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 ‘Barr’ 당신은 식당에서 무얼 먹나요

Interior / 배우리 기자 / 2018-03-02 00: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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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레스토랑 노마가 있던 자리에는 노마와 협력한 새로운 레스토랑이 들어왔다. 이 곳은 도도하고 팬시한 레스토랑이 아닌, 어느 산장에 들른 것 같은 살짝 거칠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전면에 내세웠다.

 

 

고대 노르웨이어로 ‘보리’라는 뜻의 레스토랑 ‘바르(Barr)'. 오래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레스토랑은 지역 음식, 음료에 깃든 역사와 문화까지 보여주고자, 아니 먹여주고자 한다. 이곳에서는 덴마크 미트볼인 고전요리 ‘프리카델러’를 비롯해 슈니첼과 훈제연어, 다양한 종류의 수제맥주와 아크바비트 등 북유럽의 음식 뿐 아니라 스칸디나비아, 독일, 베네룩스 및 영국 지역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인테리어라는 천연의 조미료를 곁들여.


시간 교차하기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 노마가 있던 자리에 지난 7월, 요리사 르네 레드제피(René Redzepi)의 Barr가 오픈했다. 스노헤따는 노마라는 과거의 상징적인 공간을 살리는 신선한 접근 방식을 고안하기로 했다. 이곳은 깔끔하고 희게 정제된 북유럽 디자인을 지향하지 않았다. 식당 전체는 오래된 건물을 살린 낡은 부분과 새로운 부분들의 대조와 병치로 이루어져 있어 레스토랑 곳곳에서 강렬한 대조를 조우할 수 있다.

 


먼저 방문객이 레스토랑에 발을 들여놓을 때 따뜻한 참나무 바닥을 만남과 동시에 거칠고 차가운 돌벽을 만나게 된다. 이 식당에서는 시간 뿐 아니라 온도도 오갈 수 있다. 육중한 나무를 쌓아 만든 바는 길게 뻗어있는데 나무들은 정직한 육면체가 아니라 쌓인 덩어리가 푹 깎여 있어 항구도시 괴팍한 주인장이 있는 선술집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 뒤에는 여러 가지 맥주를 쏟아낼 디스펜서가 곧장 현대의 코펜하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반짝인다. 다시 레스토랑을 장식한 나무와 가죽, 그리고 울과 같은 날것의 재료는 근대 이전의 북구를 떠올리게 하는가 하면, 천장에는 오래된 보와 황동의 작은 조명과 장식이 박힌 새로운 보가 교대하여 가로지르며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식당의 나무들


레스토랑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현지 기술과 현지에서 조달된 재료들이다. 이 곳에 쓰인 대부분의 참나무는 바르의 문에서 50킬로미터가 채 안 되는 덴마크 북부의 국유림에서 자란 것으로, 이 단단한 나무를 가지고 인테리어 요소들의 제작한 것은 맬트 곰슨(Malte Gormsen)이다. 맬트 곰슨은 핀 율 및 베스테르가 옌슨 같은 디자이너들의 수제 덴마크 가구 클래식을 제작했던 캐비넷 장인으로 덴마크 장인정신과 목공예를 이어가고 있으며, 20년 전 개인 회사를 설립해 현재는 건축가, 기획자 및 디자이너를 거느리고 있다.

 

 

 

천장의 곡선 보와 통나무 바, 커피 및 와인 바, 아이스 버킷이 달린 탁자, 캐비닛, 바 스툴(라켈 칼스도티르 디자인), 높은 테이블과 사각 테이블 등은 모두 맬트 곰슨에서 제작된 것이다. 식당의 일부가 된 새 나무들에는 조각적인 요소가 들어있다. 어떤 것은 둥글게 패인 것도 있고 살짝 접었다 편 종이 같은 모양도 있다. 이것들은 수제가 아닌 육중한 통나무와 널빤지도 쉽게 조각하는 5축 CNC 기계 솜씨다. 식당 입구 옆에 자리한 커다란 입(?)간판도 그렇게 태어난 조각으로 ‘Barr' 글씨를 살짝 입구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다.


맬트가 핀 율 가구의 제작에 참여했었다니 반달의 등받이가 인상적인 핀 율의 108번 의자도 그가 제작했을 것 같지만 이 의자와 원형 테이블은 예외다. 누가 제작했든 간에 정갈하고 정교한 의자는 테이블 및 식당 전체와 조화를 이루며 몇 십 년이 지나도 그 모습 그대로 식당을 지킬 각오가 되어 보인다.


문화 맛보기

 

 

 

스노헤타는 인테리어 디자인 외에도 브랜드 디자인에도 관여했다. 북해 지역의 인쇄 문화유산을 조사해 그래벤바흐(Gräbenbach)라는 독특한 서체를 개발해 ‘Barr’에 적용했다. 전체적으로 평범한 볼드체 같지만 ‘r’은 아주 조금의 차이로 매우 특별해졌다.


음식이야말로 우리의 현재를 이루는 문화와 역사가 겹겹이 쌓인 유산이다. 그 유산이 돋보이도록 스노헤따는 오래된 나무와 새 나무를 적절하게 이용해 음식의 조미료 역할을 하도록 했다. 북구의 전통은 박물관이 아닌 식당에서 보존되고 있다.

 

 

 

스노헤따 | 1989년에 설립된 노르웨이의 스노헤따는 지난 25년 간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해내며 세계적으로 중요한 건축 스튜디오 중 하나로 자리 잡아 현재 30개국의 나라에 18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이들은 현재 캐나다 캘러리의 뉴센트럴 도서관, 파리의 르몽드 본부, 전세계의 이솝 매장과 라스코동굴 박물관 등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노르웨이의 새 지폐도 이들의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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