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의 선물'

Craft / 이현수 기자 / 2018-03-15 0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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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가 안드레아스 쇠더룬드. 다섯 살 나무를 처음 만지고, 열세 살 목공예가를 꿈꿨으며, 스물넷 크리스마스에 그 꿈을 이루다.

 

핀란드 시골 이나리는 녹음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그곳에서 나무를 보고 자라 그런지 안드레아스는 나무를 향한 애정이 유별나다. 이 청년은 오늘도 나무 그늘 아래서 숟가락과 그릇을 만들고 있다.


아내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안드레아스 쇠더룬드는 항상 물건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다. 오죽하면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 아버지가 조각칼을 선물해줬을까. 그는 그 조각칼로 좋아하는 동물을 상상하며 손에 집히는 자투리에 목조각을 시작했다. 안드레아스가 열세 살이 되던 해에는 나무로 공예품을 만드는 공예가가 장래희망이었지만, 성인이 되어 건축업을 하셨던 아버지의 권유로 건설 노동자가 되었다.

 

 

그는 스물한 살에 결혼하고, 건설 회사도 차렸다. 큰 회사는 아니더라도 시골 동네에서는 알아주는 회사로 성장해 나갔다. 회사를 설립한 지 3년쯤 지났을 때, 그는 우울증이 생겼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을 이겨 내보고 싶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도 자주 만났지만, 도무지 극복되지 않았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의욕을 잃을 때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와 아내 엘린을 위해 선물을 준비해야 했다. 특별한 것을 주고 싶어 나무로 반지를 깎기 시작했다. 완성된 반지를 받고 기뻐하는 엘린의 모습을 보면서 안드레아스는 이 반지를 만드는 동안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잊었다는 걸 깨닫고는 다짐했다. ‘다시 나무를 만져야겠다!’ 그때가 2014년 12월 25일. 그는 오래된 꿈을 선물로 받았다.

 

나무는 나의 스케치북

 

 

 그는 나무로 할 수 있는 많은 작업 중에서도 직접 깎을 수 있는 숟가락을 만들고 싶었다. 숟가락은 큰 나무가 필요 없었기 때문에 나무를 찾으러 숲과 정원을 누비며 다니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특히나 그의 집 근처 숲에서는 자작나무, 단풍나무, 사과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구할 수 있었다.


안드레아스가 열심히 구한 나무를 깎기 위해서는 우선 조각 도구와 라디오를 꺼내야 한다. 도구를 모두 준비해놓고, 라디오를 들으면 깎고 싶은 디자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클래식에 따라, 또 그날의 감정에 따라 안드레아스가 만드는 작품은 달라진다. 최근에는 ‘괴물 물고기 숟가락’을 만들었다. 숟가락에 죠스를 연상시키는 형태를 지닌 물고기가 앞뒷면에 새겨져 있다. 숟가락의 위쪽 면에는 물고기의 꼬리가 보이는 잔잔한 호수가 있고, 숟가락을 돌리면 거대한 이빨을 가진 괴물 물고기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재미있는 숟가락이다. 안드레아스는 겉으로 보았을 때는 평온해 보이는 자신의 인생이 들추어보면 생각만큼 순탄하지 않다는 의미를 담아 괴물 물고기 숟가락을 만들었다.

 


안드레아스는 자신이 만든 여러 작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열일곱에 작업한 목조각을 꼽았다. 당시 짝사랑에 빠진 그는 사랑하는 소녀를 향한 마음을 어떻게든 표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무 판에 소녀의 얼굴을 조각하며 자신의 감정을 담아냈다. 안드레아스는 그 아련한 작품은 아쉽지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아내를 만나면서 그 작품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고.


오래 쓸 수 있는 공예품뿐 아니라 상상을 담은 작품까지 함께 기획 중인 안드레아스는 앞으로도 근사한 작품을 많이 만들어 보여줄 것이라는 포부를 남겼다. 이제 스물여섯. 아직 젊은 나이고, 그가 마음껏 쓸 수 있는 우직한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말이다.

 

 

안드레아스 쇠더룬드(Andreas Söderlund) l 핀란드에서 태어나 5살부터 나무 조각에 관심이 있었다. 건축업을 한 아버지를 따라 건설노동자로 일하다가 결혼 후 목공예에 주력하고 있다. 4월 말부터는 핀란드에서 열리는 디자인 전시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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