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살리는 가구, 전주 벨라카사 #18

Interior / 백홍기 기자 / 2018-04-15 00:24:05
  • -
  • +
  • 인쇄
가구를 만들고 틈틈이 애니멀 시리즈 작품을 선보이며 공간도 연출하는 박칠
성 목수가 자신만의 가구 코드를 집에 담았다.

 

건축을 전공한 박칠성 목수는 전국의 한옥을 답사하던 중 나무로 짓는 집에 끌려 7년간 한옥과 사찰을 건축하며 대목수의 삶을 살았다. 그러다 돌연 공방을 마련해 자신의 감성을 담은 애니멀 시리즈와 가구로 공간을 꾸미며 제2의 삶을 펼쳤다. 그동안 그의 감성을 담아낸 몇몇 카페는 지역의 명소가 됐다. 그랬던 그가 하우스 브랜드 ‘벨라카사’에 합류해 제3의 인생을 시작했다. 스페인어로 예쁜 집을 뜻하는 벨라카사는 여러 전문가가 모인 목조주택 전문 브랜드다. 이곳에서 박 목수는 공간 연출가를 맡았다.


재미와 상상력으로 소통하는 공간



흰색 스타코로 마감한 모던 스타일의 집은 깔끔하고 세련된 외형이다. 도로에서 계단으로 연결한 현관 입구는 사찰의 일주문에서 모티브를 얻어 한껏 여유를 담았다. 현관에 들어서면 원목으로 만든 벤치와 옷걸이가 목수의 감성코드를 전한다. 실내로 들어서면 오른쪽에는 넓은 거실, 왼쪽엔 다도실이 있다. 내부는 흰색을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가구를 배치한 뒤 은은한 조명으로 포인트를 줬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백사장처럼 넓은 거실 한 가운데 놓인 대형 원목 테이블이다. 테이블 한쪽엔 깊게 파인 홈 따라 박 목수가 상상 속의 파란 강을 만들었다. 뚝뚝 잘라낸 듯한 상판과 다리는 간단한 반턱짜임으로 맞췄다. 그리고 쇠못으로 한 번 더 견고하게 연결하고 목심으로 메꿨다. 거친 나무의 질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각목을 덧댄 다리가 투박해 보인다. 다듬지 않고 멋 내지 않는 감성, 그것이 박목수의 감성이다.

 

 

 언뜻 보기에 가구에서 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그의 작업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산과 들, 해변과 쓰러져가는 건물에서 재료를 얻어 나무에 켜켜이 쌓인 시간을 깎아내고 묵은 먼지를 털어내 나무의 숨겨진 모습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렇게 찾아낸 가구와 작품을 이용해 공간을 연출한다. 식탁의 벤치는 초등학교에 사용한 장선을 집성해 만든 것이다. 벤치 가장자리의 거뭇거뭇한 무늬는 오랜 시간 풍화를 겪으며 발생한 곰팡이의 흔적이다.


그에게 곰팡이가 핀 나무는 쓰레기가 아니라 귀한 소재다. 테이블 옆에 있는 목각인형 조명은 백천사 대웅전 처마를 수리할 때 나온 조각으로 만들었다. 형태를 완성하고 색을 칠한 뒤 몇 해 동안 밖에서 풍화를 겪게 놔둬 색 바랜 단청의 느낌을 살렸다. 거실 반대편에 있는 다도실은 좌식 원목 테이블을 배치해 아담한 후정을 바라보며 여럿이 담소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아늑한 공간으로 꾸몄다. 다도실엔 대지 레벨 차를 이용해 확보한 주차장 위로 숨겨진 다락방과 연결된다. 왕골 향이 그윽한 다락방은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눠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가구는 공간 여백이 중요


 

 2층엔 침실과 가족실이 있다. 박 목수만의 감성이 담긴 애니멀 시리즈의 다양한 동물을 곳곳에 배치해 상상력으로 가득한 공간으로 연출했다. 박 목수에게 가구와 공간은 “사람이 거주하도록 공간에 변화를 주는 게 가구이고 공간을 빛내는 것 역시 가구의 역할”이라며 “가구와 공간은 분류할 수 없는 개체이며 두 개체가 조화를 이룰 때 공간은 완성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공간을 계획할 때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공간의 역할을 구분하고 특징을 찾아낸다. 가구와 공간이 서로상호 보완하는 관계이고, 거주자는 가구를 통해 공간의 특징과 분위기를 인지하기 때문이다.


박 목수는“자신의 가구가 언뜻 보기엔 한옥과 어울릴 것 같지만, 한옥의 자연스러운 나무의 형태와 구조에 묻힌다.”며, “ 한옥엔 정갈하고 담백한 가구가 어울리고 나의 작품은 모던하고 깔끔한 실내에 있을 때 더욱 빛을 낸다.”고 전한다.

 

 

 또 박 목수는 공간에 가구를 배치할 때 중요한 요소는 여백임을 강조한다. 여백이 과하면 허전하고, 부족하면 답답하기에 가구와 공간, 가구와 가구 사이에 적절한 여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공간에 가구가 많은 것보다 포인트가 될 가구 한두 개가 적당하다. 흰 벽에 근사한 작품 하나가 놓였을 때 집중이 잘 된다. 공간은 채우는 게 아니라 비우면서 빛난다.”고 말했다.


박 목수는 여러 해 풍화를 거친 나무를 툭툭 쳐내 그 안에 잠자던 동물을 깨우고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거칠고 투박하며 재미난 형태로 작품을 만드는 건 나무에 숨겨진 이야기를 끌어내 세상과 소통하는 박칠성 목수만의 언어다.

 

 

 

[저작권자ⓒ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WOODPLANET Newsletter

우드플래닛 최신기사, 관련정보 등을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 하시겠습니까?

우드플래닛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의거하여,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함에 있어 정보주체로부터의 이용 동의 여부를 사전에 고지하고 있습니다. 정보주체가 되는 이용자께서는 아래 내용을 확인하시고,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ㆍ수집 이용 목적 : 우드플래닛과 구독자를 위한 의사소통 경로 확보

ㆍ수집하는 개인정보의 항목 : 이메일

ㆍ보유 및 이용 기간 : 메일링서비스 해지시 까지(해지시 정보파기)

뉴스레터에 등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