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적인 스피커 음색, 나무가 좌우한다

라이프 / 전상희 기자 / 2021-08-13 00: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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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디오를 알고 즐기며 수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최고의 사운드에 위로를 받고 싶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또한 기술의 발달로 고음질의 사운드가 나오고 있으니 이를 제대로 구현해낼 오디오, 스피커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기술, 디지털 기기’로 대표되는 오디오와 스피커, 그 흐름의 중심에는 역설적이게도 나무가 있다. 일반인들은 음향기기에 깔끔하고 세련된 금속이 아닌 나무라니 조금 의아할 수도 있다. 원래 오디오와 스피커 쪽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원목 스피커가 낯설지 않을 텐데 말이다.

오디오 분야에 있어서 천재의 시대라고 불리는 1950~1970년대에 만들어진 최고급 오디오는 대부분 원목으로 만들었다. 각각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최고급 음향, 오디오 전문회사인 JBL과 탄노이의 최상위 제품들이 그렇다. 하지만 대량생산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고급 원목들은 값싼 합판과 플라스틱 주물로 바뀌며 사운드의 질은 추락하고 말았다.

“저라도 제대로 된 음질을 구현해내기 위해서 원목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원목의 경우엔 터질 수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공부한 모든 노하우를 담아 사운드에 맞게 직접 집성해 최대한 문제없이 원목 스피커를 만들고 있어요. 주로 애쉬와 오크 등이 음향재로 많이 쓰입니다. 애쉬는 일단 밝고 고음이 상쾌하게 나와요. 밀도가 괜찮거든요. 오크의 경우엔 무겁고 다크하지만 중후한 톤에 어울리죠. 나무는 방향성과 심재와 변재 어느 부위인지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아요. 설계할 때 그 부분을 가장 신경 씁니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녹음, 음향, 영상 기술 등을 가르치는 이동석 교수의 말이다. 그는 앰프와 스피커의 주문제작 및 이펙터 생산도 하며 최고급 악기와 음향기기를 다루는 기타공방 크래프츠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아무리 좋은 스피커라고 해도 모든 음악의 재생에 있어서 완벽할 순 없다고 한다. 각각의 장르, 그 음악을 즐길 공간 등에 맞게 앰프, 스피커, 나무 모두의 궁합을 잘 고려해 완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오디오를 직접 만들다가 좌절하고 마는 대부분의 이유가 이 궁합의 계산에서 놓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통 울림, 사운드를 나누다

스피커를 설계할 때 보통 두 종류로 나눈다. 통 울림을 쓰는 스피커와 통 울림을 억제하는 스피커. 원목의 경우에는 통 울림을 활용해 풍성한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고 자작나무 합판의 경우에는 통 울림을 억제해 깔끔한 사운드를 낼 수 있다. 새로운 접근 방식과 콘셉트로 다양하면서도 개성 있는 아트퍼니처를 선보여온 디자인그룹바오의 한성재 가구디자이너는 주로 자작나무 합판으로 스피커를 만든다. 하중과 밀도가 높아 사운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울림 없이 잘 잡아주기 때문이다. 또한 음악을 듣지 않을 때에도 뛰어난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질 만큼 아름답다.

“개인적으로 원목보다는 자작나무 합판으로 만든 스피커의 사운드가 좋아요. 통 울림 없이 명쾌한 소리가 나오니까요. 디자인적으로는 자작나무 합판을 깎으면 등고선 무늬가 나오는데 음의 파장을 표현할 수 있어서 그 점도 마음에 들어요. 늘 관객과의 소통이란 주제로 고민하다가 소리를 매개체로 선택했는데 시각적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음향기기 혹은 가구이기도 한 스피커. 높은 수준의 사운드와 세련된 디자인 모두를 향한 소위 ‘스피커쟁이’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역시 나무가 있다. 좋은 스피커가 모든 음악의 좋은 소리를 내는 건 아니지만 좋은 나무가 좋은 소리를 내는 것만은 확실하다. 여기서 이동석 교수의 팁 하나. 단판을 두드렸을 때 균일한 음을 내는 게 좋은 나무다. 부위별로 다르게 들린다면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스피커로 만들면 왜곡된 소리가 나올 수 있다.

 


사진 제공: 디자인그룹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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