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 사진전 <자연과 인체>: 극도의 감수성이 빚은, 흑백의 모라토리움

전시&책 / 편집부 / 2019-10-29 00: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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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사진가 민병헌의 개인전이 대구·경북지역 최초로 '아트스페이스 루모스(www.artspacelumos.com)'의 기획초대전으로 12월 2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2000년 초반 작업인 ‘인체’와 최신작 ‘고군산군도’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수묵화처럼 담백하게 흘러내리는 인체의 선율은 욕망의 퇴적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소나타의 선율이 채워진다. 피사체를 해석하는 민병헌의 탁월한 감성은 대상의 소구점이 무엇이든 오로지 작가의 전지적 관점에 의해서만 해석한다.

육체란 그저 생존을 위한 형태적 의미의 사물이다. 지구상에 그 수는 무려 70억 개나 된다. 하지만 민병헌이 표현한 인체는, 그것에서 제외된 새로운 창조체이다. 호흡을 주입하면 별개의 생명체로 부활할 태세다. 번뇌와 갈등, 욕망과 이기를 이탈한 신인류를 만나게 된다.

그의 흑백 감성은 인체를 해석하는 도구이면서 결과에 이르는 수단이다. 번뇌를 마감하고 어리석음을 떨쳐낸 누군가의 몸을 만나려면 먼저, 민병헌의 인체와 교감해야 한다.
 

 

 


‘고군산군도’는 작가가 5년 전, 전라북도 군산에 새로이 터를 잡은 후부터 만난 자연과의 대화를 옮긴 신작이다.

“사람을 찍으면 그 대상이 나를 더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자연은 그저 바라만 보면 되는 줄 알았다.
이내 큰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다.
도리어 자연이야말로 나에게 더욱 다가와 주어야 한다.
잡초도 산등성이도 바다도 폭포도 죄다 사람이었고,
사람이 안개고 눈이고 그리고 하늘이었다.“

라고 작가는 고백한다.

그에게 사진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안착 시켜야 한다는 단단한 명제가 있다. 어둡고 조그만 작업실에는 낡은 암등 하나와 즐비한 돋보기안경 그리고 낡은 확대기 하나가 놓여 있다. 퇴락한 그의 작업실 풍경은 디지탈의 속도성을 거부하고 눈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벌기 위한 사투로 해석할 수 있다.

인체든 자연이든, 사진가 민병헌에게는 자신의 숨결을 담아내는 지난한 삶의 여정이었고 극단적 색 밸런스인 흑백 작업은 좀 더 완전하기 위한 감성적 욕망의 도구였다.

이번 전시는 그의 솔직한 사진적 감성 고백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 민병헌이 그린 인체의 향연을 지나 고군산군도에 이른다면, 우리는 신선(神仙) 놀음에 무임승차한 행운을 갖는 것이다.

 

그의 흑백사진은 모든 사물에 대한 평면성 작업으로 여전히 그의 감성적 지체 혹은 유예성(모라토리움)에 천착하고 있다.

 

글 육상수(이미지 평론가) 

 


- 민병헌 사진가

1984년 첫 개인전을 가진 뒤로 지금까지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 아트 페어를 통해 활발히 작품을 소개해왔다. ‘회색의 달인’이라는 수사를 얻게 그는, 채우기보다 비우기를, 담담하면서도 깊은 여운의 흑백작업을 해왔다. ‘별거 아닌 풍경’ ‘Weed’ ‘Fog’ ‘Snow Land’ ‘Waterfall’ ‘Body’ 등의 연작들을 발표했고, 경기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대림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예술의전당, 한미사진미술관 외 프랑스 국립조형예술관, 하와이 현대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주립미술관, 시카고 현대사진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산타바바라 미술관,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 등의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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