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신작 ‘궐’,
차가운 물질에 스며든 한국의 정서

공예 / 편집부 / 2020-01-03 00: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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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서의 재구성
재료에 의한 주제 부각
공예디자인의 신선한 징후

이정훈의 신작 '궐'

 

목공예 분야에서 꾸준히 한국적 정서를 담아 온 공예디자이너 이정훈 작가가 2019공예트렌드페어에 새롭게 선보인 ‘궐’이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전승(傳承)이 아닌 전통(傳統)의 현대화 작업은 이미 많은 공예가들이 시도했거나 시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편협적이거나 일방적 주장에 갇혀 보편화 되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전통의 현대화를 옛 것에 현대의 소비 트렌드나 감성적 용도를 덧대는 작업으로 이해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그런 식의 현대화는 우리 정서를 경직 시키거나, 오히려 정체성을 상실한 국적 없는 오브제로 전락해 전승의 가치마저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전통은 사물의 미와 실용성이 시대마다의 사상과 관습, 생활양식에서 단절되지 않은 보편성의 지속이라고 볼 때, 이정훈 작가의 ‘궐’은 그런 점에서 각별하다.  

 

양반 (소반 시리즈)

 

원반

 

지금까지 전통의 정서는 숨결, 온기, 유순 등의 모호한 감성적 해석과 지정된 재료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이정훈의 신작은 ‘냉정과 차가움’의 물질 위에 우리의 정서를 은유적으로 스며들게 한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작가는 10년 가까이 나무를 재료로 전통의 디자인을 접목해 왔다. 특히 2014년 메종&오브제에 참여하면서 가구 오브제에 있어 한국적 소재가 아닌 한국적 정서의 이입이 절실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후 ‘비단결 의자’, ‘양반 시리즈’에서 직・간접적으로 전통의 기법이나 디자인을 가미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하지만 작가는 ‘전통의 현대화’라는 익숙한 논제에 대해 엄격하고 분별된 변화와 쓰임의 완결을 위해 재료의 선택에서부터 다시 조율하기로 했고, 그 결과가 바로 스테인리스와 화강암이다,

그것으로 제작된 테이블과 의자인 ‘궐’은 차가운 스테인리스 몸통의 좌우 측면에 한옥 처마 끝에 쓰이는 수막새 양식을 가미함으로써 온화함의 정서를 대신, 차가움으로 정제된 한국적 정서를 새롭게 녹여냈고, 사물은 공간의 안팎 어디에서든지 외부환경에 영향받지 않고 감상과 쓰임을 자유롭게 했다.  

 

 

이정훈의 ‘궐’은 막연히 온화할 것이라는 전통 정서의 속성을 깨고 스테인리스라는 현대적 물질의 냉정성으로 재구성했다. 이는 쓰임의 용도를 정서 뒤로 숨어들게 하는 작가의 역량을 돋보이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앞으로 ‘궐’ 시리즈는 목재를 포함해 다양한 재료로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그 작업은 공예디자이너 이정훈의 손끝에서 나름의 결과물로 이어지겠지만, 우리 공예의 현대화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와 발전을 거듭할 것이 분명하다. ‘궐’은 그것을 대변하는 차가운 징후로 지금 우리 곁에 와 있다.

 

모든 사물은 불의 시대를 지나 호된 빙하기로부터 재구성 되었음을 다시 상기하면서.

 

글 : 육상수(우드플래닛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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