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궁 :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한옥호텔

Interior / 백홍기 기자 / 2018-03-05 00: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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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평리조트 정문을 지나 남서 방향으로 5분 거리에 고려궁이 있다. 고려궁은 고려의 옛 궁터를 한옥호텔로 재현한 곳이다. 총 9개 동으로 구성된 호텔단지는 전통한옥 객실을 비롯해 레스토랑, 예식장, 콘퍼런스룸 등 현대 편의시설과 조선시대 물건 및 카메라와 영사기, 영화필름 등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도 갖췄다.

 

우리가 한옥을 찾는 이유는 자연과 조화로운 모습에서 오는 편안함과 아늑함, 자연 재료에서 전해지는 친근함과 건강함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룬 한옥의 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역사의 숨결을 찾다

 

 

 

고려궁은 여기에 역사와 문화 아이콘을 담아낸 호텔이다. 그 첫째가 고산 윤선도의 고택을 옮겨와 복원한 것이다. 윤선도라는 고려 중기의 문신이자 문인의 숨결이 배인 건축물은 단지 건축물의 이동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의 문학과 정신까지 함께 이동했기에 자연스럽게 <어부사시와>, <오우가>를 떠올리고 그 순간 편의시설을 갖춘 한옥 객실은 문화공간이 된다. 또한, 신축 건물에선 느낄 수 없는 기품과 소박하면서 정갈한 멋이 감도는 아리랑과 백학 객실도 고택에서 부재를 하나하나 옮겨와 예전의 모습을 갖추면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고려궁에서의 하룻밤은 쉼과 동시에 오랜 세월 옛사람들의 숨결을 느끼고 그들이 겪었던 어느 날 청초했던 밤의 느낌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이처럼 한옥, 그 가운데 고택이 현대인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옛 모습을 간직한 건물이기 때문은 아니다. 고려궁의 장점 역시 인간이 거쳐 간 곳엔 의도였든 의도가 아니든 간에 흔적이 남고 그것을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이다.


공간의 가치, 고려궁의 가치


고려궁이 문화공간으로써의 가치만 있는 건 아니다. 공간에도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객실에 배치한 애기장이나 괘, 소반, 좌식 테이블 등 시간이 녹아든 옛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적절한 공간에 배치해 시간을 담아냈다. 재생과 시간이라는 관념은 영빈관 '발왕'실 대청마루의 대형 테이블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한옥 고택의 부재인 장여를 반으로 잘라 만든 테이블은 세월이 표면을 빚어내고 시간의 껍질이 두껍게 쌓여 공간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채웠다. 그 힘은 무겁지 않고 겸허하고 엄중한 마음이 들게 하는 묵직함이다. 분명한 건 이 시대 어떤 장인이 온다 한들 그 테이블을 흉내거나 쉽게 만들 수 없으리라는 것이다.

 


고려궁이 이처럼 무거운 분위기만 있는 건 아니다. 인천'隣天',ᅠ한강'漢江', 휴휴'休休', 시가'詩家' 객실은 이름에서 엿보이듯 밝고 활기찬 기운으로 가득 찬 아담한 2인실이다. 각각의 객실은 일반 호텔과 같이 욕실과 기본 비품을 제공하고 난방시설을 갖춰 한옥의 불편함은 없다. 일반 객실부터 영빈관에 이르기까지 각 객실의 공통점은 스파시설을 갖춘 것이다. 수려한 풍경과 맑은 공기로 가득한 이곳에서 전통체험을 하고 주변 관광을 한 뒤 몸에 쌓인 피로까지 스파로 해소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유쾌한 에너지가 솟는 듯하다.


고려궁 백배 즐기기

 

 

 

과거와 현대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매력으로 가득한 고려궁은 발왕산, 병두산, 용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동쪽으로 열린 지형이다. 고요한 전통을 즐기려면 최적의 공간이다.  

걷는 것을 좋아하면 왕의 기운이 넘친다는 발왕산 기운을 받으며 등산로를 오르거나, 금강송 둘레길을 거닐며 숲속의 여유를 만끽하는 것도 좋다. 좀 더 가벼운 산책을 원한다면 단지 내에서 한옥의 멋을 탐닉하는 방법도 있다. 남부와 중부지역 한옥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 각각 한옥의 특징과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마당과 담벼락 따라 산책하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조용히 박물관에서 각종 유물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것도 좋은 휴식방식이다.


도심에서 지친 몸에 휴식을 주고 전통주거 문화를 체험하기에 좋은 고려궁. 간혹 '전통'이라는 단어에서 옛것만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대청마루 중앙에 떡 버티고 있는 스파시설이 눈에 거슬릴 수 있지만, 현대식 편의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호텔의 목적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좋은 시설임엔 틀림없다. 다만, 습기에 민감한 한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로 보인다.

 


어찌 됐든 전통과 문화, 편의시설을 한 곳에 갖춘 고려궁이라는 '호텔'이 현대인에서 충분한 활력소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와 옛것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하려는 마음이 곳곳에 배여 있어 그 가치는 충분한 빛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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