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d artist: Patrick Dougherty - 나뭇가지로 짓는 동심의 세계

Art / 이다영 기자 / 2018-03-15 0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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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기 아저씨(The stick man)로 알려진 조각가 패트릭은 나뭇가지를 엮어 조형물을 만든다. 잊고 있던 동심을 자극하는 그의 작품은 잠시나마 다시 어린이가 되어 보기를 제안한다.

 

70년대 초반의 미국에서는 직접 집 짓고 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던 때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고 나무를 잘 다루던 패트릭 도허티(Patrick Dougherty) 역시 자기 집을 짓겠다는 꿈이 있었다. 서점에서 산 책 한 권으로 집을 짓는 데 성공한 그는 그때 받은 자극으로 대학에서 조각과 미술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지금 그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큰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나뭇가지로 260개 이상의 작품을 만들며 국제적인 유명인사가 되었다. 재료를 구하고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서라면 대륙을 건너 어디든 간다. 스코틀랜드, 호주, 일본, 미국 전역 등지에 그의 작품이 전시되었고 한국에도 여러 번 방문했다. 언제나 활기차고 부지런한 패트릭은 어디 앉아서 쉬는 법이 없다. 최근까지 집에 그 흔한 소파 하나 없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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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기가 부리는 요술


나뭇가지는 가느다란 막대기일 뿐이다. 하지만 막대기 하나가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자극은 무궁무진하다. 엄마 손에 들린 회초리, 해리포터가 ‘익스펙토 펙트로늄!’을 외치며 휘두르는 요술지팡이, 그것들 모두가 따지고 보면 막대기이다. 창의력 대장인 아이들 손에 막대기가 쥐어지면 그것은 악기가 되기도 무기가 되기도 그 어떤 것도 된다. 막대기 아저씨 패트릭은 동심을 잃지 않고 막대기를 쥐었다. 그에게 막대기는 선을 그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가느다란 붓이었다.

 

 

패트릭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작업을 한다. 현지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빌려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고, 모든 작품은 규모에 상관없이 3주가 걸린다. 작품의 기본 틀을 잡아서 바닥에 줄이나 페인트로 표시를 해둔 후 그 위로 가지들을 엮어 올린다. 다양한 굵기와 길이의 수천 개의 나무막대를 서로 교차시키고 꼬고 겹치면서 조형물을 완성한다. 불필요한 가지와 잎사귀를 벗겨내는 작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일손을 돕는데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싶어서 야단이다.


패트릭은 머릿속에 인위적인 디자인을 구상하는 법이 없다. 초대받은 장소에 가서 주변 경관을 둘러보며 그의 눈앞에 펼쳐진 캔버스 위로 이미지와 단어들을 늘어놓을 뿐이다. “자유롭고 친근한 느낌이 중요하기 때문에 직선으로 뚝뚝 끊어지는 수직이나 평행선은 만들지 않아요. 특별한 기술이나 도구는 없어요. 나뭇가지는 서로 엉키려는 성향을 타고 나기 때문에 제가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서로를 꼭 붙잡아주거든요.” 그가 사용하는 유일한 도구는 가지를 치기 위한 가위 뿐이다. 땅에서 거두어진 무수한 가지들이 이제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다시 땅에 심어지는 것이다.


잊고 있던 내면의 어린이를 만나다


패트릭의 조각 작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형태를 이루고 있는 재료가 딱딱하고 길쭉한 나무 막대기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오히려 조형물에서 요동치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무언가 비밀을 간직한 채 떠돌아다니는 방랑객들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심지어 지금까지 끝없이 갈망하는, 식탁 아래나 벽장처럼 몸을 숨을 수 있는 나만의 아늑한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패트릭의 작품은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엎드려 있던 동심을 건드린다. 그래서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공공장소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작품을 보며 나누는 대화를 듣게 돼요. 나무에 대한 신성한 이야기라든가 어린 시절의 모험, 첫 데이트 이야기 같은 것들이죠.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작품의 주변과 안쪽 공간을 탐험해보고 싶어 해요. 사람들이 그들을 둘러싼 자연에 대해 갖고 있던 유대감과 잊고 있던 동심이 그런 식으로 표출되는 것 같아요.”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기하학 패턴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잠깐 떨어져 나와 숲에서 시간을 보내는 느낌을 갖는다. 작품의 특성상 서서히 헝클어지다가 2년, 길어야 3년이면 사라져버릴 숲이지만 그들은 그 순간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 그것이 패트릭의 의도이기도 하다. 작품의 일시적인 존재감와 영구적인 영향력을 믿는 패트릭은 조각이 끝나면 그저 다음 일정이 있는 곳으로 넘어가 또 다시 작업을 시작할 뿐이다. 자연과 작품이 상호작용을 이루는 모습에 기쁨을 느끼며 말이다.

 

 

패트릭 도허티(Patrick Dougherty) |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세계적인 자연미술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영문학을 졸업하고 병원에서 행정직에 근무하다가 조각을 배우기 위해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미술사와 조각을 전공했다. 전 세계 공공장소와 개인 사유지에서 방문 요청을 받고 있고, 매년 빠듯한 일정이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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