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초식남의 달달접시

Craft / 배우리 기자 / 2018-04-03 01: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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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색감이 잘 빠진 체리로 만들어진 달달접시. 달달한 디저트를 올려놓을 수 있는 접시라는 뜻도 있고, 접시의 둥근 모양이 달을 연상하기도 하여 지은 디자이너 이종혁의 사물

 

 

나무의 아들, 오얏(李)

 

달달접시의 기본형은 둥근 접시와 평평하고 네모진 코스터의 조합으로 이루어졌다. 이 신개념 접시는 식탁에 뭔가 묻는 게 싫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 달달접시 위에는 음료와 디저트를 모두 놓을 수도 있고, 둘 중 하나만 올라간다면 한쪽은 넉넉한 수저받침처럼 사용할 수 있다.

 

달달접시는 다양하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양쪽의 둥근 접시를 가운데 수저받침이 연결하기도 하고, 평평한 플레이트의 끝부분이 살짝 들리기도 하고, 아래로 접히기도 한다. 둥근 접시 두 개가 서로 겹쳐 ‘8’자가 되기도 한다. 이 모든 포인트는 그립감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니, 식탁에 놓인 접시를 잡아봐야 그 맛을 알 수 있다.

 


다양한 달달접시은 다른 접시들처럼 여러 개를 포개 놓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 그는 둥근 접시 부분은 목선반으로 작업하고, 나머지 부분은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공정과 단가에 대한 고민은 특별한 접시를 만드는 그에게 앞으로도 숙제로 남을 것이다. 가격은 미정으로 이번 서울리빙페어에서부터 본격 판매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로우테크, 올드스타일을 지향하는 ‘공작 소년’ 이종혁이 감각적인 스튜디오 오얏을 열었다. 그는 목공을 하기 전, 컴퓨터로 애니메이션을 그렸다. 대중성과 개성, 효율적인 공정과 수공성을 겸해야 한다는 면에서 애니메이션과 목공디자인은 닮았다. 다만 그에게 나무는 가상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도면도 곧잘 무시하는 실재하는 재료다. 벌레가 나무를 먹었을 수도 있고, 갈라질 수도 있어서 처음의 계획이 무산될 때가 많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컴퓨터처럼 ‘undo'를 할 수도 없다.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나무를 추스르다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가 디자인한 물건이 기계를 통해 대량생산될 날도 그려보지만 일단은 트리머도 쓰지 않고 최대한 손맛을 살리며 우연의 효과도 안고 갈 예정이다.

 


가구도 만들어보았지만, 그는 페퍼밀을 만들고 싶어서 목선반을 시작했다. 적당한 가격을 주고 살 수는 있지만, 그의 마음과 손에 차는 물건이 없었다. 그는 “시장에는 없는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만들기로 했다. 기존의 페퍼밀은 후추가 나오는 부분이 바닥면에 그대로 닿아 후추가 식탁 위에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서 그는 우주선 같은 삼발이 페퍼밀을 만들고 받침까지 만들어주기로 했다. 쉐이커박스를 응용한 여러 소품도 기획 중이고, 깨진 부분을 메우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서도 다 생각해 놨다. 그는 애니메이터였던만큼 구 모양의 나무가 꽃이 되고 여러 모양의 전등갓으로 변하는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서 소품들과 함께 전시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느긋한 성격 탓에 그의 머릿속 아이디어는 손보다 훨씬 먼저 제 갈 길 가는 중이지만, 그의 소품들은 벌써 그립감 연구에서 태어난 ‘엣지’를 자랑 중이다. 달달접시는 말할 것도 없이 식탁 위에 놓여 있을 때도 잡기 쉬운 새 모양 도마가 그렇고, 손잡이 겸 수푼이 달린 스푼플레이트도 그렇다. 

 

 

 

그는 목선반의 오래되고도 미니멀한 조형언어를 사랑한다. 만드는 사람과 회전하는 목선반 중 누가 주도권을 쥔다고 할 것도 없이 그 둘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곧 원형(圓形)의 디자인이 된다. 나무의 아들은 목선반의 굴레 안에서도 손끝의 맛을 살리는 작업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집돌이인 그는 곧 꿈에 그리던 집과 작업실, 쇼룸이 함께 있는 공간도 열 예정이다. 그가 구상한 소품이 모두 진열되면 오얏 나는 계절에 한 번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이종혁 l 서울대학교 서양화를 전공하고 애니메이터로 살아왔다. 나이 70에 애니메이션을 그리는 자신이 그려지지 않아 컴퓨터와 평면을 떠나 아날로그적이고 입체적인 목공을 시작했다. 현재 스튜디오 오얏에서 꽁냥꽁냥 소품을 만들고 있다. 지속가능한 나무 소품을 만들기 위해 옻칠할 클리닝룸도 만드는 중이다.

 

글 배우리 기자 | 작품사진 이종혁 | 프로필사진 김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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