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연장, 나무

Craft / 배우리 기자 / 2018-03-03 01: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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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아닌 자신의 몸을 탐구하기 위해 나무를 탐하는 예술가도 있다. 나무는 아티스트 마리야 푸이파이트에게 또 다른 몸이며 살이 된다.

 

육체야말로, 우리 몸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며 가장 위대한 이야기와 역사를 담고 있다. 그런데 매혹 적이라는 이유로 오래도록 억압받아왔다. 한 예술가는 금기시 된 몸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디자이너로서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자신의 몸으로부터 출발한다.


나무와 나


 

속이 흰 나무들은 약간 에로틱한 구석이 있다. 막 대패가 지나간 하얀 메이플이라든지 비치가 그렇고, 특히나 건조한 겨울에 오일을 듬뿍 먹고 있는 나무들을 보면 우리의 피부, 살이 떠오른다.


마리야는 묘하게 작업 초기부터 살색을 많이 썼다. 처음부터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나무, 살구색 천, 동 등 묘하게 다 살색이다.(살색이라고 했다고 인종차별이라고는 하지말자. 그냥 모두 자기 살을 보고 살색이라고 하면 되는 거니까.) 그러다가 자신이 만지는 물질들이 문득 또 다른 살이라고 느껴졌다.

 

 

그녀는 문득 궁금해졌다. ‘나무도 내 살을 자신의 살처럼 받아들여줄 수 있을까.’ 일상에서 그녀와 가장 가까운 나무를 첫 번째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바로 의자. 의자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으로 택한 것은 ‘My Essence’ 나누기다. 에센스라는 말이 정말 묘한데 마리야는 자신의 향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정성스레 아몬드 오일을 발랐다. 그리고 천으로 닦아내 새로 사포질 한 의자에 다시 발라주었다. 그게 본질이든 실재든 화장품이든 나무는 마리야의 물적 존재를 느꼈을 것이고 결국 서로 만나 공유하는 지점이 생긴 것이다.

 

 


나무가 사람의 피부를 받아들인 후, 그녀는 자신과 물질이 연결될 수 있는지에 관해 나무를 가지고 본격적인 실험에 착수했다. 촉각은 가장 기본적이고 직접적으로 물질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마리야가 피부 작업을 하면서 물론 색에서도 영향을 받지만 작업을 할 때 손끝에서 느끼는 물질 표면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게 나무의 피부를 탐구하는 'Wood'라는 작업이 시작됐다.

 

그녀는 숲으로 가서 나무를 줍고 도끼로 패서 가지고 내려온다. 자신의 얼굴을 씻고 로션을 바르고 손톱을 깎고 머리를 빗는 것처럼 나무도 깎고 문질문질 로션을 발라준다. 분홍살색 실리콘에 나무결을 떠내고, 살이드러난 나무토막은 다시 껍질로 덮어주고 벗겨진 껍질은 레진에 담아 나무를 위한 담요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녀는 이런 일련의 행위를 통해 나무와 자신의 피부를 나누고 물질과의 경계를 흐린다. 그녀에게 목재는 썰어서 무엇을 만드는 물건이 아니라 자신과 살을 공유한 살아있는 사물이 된다.


나무와 나와 너


 

나무가 바로 내가 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나에서 무를 빼면 ‘나’.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이름의 분별 말고는 우리는 아무것도 그것을 구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도 사실 나무에서 무(nothing)을 뺀 것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뺀 것은 없다. 나무는 그 자체로 나인 것이다. 이렇게라도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낯선 물아일체의 방식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사물도 마찬가지. 디자이너는 사용자를 위한 기능보다 사용자와 사물 간의 친밀감을 탐구한다. 사용자가 사물에 가까워지고 친밀감이 높아지면 디자이너 또한 육체를 가지고 감각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도달할 거라고 작가는 믿는다. 나무로 나와 너도 만난다. 당신이 앉은 모양을 물레로 돌린 듯한 ‘Embracing Touch’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이 요상한 의자에 엉덩이와 다리를 맡긴다면, 나무, 울, 레진의 감촉을 넘어 살과 육체를 가진 디자이너와 반드시 만날 것이다. / 사진제공 Marija Puipaitė

 


마리야 푸이파이트 | 마리야는 네덜란드 젊은 작가다.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순수예술아카데미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아인트호벤디자인아카데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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