온 목물들에서는 그의 마음이 읽힌다. 한 덩이의 나무가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주고,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익히 경험했을 그가 세상에 내보이는 나무는 그래서 그의 마음 그 자체이기도 하다.


해운대 대기에 숙성되는 키미누


디자인을 전공했음에도 물류회사에서 영업을 하던 김민욱은 2013년 캐나다 이민을 결심하며 목수 일을 배웠다. 수제가구 아카데미 유니크마이스터에 등록하고 나무를 만지면서 목수가 ‘인생직업’으로 변했다. 이 일이라면 한국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 같았기에 이민 생각도 접었다. 그러다 작년 드디어 작업실과 쇼룸을 열었다.

 

 

키미누는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의 아담한 건물에 들어서 있다. 창밖으로 햇빛에 일렁이는 해운대 앞바다가 딱 ‘한 평’ 만큼만 보이는 언덕이다. 쇼룸에는 그가 만지는 다양한 수종의 제품들이 별 기교 없이 여기저기에 덤덤하게 진열되어 있고, 바깥 공간 곳곳에는 그가 사서 모은 나무들이 해운대 언덕으로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햇살에 숙성되고 있다. 지나가다 발길 닿는 사람들이 가끔씩 불쑥 들어온다는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디자인에 담을 수 있는 나무의 마음을 찾고 있다. 나무 본연의 질감을 가리지 않는 담백한 디자인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또한 키미누만의 디자인 정체성이 드러나는 엣지들을 발견하기 위해 목수의 본분을 지키며 매일의 키미누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목수 김민욱은 앞으로 딱 10년만 나무를 사 모으고, 그 나머지 일생은 자신이 모은 나무들을 만지며 사는 게 꿈이다. 오랫동안 봐도 질리지 않으려면 사물의 보편성이 단순하게 표현되어 사람의 마음을 울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로서의 감각과 나무 본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려는 목수의 길이 합일하는 지점을 그가 찾는다면 그의 바람은 이뤄질 것이다. 작업실에서 뿌린 땀의 양의 곧 목수의 지문이다. 어쨌거나 목수의 입지를 세우는 건 그 자신의 일이다.

 

 

 

그의 부인이 지었다는 ‘키미누-QI MINU’란 이름은 나무를 의미하는 일본어 き에서 QI를 따왔고, MI는 한자 美, NU는 누리다의 한글 첫 글자를 조합한 것이다. 풀어보면 ‘나무의 아름다움을 누리자’는 뜻이 담겨 있다. 키미누 인스타그램에는 산벚나무, 잣나무, 느티나무, 참죽나무 같은 우리 나무에서 퀼트 메이플이며 그 흔한 월넛까지 대양을 건너 그의 손에 안긴 나무의 수많은 표정들이 망라되어 있다.

 

그의 바람처럼, 앞으로 10년간 사 모은 나무들이 해운대의 대기에 숙성되며 켜켜이 쌓이기를, 행복한 목수로 ‘일물일목설’의 철학을 한땀 한땀 완성해가기를 기대해본다. 숙성이라는 인고를 견딘 뒤에 대지에 누워서도 견고한 한 덩이의 나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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